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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희, ‘불멸의 남자 현승효’
1974년 경북대 의대 본과2년, 박정희유신독재 철폐운동 주도하다 제명후 강제징집돼 제대 4개월을 남기고 폭염에 완전군장 구보훈련중 사망한 현승효. 그에겐 뼈가 녹고 피가 말라도 식지않는 불멸의 사랑이 있었습니다. 28개월간 수첩에 빽빽이 적어놓은 그립고 애달픈 연인의 사연들, 30년만에 빛을 본 <내님 불멸의 남자, 현승효>를 뉴스로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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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속 한가닥 명예가 있기에

글쓴이 : 현승효노천희 날짜 : 2020-08-23 (일) 11:00:10

내님, 불멸의 남자 현승효 (10)

614, , 1975

아침부터 사역이다. 수도공사를 계속하다. 나는 지금 2m가량 깊이 사람 하

나 다닐 만한 호 속에 들어와서 흙을 밖으로 퍼내고 있다가 짧은 휴식시간

에 이 글을 쓰고있다. 3년이란 세월이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닐진대 최대한

으로 이 3년을 잘 요리해야 한다. 아마도 졸병 시절에 공부를 한다는 건

불가능할 것 같다.

지난 날 노야와의 아름답던 추억들, 안 가본 데가 없이 거닐던 서울과 대구 거리들. 그리고 얼마나 그녀를 애타게 만들고 기다리게 하고, 불쾌하게 했던가.

이젠 그녀만을 위해 살 수 있는 지혜를 배우고 있다. 우리의 사랑은

6월의 태양보다도 뜨거웠고 강열하다.

 

군에 오고부터 나는 내가 아니다. 정신도 멍하고 뭣을 해야 좋을지도 모른다. 군이란 일체의 specificity를 부정한다. 그냥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 무척이나 덥다. 쨍쨍 내리쬐는 태양 아래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무척 괴롭다. 막걸릴 한잔 한 것이 억수로 취한다. 나이어린 고참들의 욕

설과 인상이 나에겐 마음의 부담을 줄 수 없다. 어린 아이들이려니 하고 이

해한다.

박희명 학장이나 그외의 사람들이 이처럼 괴로운 나의 나날을 안다면 송구

스러움에 머릴 숙일거다. 허나 누구나 다 하는 일이니까 별로 심각할 것은 없다. 모두가 땀을 흘려 소금에 저린 옷을 입고 다닌다. 몸이 몹씨 가렵다.

여긴 물사정이 좋지 않아서 목욕을 하려면 주말에 도랑에 나가야 한다. 일을

하면서 한잔 먹은 술이 몹씨 취한다. 몽유병자처럼 몸을 움직인다. 그래서

그런지 덜 괴롭다.

노얄 만날 날이 하루하루 당겨진다. 보면 무슨 말을 할까, 어떤 얼굴을 할까.

노얀 눈물이 많은 사람이니 틀림없이 울거야. 그리고 뒤에 남은 사람들, 후배들, 스승님들, 나의 유일한 재산이다. 정영순, 주선생님, 고마운 분들 잊을 수 없는 사랑의 파편들이다. 선생님이 내게 주신 사랑은, 한 스승과 제자 사이의 그처럼 깊은 사랑은 아마 나의 모교가 생기고 난 후 처음이리라. 모교 역사가 낳은 최대의 문제아가 나였으니까 동시에 그 사랑

도 그만큼 뜨거웠으리라.

점심을 한그릇 건지고 있으려니 환자를 싣고 양평 너머에 있는 후송부대로 간다기에 서동현 중위에게 따라가게 해달라고 부탁 같이 가게 되었다. 차를

타고 빠져나온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역시 같은 졸병들 중에서도 특별대우다. 가는 길에 강에서 목욕도 할 예정이란다. 얼마나 멋진 일이냐. 부모님과 노야가 온다는데 깨끗이 씻어야지.

 

환자는 장티부스라는 데 군의관이 알게 무어냐. 갓 졸업했는데 어떻게 아나.

이래서 군에선 병이 나면 큰일이고 죽는 사람도 많다. 지금 여기서 바라보면 남한강이 무척 가까이 보이고 강을 따라 달리는 열차의 기적소리도 들려 오고 새소리는 한결 가깝다.

여기서 정신병 환자를 봤다. 이곳 군의관이나 무지막지한 위생병 놈들은 겁

에 질려 자기 형을 데려오겠다는 환잘 몽둥이로 때려서 기절시키고는 차렷

열중 쉬어 정말 군대식으로 다룬다. 저주받을 장면이라 눈을 감고 나왔다.

