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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희, ‘불멸의 남자 현승효’
1974년 경북대 의대 본과2년, 박정희유신독재 철폐운동 주도하다 제명후 강제징집돼 제대 4개월을 남기고 폭염에 완전군장 구보훈련중 사망한 현승효. 그에겐 뼈가 녹고 피가 말라도 식지않는 불멸의 사랑이 있었습니다. 28개월간 수첩에 빽빽이 적어놓은 그립고 애달픈 연인의 사연들, 30년만에 빛을 본 <내님 불멸의 남자, 현승효>를 뉴스로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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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님, 불멸의 남자 현승효’ (12)

빛나는 당신이 저의 기쁨입니다
글쓴이 : 현승효노천희 날짜 : 2020-10-01 (목) 04:31:20

빛나는 당신이 저의 기쁨입니다

 

 

***그리운 내님이여!

지금 무얼 하고 계시나요? 오지 않는 잠을 청하느라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시지나 않는지요. 저는 저녁밥을 먹고는 당신 이름 몇번 부르다 잠이 들어 한잠 달게 자고 일어나 세수를 하고 당신이 계신 곳을 향하고 앉아 이글을 씁니다.

 

제가 가장 안타까웠을 때는 당신이 공복을 느낄 수 없다 할 때와 밤에 푹 잠들 수 없었다 할 때 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당신을 만난 후에 그런 말을 한 적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요새 저는 밥 먹고 돌아서면 배가 고프니 웬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당신 말씀대로 당신 따라 다니며 배만 키웠나 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보건체조부터 합니다. 잠이 모자라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귀찮아집니다만 어디선가 당신이 야단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 얼른 해버립니다. 우리 집에 사는 사람들이 저의 모습을 보고는 너무너무 박력있게 한다고 우서워 죽겠다 합니다. 한번 따라 해보더니 하루 종일 근육이 당겨 아프다고 난리입니다.

 

밥도 조금씩 남기고 싶으나 당신 생각하며 에라이 모르겠다 하고 다 먹어 치웁니다. 이제 자는 것도 먹는 것도 당신 간섭이 없으면 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당신은 저의 생명입니다. 갈증나는 듯한 이 그리움은 언제, 도대체 얼마나 더 있어야 풀 수가 있겠는지요.

 

당신은 혹 잠시나마 모든 것을 체념하고 계시지나 않는지요. 제가 가장 두려워 하고 있는 것은 당신이 저에게서 멀리 있어 볼 수 없는 게 아니라 저와의 사랑을 허망한 일이라 생각하는 것입니다. 제가 시선을 두는 곳에는 어디에나 제 사랑하는 님 당신이 거기에 있습니다. 제 가슴은 당신 생각만으로 가득 차서 아무 것도 그 틈을 비집고 들어 올 수 없습니다

 

그러나 나의 님이여, 노야 없는 자유의 희열보다 노야 있는 속박과 구속을 택하겠노라고 하셨지만 그래서는 안됩니다. 당신은 무언가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이 있고 남자로서 공적 생활이 있고 그리하여 당신의 시선은 늘 저를 넘어서야만 합니다. 어딘가로 시선을 향하는 동안에 저는 갑자기 외로워 지기도 했습니다만 그것이 당신을 빛나게 해준다는 것에는 조금도 의심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빛나는 당신을 보는 것이 저의 기쁨이고 행복입니다.

 

당신이 말해 주지 않더래도 저는 다가올 앞날이 빛나는 날이 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저는 혼자서 키득키득 웃을 때가 많이 있습니다. 길을 걷다가, 밥을 먹다가, 수업 중에도, 혹은 수업이 빈 시간에 자리에 앉아 당신이 저를 웃겨 주던 일이 수시로 생각나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옆에 사람들도 괜히 즐거워 하며 따라 웃곤 합니다.

 

, ! 빨리 만나고 싶습니다. 화낼 때는 그렇게도 무서운 얼굴이 또 한없이 부드러운, 약 올려 놓고 방방 뛰는 것을 재미있어 죽겠어 하는 능글능글한 웃음, 그 모든 당신의 얼굴이 보고싶어 죽겠습니다. 빽빽 질러대는 고함은 졸병이라 지를 수도 없겠네요. 나는 졸병들 천지인데. 막 폼 잡으며 훈계도 하는데

 

27일 큰형과 주선생님께 또 편지 올렷습니다. 선생님께는 몇차례 글을 올렸으나 아직 한번도 답장을 못 받았습니다. 아마 좋은 소식 주시게 될 때까지 미루시나 봅니다. 영순도 몇 번에 한 번 답장 줍니다. 우리 둘은 편지질만 늘 것 같습니다. 마음을 붙일 데가 없어 이사람 저사람에게 편지하며 위안을 받으려 몸부림을 칩니다.

 

영순 수남 진미가 나이팅게일 선서하는 Cap식에 어머님이 오셨더라 했습니다. 쓰노라니 한이 없습니다. 당신이 읽기 전에 다른 사람이 먼저 읽지나 않는지요. 건강하시고 이만 안녕.

1975430, 노야

 

 

***나의 밉상 당신에게

마지막 수업을 하고 왔습니다. 한 시간 후 종회를 해주고 나면 오늘 일은 다 끝납니다. 제가 담임 맡은 반은 2학년 4반 여학생들입니다. 선생님들이 다 좋은 반이라 칭찬도 하고 4월 월례고사에는 2학년에서 1등을 했습니다.

 

오늘은 1학년 1반의 쬐끄만 남학생 주번이 시작종이 울리자 교무실 앞에 서 있다가 제가 들고 있던 출석부 책 분필통을 받아 들고 딸랑달랑 앞장 서서 걸어가는 모습에 미소가 퍼지고, 끝나는 종이 울리자 빨간 물수건을 예쁜 쟁반에 받쳐들고 손 닦고 가십시오하면서 생글생글 웃는 게 얼마나 귀여운지 모릅니다.

