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파리 : 서울 :   시작페이지로 설정 즐겨찾기 추가하기
 
 
 
꼬리뉴스 l 뉴욕필진 l 미국필진 l 한국필진 l 세계필진 l 전문필진 l 사진필진 l 열린기자 l Kor-Eng    
 
미국필진
·권이주의 美대륙을 달린다 (122)
·김동석의 워싱턴워치 (79)
·김수복의 자력갱생 북녘경제 (11)
·김중산의 LA별곡 (56)
·김창옥의 빌라레비 훨훨 (11)
·김태환의 한국현대사비화 (73)
·김현철의 세상보기 (121)
·노정훈의 세상속으로 (31)
·노천희, ‘불멸의 남자 현승효’ (11)
·로빈의 스포테인먼트 (104)
·세등스님의 세상과 등불 (5)
·신필영의 삶의 뜨락에서 (34)
·오인동의 통일 고리-Gori (41)
·장호준의 Awesome Club (118)
·피터 김의 동해탈환 이야기 (52)
·한동춘의 퍽 환한 세상 (15)
·한종우의 시사아메리카 (13)
노천희, ‘불멸의 남자 현승효’
1974년 경북대 의대 본과2년, 박정희유신독재 철폐운동 주도하다 제명후 강제징집돼 제대 4개월을 남기고 폭염에 완전군장 구보훈련중 사망한 현승효. 그에겐 뼈가 녹고 피가 말라도 식지않는 불멸의 사랑이 있었습니다. 28개월간 수첩에 빽빽이 적어놓은 그립고 애달픈 연인의 사연들, 30년만에 빛을 본 <내님 불멸의 남자, 현승효>를 뉴스로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총 게시물 11건, 최근 0 건 안내 글쓰기
다음글  목록 글쓰기

‘내님, 불멸의 남자 현승효’ (11)

글쓴이 : 현승효노천희 날짜 : 2020-09-08 (화) 06:40:12

당신의 작은 꽃이고 싶습니다

 

618, , 1975

눈울 뜨면 태권도 노가다 생활의 시작이다. 왠지 허리가 결려서 허리운동을 한참 하고 나니 풀린다. 모든 깊이있는 생활과 고상한 사고를 할 수 있는 것은 여유에서 비롯된다. 이건 뭐 사역 아니면 운동 사역으로 사람을 그냥 두지 않는다. 뭐 배울 만한 것으로 일을 바꾸든지 어떻게 해 봐야지 이러다간 바보가 되겠다. 머리가 티미해 진다.

수요일이라 교회 언덕에 앉아 로마서를 다 읽고 이글을 쓰고 있다. 예수가 죄의 본체인 육의 모습으로 태어나셔서 죄의 값인 사망을 하고 다시 사셨다 함은 영적으로 사셨음을 의미하는거다.

 

영적으로 성령에 접해서 그는 죽음을 초월하고 부활하게 되었다. 로마서 전반에 걸쳐 하는 얘기는 너무도 인간적이다. 뭇 인간을 하나님 바깥에 두시는 것은 그만큼 하나님의 은총과 은혜를 크게 하시려는 의도다 함은 인간의 자유의지와 취사선택의 자유를 주시면서도 그의 전능함을 나타내시기 위해 그는 미리 구원하실 자를 예정하셨다 한다. 그래서 인간적인 것과 신적인 것은 융화될 수 없는 원수의 관계에 있는가 보다.

전지전능하신 주라면 왜 선과 악, 미와 추, 진과 오를 상호 양립해 놓았을까. 그것은 나의 지성으로선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선의 존재와 그 미쁨(믿음직하게 여기는 마음)의 빛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악이 존재하는 것이며, 여기서 악이란 이성의 狡智(간사한 재주와 꾀) 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만드신 인간 중에 구원을 받을 자와 받지 못할 자를 미리 지으심은 버림받은 자로 인해 하나님의 존재와 그 살아계심을 현현케 하기위한 것이다.

