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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김의 동해탈환 이야기
2014년 3월 미역사상 처음 다른 나라의 영토 영해의 명칭과 관련된 법안이 통과됐다. 버지니아주 의회에서 통과된 동해병기 법안이다. 1929년 식민시기에 일제가 국제수로기구(IHO)에 일본해를 등록시키면서 잃어버린 우리의 바다 ‘동해’를 되찾는 선봉에 선 ‘미주한인의목소리(VoKA)’ 피터 김 회장으로부터 ‘동해 탈환’을 하기까지 9전9승의 생생한 비화와 향후 우리 2세, 3세 한인자녀들을 위한 풀뿌리시민운동의 전범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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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링검펠터의원..동해법안 위기

동해탈환 스토리(29)
글쓴이 : 피터 김 날짜 : 2018-02-01 (목) 07:35:38

사라진 링검펠터의원..동해법안 위기

동해탈환 이야기(29)

 

그런데 회의장에서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感知)되기 시작했다. 법안 심의 도중 필자의 버지니아 사관학교 10년 선배이며, 법안을 공동 상정한 스캇 링검펠터 의원이 말없이 자리를 뜬 것이다. 처음에는 화장실에 가는 줄 알았는데 링검펠터 의원은 끝까지 자리로 돌아오지 않았다. 또한 교육위 의원들 중 아무도 법안 찬성 발언을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의 모리시 의원이 다른 나라의 바다 명칭 문제로 법안을 통과시키면 내년에는 수없이 많은 비슷한 법안들이 상정 될 것입니다. 주 의회는 복잡한 상황 때문에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여기서 이 법안을 막아야 합니다. 이 법안을 부결시켜야 합니다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소위원회 위원장인 공화당의 리처드 벨 의원도 저도 교과서 문제는 버지니아 주 교육위원회에 맡길 사항이지 주 의회가 법을 만드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라며 부정적인 발언을 했다. 그야말로 숨이 콱 막히는 기분이었다. 분명히 필자만이 아니라 그 자리에 참석했던 모든 한인들이 똑같이 느꼈을 것이다.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었다.

모든 발언이 끝나자 위원장은 더이상 의견이 없다면 법안을 표결에 부친다고 공표했다. 링검펠터 의원이 돌아오지 않았으니 결국 8명의 의원들만 표결에 참여하게 됐다. 표결 결과 민주당 의원들 3명이 반대하고 공화당 의원들 4명이 찬성했다. 이를 지켜보던 벨 위원장은 한인들을 힐끔힐끔 쳐다보더니 자기도 법안에 반대한다고 선포했다. 44의 상황이 된 것이다. 공화당 소속인 벨 의원이 당연히 찬성할 것으로 생각하고 지켜보던 필자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가 다시 앉았다.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다른 한인들도 너무 놀라 웅성거리며 이제 어떻게 되는건가하는 불안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이어서 민주당의 모리시 의원이 큰소리로 말했다. “이 법안은 부결된 것입니다. 표결 결과는 찬성 4, 반대 4지만 위원장이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에 이 법안은 이미 부결된 것입니다.”

그러자 벨 위원장이 이리저리 눈치를 살폈고, 팀 휴고 의원이 나섰다. 휴고 의원은 의사를 밝히지 않고 말없이 자리를 떠난 스캇 링검펠터 의원이 어느쪽인지 아직 확실하지 않으니 다시 불러 재표결을 해야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곧이어 법안을 공동 상정한 짐 레마뇬 의원도 팀 휴고 의원의 말이 맞습니다. 링검펠터 의원은 동해 법안의 공동 상정자인데 설마 본인의 법안에 반대를 하겠습니까? 무슨 사정이 있어 급히 자리를 떠날 수 밖에 없었는지 모르지만 그분을 불러 다시 표결을 해야 공정합니다라고 큰소리로 외쳤다. 공화당 의원들의 주장을 들은 벨 위원장은 한인들의 냉정하고 날카로운 표정을 쳐다보더니 팀 휴고 의원과 짐 레마뇬 의원의 발언이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소위원회는 내일 오후 4시 다시 회의를 소집하고 동해 병기 법안에 대한 재표결을 하겠습니다라고 발표한 후 망치를 꽝꽝 내리치며 소위원회 회의를 종료했다.

심장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라 긴장하고 창백한 얼굴로 한인들과 함께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여러 기자들의 질문이 쇄도했다. “김 회장님, 이제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다 끝난 것 아닙니까? 스캇 링검펠터 의원이 말없이 자리를 떠났다면 혹시 변심한 것 아닐까요?” 필자에게는 괴로운 질문들이 쏟아졌다. 필자는 하늘이 노랗게 보일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지만 냉정심을 되찾고 글쎄요. 일단 내일 다시 법안 심의와 표결을 한다니 기다려 봅시다. 그리고 스캇 링검펠터 의원의 본심이 무엇인지 지금 당장 알아보러 가봐야겠습니다하며 링검펠터 의원의 사무실로 향했다.