고독이라는 걸 생각해 보다. 예수가 죽음의 장소로 끌려가기 전, 게세마네 동산에서 주님께 마지막 기도를 올릴 때에 그가 평소에 그렇게도 사랑하던 세 제자마저도 쏟아지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있을 때 너희가 그 잠시를 참지 못하고 졸고 있구나 하신 말씀. 그는 불안과 공포때문에 자지 않고 지켜 줄 제자를 찾아본다. 그러나 그들 중 한 명도 깨어있는 자가 없었다.

 

그때 그의 가슴에 사무치게 파고 들었던 고독. 그러나 그는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 속에서 이것을 초탈한다. ‘나의 뜻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 모든 것을 자기의 의지 바깥에 있는 여호아께 맡기고 자신을 던질 때 그는 평화를 찾는다.

오늘은 그런대로 신나는 하루다. One day of Sunghyo 같은 날이다. 돌아

오는 길에 멀리서 바라만 보던 남한강에 가서 서중위님이랑 고참 두명과 함께 목욕도 하고 속옷도 벗어서 빨아 입었다. 몸을 씻는다는 것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나는 요한이 요단강에서 세례를 주는 폼으로 물을 덮어썼다. 물로 세레를 준 요한은 때를 벗기듯이 인간의 죄를 씻어 주었으나 이것은 씻어 준 것에 불과하다. 예수가 불과 성령으로 세례를 주었다함은 태워 없이함을 의미하

는 고대인의 예지었다. 각설하고 오늘 하루는 운수좋은 날이었다. .

목욕을 하고 ambulance(물 위에 세워 두었다) 에서 뻥과자를 먹는 즐거움 그

리고 개운한 마음으로 화랑담배 한개피 태울 땐 부러운 게 없다. 혼자 히덕

히덕 웃으며 서 있는 내 모습은 가관일 거다. 돌아오니 동료들은 배구사역을

한다.

 

나는 이것을 사역이라 부른다. 졸병은 공만 주우러 이리 뛰고 저리 뛴다.

나는 배구사역은 빠지고 그냥 고참들이 어질러 놓은 식기만 대여섯 개 닦고 그만이다. 지금 황혼에 비껴서서 이글을 쓰고 있다. 내일은 일요일이니 교

회를 갈 수 있고 성경을 읽을 수 있는 시간도 얻을 수 있겠지.

 

군인이 되고부터는 부끄러움도 염치도 없어졌다. 맨발로 다닌다. 나의 옷차

림은 원래 개판이지만 이젠 더욱 아무렇게나 걸치고 만다. 목욕을 하고 오

는 길목에서 고참들 심부름갈 때 맨발로 개군면으로 가서 입에는 20원짜리

호빵을 하나 우물거리면서 젖가슴이 유난히 큰 시골 아가씨가 있는 가게엘

가니 나를 우습게 본다. 빤히 쳐다보는 모습이 무척이나 재미있다. 요년아

네 앞에 서 있는 사람도 한때는 조선을 쥐고 놀던 사람이야, 하하!

인간이 고독 속에서 신을 생각하며 하는 행위야말로 종교이다 라는 말을 음미해 본다. 인사계 상사가 노야가 면회오는데 편리를 봐주겠다고 한다. 그래서 노야에게 띄우는 편지 한통을 써서 보내다. 밤엔 작은 병에 든 맥주(OB) 한병씩 배급받아 마시다. 고참들은 많이 마신다. 마신 후에는 너도 나도 한마디씩 잔소릴 한다.

 

615, , 1975

시간이 무척 빨리 지나가는 느낌이다. 머리 속은 텅텅 비어가고 세월은 가고.

지금 나는 이놈 저놈 눈치보며 교회 간다고 빠져나와 교회가 있는 언덕에 앉아있다. 노야가 19일 쯤 온다니 이젠 며칠 남지 않았구나.

성경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예수는 한 사람의 위대한 혁명가였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일체의 종교적 관념, 의식, 신과 인간과의 관계 등을

밑바닥에서부터 뒤집어 버렸다. 그래서 그가 보수적 종교인에 의해

십자가에 매달리게 되었지만.

거친 파도에서만이 위대한 선장을 만든다는 말과 같이 60평생의 긴 시간

속에서 볼 때 안이하고 평탄한 인생을 영위하는 사람은 심오한 인생의 깊이

와 뜻을 얻을 수 없다. 고난과 역경과 모험 속에서 그리고 강한 폭풍우와

우뢰 속에서만이 심원한 인생의 깊이와 인격과 세계관이 형성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지금의 이 고난과 뼈를 깎는 아픔이 나와 노야의 인생 전반을 걸친 행로에

빛을 주시려는 주님의 뜻으로 생각하며 감사히 생각한다.

샛별같은 노야의 눈과 예지에 번뜩거리는 내 눈엔 안이하고 무사태평한 삶

이란 별 가치가 없는지도 모른다. 득도의 길이란 이처럼 험난하고 괴로운

것일진대, 혹자는 도중에 포기하고 타협한다. 좁은 문으로 가는 자만이 영

생을 얻을 수 있다. 나는 그 길이 고난과 가시길일지라도 즐거이 그 길을

택하기로 마음 먹은지 오래되지 않는가.

