한국 대통령 중에 아무런 문제없이 평안히 은퇴한 사람은 많지 않다. 감옥에 가거나, 죽임을 당하거나, 자살함이 대통령직 퇴임 이후 결말들이었다. 2008-2013년 간 한국 대통령직에 재임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도 상황이 매우 좋지 못하다. 돌아가는 상황을 종합해서 살펴보면 그와 그의 가족 중 몇 명은 가까운 시일 내에 투옥될 위협을 받고 있다. 3월 19일 대한민국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를 법원에 요청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뇌물 수수(賂物 授受)와 관련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소 혐의 목록은 최근 몇 주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현재 그의 주요 죄목은 한국 국정원 자금을 불법으로 유용한 것, 사업가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받고, 차후 그들을 요직에 임명한 것, 재산 은닉 혐의이다. 아직까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 중에서 가장 주요한 것은 그의 소유이지만 그의 형인 이상은 회장 앞으로 등록된 회사 다스에 관한 것이다. 현재까지는 가정(假定)이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다스의 소송비용을 한국의 대기업인 삼성이 지불해 준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황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 수십년의 한국 정치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이미 30년간이나 한국정치는 두 개의 큰 세력이 고정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한 편은 좌파 민족주의자들 또는 약간의 민족주의 색채를 띤 중도 좌파세력이고, 다른 편은 보수주의자들이다. 지난 2008-2018년간 보수주의자들이 정권을 잡았던 시기에 야당이었던 좌파 민족주의자들이 올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좌파의 대표로서 보수주의자들은 문재인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 기소문제를 뒤에서 사주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좌파 진영 지지자들에게는 올해로 77세가 된 이명박 대통령을 어떻게든 감옥에 보내야할 타당한 이유가 있다. 2008년 좌파 민족주의 진영이 보수주의자들에게 선거에서 패배하고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이명박 대통령은 곧바로 좌파 진영의 우상(偶像)인, 2003-2008년간 재임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뇌물 수수 문제 수사를 시작했다. 수사 결과 곧 노무현 대통령의 가족이 뇌물 수수에 관련되어 있었음이 드러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무현 대통령 자신도 어느 정도 이에 관련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후 노무현 대통령은 자살했다.
바위에서 투신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뿐 아니라 그 당시 다소 실망하고 있었던 일부 국민들에게 조차 순교자로 여겨진다. 한국에서는 자살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적수를 매장시켜 버리고자 하던 보수주의자들도 고인이 된 노무현 대통령뿐 아니라, 그의 가족에 대한 혐의까지도 모두 혐의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떤 다른 방식의 처리 방안도 한국 사회가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른 한 편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보수주의자들의 희생 제물이 된 것이었다.
대통령은 위험한 자리
여기서 한국 대통령직은 항상 위험한 자리였다는 것을 언급해야 할 것 같다. 청와대의 전 주인들 중에 퇴임 후 가족과 함께 평온한 노후(老朽)를 즐긴 대통령들은 매우 적다. 한국 대통령직이 얼마나 큰 위험을 갖고 있는 자리인지 이해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의 전임자들이 겪은 일들을 기억해보도록 하자.
이승만 전임 초대 대통령은(1948-1960년) 재임기간 동안 전체적으로 1인 독재자로 변해가다가 4.19혁명으로 쫓겨나 미국에서 작고했다. 그 뒤 대통령이 된 윤보선(1960-1961)은 군사혁명으로 사임했다. 그는 이후 여생을 서울에서 살았는데, 아주 잠깐이기는 했지만 옥고를 치렀다. 세 번째 대통령인 박정희(1961-1979) 전 대통령 시기에 한국은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그것도 박정희 대통령을 비극적인 운명에서 구해내지 못했다. 국민 생활수준이 훨씬 향상되기는 했지만 독재로 인해 국내에 불만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거의 새로운 혁명이 발발할 지경에 이르렀지만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그를 저격하여 암살하였기 때문에 혁명은 일어나지 않았다.
네 번째 대통령인 최규하 대통령은 권력을 잡고자 하는 의도가 없었고 그냥 권력 이양(勸力 移讓) 기능만을 수행하고자 했다. 권력 이양 요구를 받자마자 전혀 어떤 반대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권력을 넘겨주고 87세까지 조용히 평안하게 살았다. 전임자들의 선례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도 모르겠다.
전두환 장군이 무력으로 권력을 잡고 5번째 대통령이(1981-1987) 되어 독재 정치를 했다. 그의 재임 기에 부패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러나 1987년 민주화 시위로 인해 장기 집권 시도가 실패하고 퇴임해야 했다. 그의 후계자 노태우는 그를 건드리지 않기로 약속했지만 퇴임 후 그는 처음 2년간 백담사에서 유배생활을 했다. 그런데 수년 후 대선에서 승리를 거둔 민주 진영은 모든 약속을 다 폐기하고 그를 감옥에 보냈다. 그는 사형 선고를 받았으나 이후 불법으로 강탈한 재산들을 몰수하고 징역형으로 감형되었다. 그가 불법으로 강탈한 재산의 총액은 약 2억 달러였다.