 

1학년 때는 남자애들이 여자애들보다 하는 짓이 훨씬 더 사랑스럽습니다.

며칠 전에는 1학년 다섯 반을 돌며 숙제 안 해오고 가르쳐 준 것을 못 읽으면 손바닥도 때리고 집에도 못 간다 했더니 아침 저녁으로 어느 반은 담임선생까지 같이 앉아 점심시간에 영어책 읽는 소리가 학교 안에 울려 퍼졌습니다. 손바닥 때린 일은 내내 찜찜합니다.

 

한반에 학습지진아가 몇명씩 꼭 있는데 일일이 개별 지도를 하니 수업은 하루에 서너 시간 밖에 안되어도 많이 피곤합니다. 당신이 옆에 계시면 이런 저런 좋은 얘기 많이 해주실텐데 아쉽습니다. 당신과 헤어진 게 벌써 두달하고도 열흘이 지났습니다. 이곳은 아직도 하루는 봄이고 그 다음 날은 겨울이고 그렇습니다.

197551, 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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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님!

하숙집 아줌마는 사람이 왜 그리 눈치가 없는지 모르겠어요. 오늘도 편지를 받아 두고는 실컨 있다 주잖아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용기를 내어 나한테 편지 온 것 없어요?” 물을 때는 없어 안 주고 또 물어 볼까 말까 망서리다가 포기한 날에는 뒤늦게 모른 척하고 쑥 내미니 약이 올라 미치겠어요.

 

당신, 도대체 어떻게 된거예요? 417일 경에 배출되어 논산을 떠난다 하고선 어디로 간다는 소식이 오지 않으니 어떻게 된건지. 답장 못 받아 보고 답답해 할 당신 생각하면 저도 미치겠어요. 28일 아침에 엽서 한장 우선 보라고 띄웠는데 오늘 쯤은 받아 보아 그간 써놓기만 하고 띄우지 않은 이유를 아셨겠지요.

 

모든 사람들이 저와 같은 생각으로 당신께 편지를 못 띄우고 있을거예요. 영순은 제게도 좋은 소식 기다렸다 기쁘게 해줄려고 늘 저의 편지에 답장이 늦었다 하는군요. 자신은 의대 부회장, 수남이는 부학회장, 진미는 의대 여학생 부장이라는군요, 주선생님은 모든 시름과 분노를 바쁘게 일에 몰두하며 잊으시려는 것 같습니다

 

큰형님은 지난 편지에 저보고 갖은 애를 다 쓰고 계시나 생각대로는 잘 안될 것 같다 하십니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고 있더라도 인간은 살아 가노라면 어느 곳에서고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으니 잘 되지 않겠느냐면서 용기를 잃지 마라고 신신 당부 하셨습니다

 

많은 사람이 당신 일로 고심하고 있습니다. 부디 속상해 하지 마세요. 그런 당신 생각하면 저는 참을 수가 없습니다. 진정으로 당신은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뜻이라 생각하는지요.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야 저는 무얼 더 바라겠습니까

 

나의 님이여 무슨 생각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지요. 무슨 생각이나 할 짬이나 있는지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무인고도에 와 있는 외로움에 휩싸이고 계시겠지요. 오지않는 배를 기다리며 바다를 바라보는 로빈슨 크로소우 같은 기분이 든다는 말에 얼른 달려 가고 싶은 충동이 일어 났습니다. 저를 보시면 좀 나아지려는지.

 

면회는 언제 된답니까. 전선에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디든 찾아 가겠습니다.

7311월 마지막 주에 당신은 또 보따리를 싸 갖고 어느 암자에 박혀 있다 나온다면서 훌쩍 떠나서 편지를 주셨지요. 그때도 수배를 받아서였는지

 

 

----!

당신의 배려로 고속버스를 무사히 타고 김천에 내렸소. 도착하니 8시가 조금 넘었소. 그대가 똘똘 뭉쳐 싸준 사탕봉지를 택시에 두고 내려 미안하외다.

 

내일 이곳에서 좀 떨어진 암자로 갈까 하는데 거기서 자리 집히면 편지 다시 하겠소. 무척이나 달이 밝구려. 꼭 노야의 눈알 같소. 역시 당신과 내가 숨 쉬기엔 이 땅이 너무나 좁은 것 같소.

곧 만납시다.

 

이 지구상에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당신의 사랑에 나는 너무도 죄스러울 뿐이오. 내가 이 세상에서 누군가에게 죄를 많이 지었다면 아마 당신일거요. 그렇게 느끼고 있고 그럴 것이요.

 

! 호롱불이 하늘하늘 거리오. 그대가 사준 우표 5장은 봉투 안에 없구려

내일 다시 찾아 보겠소.

 

사랑하는 나의 노,

많이 먹고 잘 자고. 내가 항상 원하는 것이 무언지 노야는 잘 알거요. 막 문득 느꼈는데 사랑한다는 것은 갸날프게 느낀다는걸거요.

, 곧 편지 하겠소,

11.23. 1973, .

 

 

----노야!

그저께는 白雪滿乾坤했소

눈속을 30리 걸어서 이곳에 왔소. 오늘 西少에 있는 암자로 갈려고 하오.

눈에다 노야의 이름을 써놓고 왔소. 대구 소식은 여하한지?

123(일요일) 오후 2시에 김천 역에서 만납시다. 권배와 같이 오오.

이 편지 받으면 편지 한장 내어 주고 그럼 건강히 잘 있소. 전번 편지는 받았소? 안녕,

1973, 11,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노천희, 내님 불멸의 남자 현승효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nbnh&wr_i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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