왠지 오늘 쯤 누가 오지 싶은 예감에 종일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데 아니나

다를까 점심을 먹고 있으려니 자형, 누나, 큰형님, 작은형님, 승은이, 광순이,

그리고 사랑하는 후배 재룡이까지 이 먼 길을 달려왔다. 온몸이 흥분에 떨

려 얼굴에는 땀방울이 팥죽처럼 흐른다. 단숨에 달려가 만나서 점심을 같이

먹고 웃고 얘기하며 그 얼마나 기다렸던 시간이었나, 이 순간을!

남한강 줄기를 따라 강가로 가서 멱도 감았다. 소주도 마시면서 그동안 못

했던 얘길 많이 했다.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한 거다. 그분들이 내 군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던 것이 강한 압력으로 좌절되던 이야기, 그리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날 만나러 올 거라는 얘기. 가슴이 뜨거워진다.

저녁 황혼과 함께 그분들은 서울행 버스에 몸을 담으시고. 재룡이와 함께

천서리 주막에서 하루를 묵다. 석양의 낙조를 보며 남한강 줄기에서 마주

앉아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나의 얘기 나의 느낌 그리고 내가 재룡이에게

해줄 수 있는 얘기를 했다. 12시경 돌아와 잠자리에 들다. 술이 만취하여

새벽 4시경 깨어나다. 머리가 좀 띵하다. 모두들 내 몸이 건강해 보인다고 야단이다. 새벽에 주선생님 김재식선생님 이시형선생님께, 시복이 영순이에게

편질 써서 주었다.

나의 노래 나의 뜻이 그들에게 심겨져 숨을 쉬고 있다는 확신을 얻고 가슴이 뿌듯하다. 며칠이 지나면 그들이 달려올테지. 7시경 귀대하면서 포풀라 늘어선 거리에서 재룡이와 작별을 하고 타고가는 버스가 길목을 돌아 안 보일 때까지 지켜보며 보내었다. 찡찡하던 몸이 돌아 와서 태권도를 한판 하고나니 다 풀려 기분이 상쾌하다. 하나남께 감사를 올린 하루였고 많은 소식도 들었다. 이제 노얄 만날 시간도 점점 당겨진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616, , 1975

자형이 가시면서 하시던 말씀, 시를 써보라시던. 써야지. 이젠 시와 노래로 노야에게 편질 써야지. 어제 외박을 나간 것이 노야가 올 때를 예비하기 위한 것이였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민방위 훈련을 한다고 뙤약볕 아래 호 속에 들어앉아 있다. 철모를

쓰고 총을 들고 옆구리에는 방독면을 차고. 발은 맨발이다. 억수로 덥다. 재룡이에게 역사철학 1, 2권을 부탁하고 synopsis of pathology를 가져오라고 했다.

 

오후엔 또 작업이다. 똥무디기를 흙으로 덮는 일이다. 어제 밤 모기에 뜯겨서 그런지 살이 울퉁불퉁해 기분이 나쁘다. 큰형님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는 나의 폐부를 찌른다. 만사에는 cycle이 있는거니까 사태가 호전

될 날이 분명히 있을거다. 그때를 기다리는거다. 여유와 미소를 지니고.

낮은 그렇게 무섭고 괴로운 시간이나 해가 서산에 걸리면 모든게 평화스럽고 얼굴을 씻고 언덕에 올라 가 어둠이 고요히 짙어가는 아랫마을을 바라보면서 낮의 피로를 잊고 짧은 시간이나마 평화에 잠긴다. 이런 즐거움과 기쁨으로 사람은 살아가나 보다. 이렇게 하루가 저물어가는 시간, 저녁 하늘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도 감사해 하고 무사한 내일을 위해 고요히 기도를 드린다.

617, , 1975

좀 피로했던지 아주 잠을 잘 잤다. 더운 날씨 탓인지 아침부터 비가 조금씩 내린다. 비가 와야지 너무 가뭄이 오래 계속되었었다. 이제 모레만 되면

노야가 온다. 오전에 헌혈을 (380cc) 하는 사람에게 집에 보내 준다고

한다.

 

아무도 할려고 하지 않았나 보다. 하기야 제 몸에 피를 뽑고 집에 보내 준

다고 하면 누군들 하고 싶겠나. 오직 나의 피가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그런 정신만이 헌혈할 수가 있다. 중대장님이 나를 불러 하라고 한다. 그래

서 내가 자원하겠다고 하고 나니까 웬지 몸에 힘이 빠진다.