또 취사선택을 일차적으로 인간의 자유의지에 맡기시나 동시에 성령이 임하므로 믿음을 가지게 한다. 즉 하나님이 먼저 손을 내미심으로 어떤 이가 믿음을 가지

게 된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러면 여기서 인간의 자유의지란 뭔가? 여기에 모든 비밀이 내재한다. 여기선 신도 탄식한다. 그것은 신이 자신의 형상대로 인간을 만들 때 살며시 불어 넣은 신적 생명의 한 부분이다.

 

그러기에 인간은 신의 한 조각일 수가 있고 자신이 가진 가능성 속에서 개념적 인식을 할 수 있고 목표와 목적을 설정하고 또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는 가능성 속에서 자신을 실현하며 자유로운 존재로서의 가치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기에 인간은 신 자체까지도 인식할려고 노력한다.

6 19,, 1975

19일은 너무 바빠서 20일날 쓴다. 오전에 눈을 뜨자마자 노가다 사역이 계속되어 잘 때까지 일의 연속이라 일기를 쓸 여가가 없었다. 제상열 병장이 집에 다녀와서 약을 가져다 주고 한산도도 한갑 주고 갔다. 가는 곳마다 고마운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오후에 일을 하고 있는데 중대장님이 부르시기에 갔더니 한아름 노야의 편지를 건네 주신다. 4월 달부터 써둔 편지들. 풀밭에 앉아 그놈을 읽고 있으려니 눈물이 쏟아져 애를 먹었다. 목구멍이 막혀 숨이 가쁘고 시야가 흐려져 편질 읽는데 한참이나 시간이 걸렸다.

그 사랑, 그 애틋한 사연이야 어이 다 필설로 형언하나. 나를 이젠 아무에게도 빼앗기지 않겠다는 얘기, 그렇다면 그건 자기와의 이별이라는 말. 나 역시 이젠 너외의 누구에게도 내 자신을 빼앗기고 싶지 않아.

밤에 인사계와 중대장이 불러 가보니 이번 토요일은 면회가 없다고 한다. 대통령 하사금으로 회식을 하기때문에 일체 금지하니 자기들이 알아서 면회를 시켜주겠다고 한다. 고마운 일이다. 밤에 곤히 자고 다음 날을 맞이하다.


KakaoTalk_Photo_20200508_0928_44964사제편지, 이 편지가 들켜 심문 받았다 합니다..jpg

 

 

노야가 4월에 써 두고 못 부친 편지 11

 

***그리운 당신께

저는 또 어쩔 수 없이 당신 생각에 잠기어 듭니다. 이 저녁 당신은 어느 지붕 아래 있는지요. 오늘 쯤이면 이동이 다 결정되었겠지요. 대구 당신 집으로 전화를 내어 볼까 하루종일 망설이다. 그만 뒀습니다. 웬지 두려워서입니다. 4차례 보낸 글은 다 받아 보았는지요.

 

제가 보낸 첫번째 편지는 당신이 보낸 세번째 편지로 손에 넣으셨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루에 하나씩 편지 주겠다고 하고선 왜 이제껏 감감 무소식인지요. 하루 일과를 마치고 피곤한 몸으로 돌아와서 주인 아줌마의 눈치를 살피다가 아무 표정도 발견할 수 없으면 서글퍼 집니다. 그 흔하디 흔한 눈물도 이젠 다 말라버리고 그냥 가슴이 막막해져 옵니다.

 

꼭 꼬집어 말 할 수 없는 형언할 수 없는 생각들로 가슴은 가득 차 옵니다. 둔한 제가 이런데 예민한 당신 마음이야 오죽하시겠습니까? 저로 인해 당신은 또 하나의 고통을 지니게 되었군요. 부디 제 걱정은 말아 주십시오. 설사 당신이 제게 걱정과 번민을 주셨다 해도 당신이 없고 번민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립고 그리운 당신이여! 당신을 사랑하는 제가 아니라면 무엇이겠습니까

 

바다는 학교 뒤 언덕 위에만 오르면 항상 있습니다. 파도는 끝없이 밀려 와 하얗게 부서지고 또 부서지고 합니다. 저는 속절없이 바라 봅니다. 무언가 의미가 다가 오는데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이곳에 와서 정말 좋은 것은 대자연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날로날로 제 몸과 마음은 맑아지고 신선해져 언제까지나 당신의 작은 꽃이고 싶습니다. 저는 능히 지금의 이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신도 이제껏 몇 년간 쌓여 온 정신의 피로를 완전히 풀어 버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 말씀대로 하느님이 우릴 도와 모든 게 잘된 것 같습니다. 당신과 함께 할 환희의 그날을 기다리며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겠으니 당신도 늘 여유를 가지고 당당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또 쓰겠습니다. 안녕!