필자는 링검펠터 의원의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보좌관에게 링검펠터 의원이 어디 있는지 물었다. 보좌관은 링검펠터 의원은 지금 다른 법안 심의 중이고 다 끝나면 사무실로 돌아 오실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필자는 그러면 의원님이 돌아오실 때까지 우리 모두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하고 소파에 앉았다. 다른 지역 한인 단체장들은 매우 흥분한 목소리로 링검펠터 의원이 변심한게 분명하니 이에 대한 대책 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필자가 평소 많이 좋아하던 특파원 한 명도 필자에게 다가와 회장님, 아무래도 법안이 물건너 간 것 같습니다. 제가 취재하러 다니면서 이런 비슷한 상황들을 많이 봤는데 결과적으로 스캇 링검펠터 의원이 마음을 바꾼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필자는 차분하게 좋습니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일단은 링검펠터 의원에게 확인을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후에 대책 회의를 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링검펠터 의원을 믿습니다. 그는 절대 변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나의 버지니아 사관학교 10년 선배이자 미 육군 장교로 한국 근무도 두번씩이나 했던 친한파 의원

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일단 기다려 봅시다라고 말한 후 침묵을 지켰다.


Scott Lingamfelter.jpg

<스캇 링검펠터 의원 페이스북>


1시간 정도 기다리자 드디어 링검펠터 의원이 사무실로 돌아왔다. 필자와 여러 한인들이 사무실에 진을 치고 있는 모습에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또한 여러 특파원들이 링검펠터 의원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대니 더욱더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필자가 다가가 스캇! 어떻게 된 일입니까? 왜 말없이 자리를 떠나 법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으셨습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링검펠터 의원은 다른 회의가 있었습니다. 다른 법안 회의에 내가 소위원장을 맡고 있어 할 수 없이 자리를 뜬 것입니다. 내가 떠나도 공화당 의원들이 5명이나 있기 때문에 당연히 법안이 통과될 줄 알았습니다. 어쨌든 법안 심의 일정이 다시 잡혔으니 내일 나의 공식 입장을 표로써 밝히겠습니다하고 양해를 구한 후 사무실로 들어갔다. 필자와 한인들은 기자들과 함께 스캇 링검펠터 의원의 사무실을 빠져 나왔다.

필자의 마음은 무거웠다. 그리고 걱정이 됐다. 링검펠터 의원이 본인의 표를 다른 의원에게 위임(委任)하고 자리를 떴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텐데 왜 그냥 갔을까? 여러가지 의문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물론 여기서 법안이 부결되더라도 이미 상원에서 통과된 법안이 하원으로 넘어와 교차심의가 이뤄지니 기회가 또 한번 있긴 했다. 하지만 이번에 하원 소위원회에서 부결된다면 두번째 기회가 와도 똑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겠는가? 그러니 무슨 일이 있어도 여기서 꼭 통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무거운 마음으로 워싱턴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도중 수많은 전화 문의를 받았다. 한인 단체장들은 물론이고 기자들도 스캇 링검펠터 의원의 변심에 무게를 두는듯 했다. 그에게 무슨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뭔지는 모르겠지만 느낌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왠지 내일 다시 표결을 하면 꼭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워싱턴에 돌아온 필자는 여기저기 연락을 취하고 워싱턴 한인연합회 사무실에서 다른 단체장들과 모여 대책 회의를 했다. 이번에야 말로 한인들을 최대한 동원해 버지니아 주 의회로 내려가서 하원 의원들을 강력히 압박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필자는 이곳저곳에 전화를 걸어 이번에는 버스도 여러대 대절하고 워싱턴 지역 한인들을 최대한 많이 동원해야 합니다. 특히 버지니아주 다른 지역에서도 인력을 동원해야 합니다라며 간곡히 부탁했다. 그래도 불안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는 없었던 필자는 팀 휴고 의원에게 전화해 링검펠터 의원의 행동에 대해 물어봤다. 휴고 의원은 같은 시간에 다른 법안의 심의가 있었는데 링검펠터 의원이 그 위원회의 위원장이었기 때문에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자기 표를 다른 공화당 의원에게 위임하지 않았던 이유는 공화당 의원이 5명이나 되니 당연히 법안이 통과될 줄 알아서 였다고 말하더군요. 내일 한인들을 최대한 많이 동원해 오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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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마스덴 의원을 비롯한 다른 의원들에게도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아봤다. 링검펠터 의원이 팀 휴고 의원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서로 감정적으로 대립을 하고 있다는 의견도 듣게 됐다. 하지만 아무도 링검펠터 의원이 변심을 했을 가능성은 제기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공화당 의원들이 서로 짜고 의도적으로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화당이 한인들의 법안을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는 것은 결국 한인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였다. 그렇다면 쉽게 동해 법안을 통과시켜 주는 것보다 극적인 상황을 만들고 난후 공화당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한인들을 도와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한인들에게 더 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지 않겠는가. 차분히 생각해보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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