6번째 대통령은(1988-1993) 노태우였는데 전두환 전임대통령과 같이 기소되었고 그의 뇌물 수수액수는 2억 6천만 달러였다. 노태우 다음에 7번째 대통령이 된(1993-1998) 김영삼 대통령은 이전에 군사 독재에 대항하여 민주 투쟁을 벌이던 야당 지도자였다. 김영삼 대통령 자신은 퇴임 후 어떤 모욕적인 일도 당하지 않았지만, 그의 아들은 이런 저런 정부결정에 대한 로비를 수락하고 그 대가로 뇌물을 받아 역시 징역형을 받았다.
여덟 번째 대통령은(1998-2003) 김대중 대통령으로 김영삼 전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재에 대해 투쟁한 민주주의 진영의 지도자였다. 김대중 대통령도 김영삼 대통령과 비슷한 상황에 처했는데, 그 자신은 퇴임 후 천수를 누렸지만 그의 두 아들은 뇌물 수수 혐의로 투옥되었다. 9번째 대통령은 (2003-2008) 노무현 대통령으로 그의 자살과 함께 추종자들이 더욱 늘어나게 된 인물이다.
10번째 대통령은 이미 상기한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징역형이 예상된다. 그의 뒤를 이은 11번째 박근혜 전 대통령은(2012-2017) 이미 구속되어 법정에서 수사로 증명된 뇌물 수수혐의들에 따라(주로 이 돈을 갈취한 인물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친구 최순실이다)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 식으로 한 눈에 보아도 분명하고 끈질긴 전통이 있다. 한국 대통령은 음모나 혁명의 희생제물이 되거나, 아니면 퇴임 후에 수사, 체포, 투옥(본인 자신이 아니면 친지라도)이 따라온다.
부패는 한국정치의 구조적 문제
그런데 사실 여기서 한 가지 알아야 될 것이 있다. 처음에 보면 뇌물 수수로 보이던 많은 것들이 실제로는 조금 더 복잡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모든 한국의 정치인들은 선거운동을 위해 돈이 필요한데, 선거운동 중 사용하는 금액의 공식 한도는 정말 실제적이지 않은 액수이다. 선거운동 본부 운영 경비가 필요하다. 익명의 한국 정당 사무처 소식통은 일반 국회의원이 보좌관과 국회의원 사무실을 유지하지 위해 필요한 비용이 연간 3-4억 원인데 반해 공식 보조금은 1억 원 정도이고, 개인적인 기부금(寄附金)을 받는 것은 매우 어렵거나 때로는 불가능하다. 선거운동 경비만 해도 공식 선거운동 지출 한도의 수배가 넘는다.
이런 상황은 국회의원들 뿐 아니라 대통령에도 마찬가지라는 것은 뻔한 이야기이다. 그들이 수수한 비공식적인 돈의 많은 부분은 개인적인 필요에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정당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사용한다. 물론, 일부 의원들이나 대통령들은 자기 배를 채우는 것을 잊지 않았다(이명박 대통령은 이 혐의가 짙다). 그러나 어쨌든 한국에서 정치를 한다는 것은 합법적으로 얻기는 불가능한 정도의 매우 큰 재산을 갖고 있지 않으면 어렵다. 그래서 아주 엄격하게 수사를 할 경우 어떤 한국의 현 정치가도 혐의가 없을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보수파에서도 복수(復讐)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일상적으로 대중 집회가 있는 날인 토요일에 서울 도심을 산책하다보면, 보수파의 집회 현장을 쉽게 부딪칠 수 있다. 이 시위에 참가한 보수파들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국가 반역죄를 포함해서 모든 생각해낼 수 있는 죄목을 만들어서 비난하고 이명박 대통령 수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투옥된 박근혜의 무죄를 주장하며, 청와대의 주인인 문재인 대통령을 엄벌과 무시무시한 형벌로 처단하겠다고 맹세한다.
이런 보수주의자들의 언사들에 대해, 한국 정치의 금전적 문제를 잘 알지 못하고 현 정권을 지지하는 일반인들은 어떻게 반응하는지 궁금하다. 그런 일반인들과 대화해보면 그들이 지지하고 사랑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그 측근들에게서 어떤 혐의점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은 보수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는 일은 없을 것이라 단언하며 보수파들의 말과 모든 협박은 완전히 꾸며낸 중상모략(中傷謀略)에 근거한 것으로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부패를 만들어내는 한국 정치의 구조적인 문제들은 한국 정치의 일부로 자리를 잡고 있고 아직도 현존하고 있다. 또 선거권을 가진 한국 내 대중은 늘 진보와 보수 양편으로 갈라져 있었고 대부분은 거의 반반 동수였다. 보수정권이 들어서는 것은 언젠가는 반드시 있을 일이다. 한국 정치의 구조가 변하지 않는 한 복수정치는 시계추(時計錘)처럼 왕복운동을 계속할 것이다.
글 안드레이 란코프 | 국민대교수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열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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