1975418일 노야.

 

 

***보고싶은 당신

오늘 저녁에는 몇몇 선생들과 학부형 집에 초대받아 갔습니다. 술자리가 벌어 지길래 혼자 살짝 빠져 나와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어스름 달빛 아래 밤길은 마치 루오의 그림에 나오는 그 밤길같이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이 밤도 당신과 저의 지난 날을 회상케 해주었습니다.

 

5년을 우리는 늘 함께였지요. 거의 매일 보는데도 늘 그리웠지만 보고싶을 때는 제가 달려가지 않으면 당신이 제게로 달려 왔는데 이제는 오도가도 못하고 홀로 당신을 미치도록 그리워 하게 되었습니다.

 

사랑하고 사랑하는 당신이여! 만나서는 금방 가 버린다고 저는 늘 당신에게 투정만 부렸지요. 하느님이 절 벌주시느라 제게서 당신을 떼어 가셨나 봅니다. 저의 글은 다 받아 보셨나요. 당신께 바치는 글이 엉뚱하게 어느 무뢰한의 손에 들어 가 웃음거리로 읽혀 지지나 않나 마음을 몹시 졸였습니다.

 

일전에 큰형께 편지를 올렸더니 사랑하는 노양! 이라고 시작한 글은 애정이 듬뿍 들었습니다. 우리는 떨어져 있지만 늘 함께 하고 궁극적인 인생의 승리자는 우리일 거라고 부디 한자리에 모일 그날까지 건강하게 살아가자고 눈물로 당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당신과 저의 걱정을 지극스레 하셨습니다. 당신이 긍금하여 사람을 논산으로 보내어 기다리시는 중이라고 하셨습니다. 당신 말씀대로 우리를 걱정해 주시는 분은 너무나 많습니다. 이분들께 보답하는 길은 건강하고 충실한 하루를 보내고 당신을 다함없이 사랑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는 어디 쯤 되는지요. 손바닥만한 나라 어딘들 못 찾아 갈랴구요. 빨리 얘기해 주세요. 당신은 내가 보고싶지 않으신가요. 당신을 찾아 갈 생각에 가슴이 뜁니다.

 

주선생님께는 간간이 편지 올리고 있고 당신 부모님께도 그간 세차례 편지 드렸습니다. 58일 어버이 날에는 당신 대신에 조금이나마 송금을 할려고 하고 있습니다. 국이라도 끓여 두분이 드시라구요. 당신이 건강하게 생활을 아무 탈 없이 하는 게 두분께 하는 효도라 생각됩니다.

 

저는 전임강사로 발령받았다가 420일자로 정식교사로 발령받았습니다.

학교 일도 이제 수월하고 아침에 일어나 운동하고 밥도 잘 먹고 있습니다.

뜸을 들여 우리의 만남이 찬란하기를 빌며서 당신이 부르는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안녕.

1975425일 노야

 

 

****그리운 당신이여

지금 죽포는 천지가 안개로 덮여 있고 축복처럼 봄비는 나려 겨우내 굳었던 땅을 촉촉이 적셔주고 있습니다. 바다와 하늘은 하나를 이루어 자욱한 안개로 젖어 마치 태초의 그 어느 날의 아련함 속으로 사라져 버릴 것 같습니다.

 

토요일 오후, 한 둘 교무실을 다 빠져 나가고 저는 제 책상 위를 정리한 뒤 턱을 괴고 앉아 혼신의 힘을 다해 그 어느 곳인가 이제는 가장 정이 가는 곳 당신이 발을 디디고 섰을 땅을 향해 마음을 가다듬고 있습니다.

 

오후의 권태로운 저 시계 종소리는 지금은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이 아름다운 음향으로 귓가를 울려주고 있습니다. 모든 것은 새롭게 느껴지고 새롭게 들리고 새롭게 보일려는 찰라입니다.

 

그래요! 내 가슴속이 당신 생각으로 가득차 있고 당신은 가슴속에 노야를 품고 계신다면 우리 두사람은 멀리 있으나 멀리 있음이 아니라는 것을. 그게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같은 대구에 있을 때에도 당신이 제 곁에 없을 때에는 저는 마치 멀리 당신과는 수만리 먼 곳에 떨어져 와 있는 것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당신은 어디인지도 모르는 곳 멀리 있으나 당신은 제 곁에 있습니다.

 

그 어느 여름 날 공평동 당신의 우묵한 집, 캄캄한 골목 당신의 집 담벼락에 붙어서서 담 너머 만개한 라이락과 장미에게 웃음을 보내는 달을 쳐다보며 당신의 오랜 친구 곰삭은 친구 권배 씨와 두런두런 한담을 나누는 당신의 음성과 가래 뱉는 소리를 숨을 죽이며 듣고 있던 그 밤이 생각납니다.

얼마나 가슴이 설레고 또 불현듯 얼마나 외로웠는지요. 그 밤의 당신의 가래 뱉는 소리가 생생히 들려오는 듯 합니다.

 

비가 오면 막사 안으로 비가 새어 들어오지 않는지요.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는 당신을 우울 속으로 빠뜨리지나 않을까 불안합니다. 당신 곁에는 제가 누워 있고 우리는 지극히 온화한 마음으로 빗소리를 음악인 양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당신은 제 마주편에 있는 걸상에 앉아 저의 눈을 그윽히 들여다 보고 있네요.

 

70년 여름, 처음 저를 따라 온 뒤 한 두 세번 쯤 만난 후였나? 대성학원 서울대반 교실 안에 앉아있는 저를 교실 바깥 계단 한 복판에 담배 한대를 피워 물고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이 보거나 말거나 싹 무시하고 낄낄 웃으며 나만 뚫어지게 바라보던 당신의 배짱좋던 얼굴이 생생히 떠 오릅니다.

 

그때가 참으로 그립군요. 너무 부끄러워 옆에 앉아 있던 순지 보고 문 좀 닫고 오라 하면 그때는 아무 것도 모르는 순지가 일어나서 문을 닫고 오자 마자 당신은 친구를 시켜 금방 확 열어 버리고 몇번을 그랬으니 사람들이 저것들 뭐 하노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참 별난 짓을 다 하더니.

 

그리고 수업이 끝나 대성학원 골목에 2, 3천명의 재수생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 집으로 가는 골목 저어 쯤에서 내 뒤에다 대고 노가야, 노가야!” 소리소리 불러대며 따라 오는 것은 무슨 짓인지요. 뭐 저런 화상이 다 있노 참 난감했지만 지금에사 재미있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잠면이 되었네요.

 

비는 좀체로 멎지않고 거세어져 갑니다. 이제 집에 가서 따뜻한 아랫목에 배를 대고 쾌적한 오수를 청해 볼까 합니다. 이만 안녕!

1975426일 노야

 

(우체국에 편지 부치러 갔다가 혹 배치되어 딴 데로 떠나면 못 받을 것 같아 그냥 가지고 돌아 왔습니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노천희, 내님 불멸의 남자 현승효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nbnh&wr_id=1

 

 


다음글  목록 글쓰기

뉴스로를말한다 l 뉴스로 주인되기 l뉴스로회원약관  l광고문의 기사제보 : newsroh@gmail.com l발행인 : 洪性仁 l편집인 : 盧昌賢 l청소년보호책임자 : 閔丙玉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기아50133(2010.08.31.) l창간일 : 2010.06.05. l한국 :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산두로 210 / 미국 : 75 Quaker Ave. Cornwall NY 12518 USA
뉴스로 세상의 창을 연다! 칼럼을 읽으면 뉴스가 보인다!
Copyright(c) 2010 www.newsroh.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