오후에 노야와 시복이의 편지를 받다. 노야가 21일날 온댄다. 인사계님이

고맙게도 3일간 휴가를 주겠다고 한다. 가다려진다. 종일 노가다처럼 일만 한다. 이래선 안 되는데. 이건 군인도 아니고 완전히 노예다.

성경도 이젠 Roma로 들어간다. 조금씩 뜻이 해득되고 기쁨도 적지 않다. 율법이란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 죄를 깨닫게 하는 데 있으나 그것은

사람을 의롭게 하지는 못한다. 죄인임을 깨닫게는 하나 구원은 될 수 없다.

이것을 보완하기 위해 예수가 성령을 입고 이 세상에 오신다. 율법이 없을

때는 인간이 죄를 인식치 못하므로 죄도 없는 거다.

밤에 시복이 노야, 아버지께 글을 띄우다. 새로이 묶은 이 종이도 노야가

올 때까지 충분하지 않겠다. 새 종이가 필요하다. 성경의 구절은 천권 만권

의 책을 능가하는 심오함과 깊이가 있다. 즐거운 일이다. 그저께 강가에서 재룡이에게 했던 말을 되씹어 보았다. 싸움에 지고 난 후 모든 목표가 물거

품처럼 사라지고 내 정신과 몸이 완전히 무기력해졌을 때 나는 새로운 삶의

목표와 깊이를 찾아 몸부림쳤고 그러다 발견한 것이 신앙적 인생관이었고

그 속에서 나는 평화를 누릴 수 있었다고.

지난 날들은 완전히 무기력했다. 패배감과 좌절감이 나를 죽였으니까.

인간이란 희망과 의지하고 안식할 곳이 필요하다. 어쨌든 내가 기독교를

접하게 된 것은 은총이 아닐 수 없다. 군에 입대한 후의 최대의 성과이며

내 인생의 폭을 더해주고 있다.

 

예수가 광야에서 40일 간을 헤맬 때 기아와 공포와 마지막으로 명예로 시험

받을 때 나는 왜 인간에게 명예를 마지막 무기로 시험한 것일까 의아했는데

조금씩 알 듯하다. 훈련소 기간동안 그 배고픔 속에서 그리고 제작년 쫓기면

서 몸 둘 곳 몰라 불안과 공포 속에 시달리면서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내

가슴에 한가닥 명예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패배했다는 소식을 훈련소에서 듣고 나의 마지막 보루까

지 무너져 버렸을 때, 나는 오직 노얄 위해 살겠다는 자그마한 욕망과 성경

속에서 생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성경의 짧은 구절구절 속에

함축된 뜻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을 안겨준다, 읽으며 생각하고 기다려야 한다.

 

      

 

****사랑하는 당신에게

방금 세차게 내리던 비가 그쳤습니다. 하루에 한번씩 꼭 내리는군요. 빗줄기를

뚫고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는 남자애들이 상쾌하고 씩씩해 보입니다. 어제는

큰형님이 답장을 주셨습니다. 당신이 보내 준 편지로 한 시름 놓으셨다구요.

 

디음 주에는 월례고사가 있다 해서 지금 시험문제를 내고 있는데 집에서 전화

가 왔습니다. 우리 아부지 생신이라 내일 집에 오라고 합니다. 아침에는 당신 어머님이 전화하셨구요.

 

가정실습이 21일부터 24일로 바뀌어 19일날 만나는 예정이 이틀 미루어졌

습니다. 저는 20일 수업 마치고 막차로 당신 집으로 가서 21일 아침 일찍

당신 부모님과 서울로 갈려고 합니다. 어머님은 아들 만나보는 생각으로 목

소리도 들뜨셨습니다.

 

날씨가 더워져 노곤해지고 잠이 와서 죽겠어요. 오늘은 도저히 못 견디어 수

업이 비는 시간에 살짜기 양호실로 들어가서 안으로 문을 잠구고 침대에 누

워 잤어요. 한 시간을 정말 꿀처럼 달게 잤어요.

 

요새는 거의 매일 저녁 저녁초대를 받아요. 친목회, 학생지도부, 여직원회

등등. 교장선생님이 좋은 배필 구해 주신다고 여기서 오래오래 살라고 하십

니다. 당신이 휴가 받아 오면 저는 자랑스레 이 졸병이 저의 배필이올씨다

소개 하겠습니다.

 

오늘은 유난히 보고싶습니다. 앞날에 올 기쁨과 영광을 확신하니 세월을 기

다리라는 당신의 말이 귓가에 뱅글뱅글 울렸습니다. 제가 면화 가면 한

이틀 쯤 외출 허가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잠깐 보고 돌아와야 한다면 어떡

하지요?

 

오늘 밤에는 할 일이 많습니다. 시험문제와 학습지도안을 다 써놓고 자야

합니다. 내일은 집에 가야 하니까요.

부디 몸조심 하세요. 신문에 군인들의 차사고가 자주 나는 것을 보니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 정말 조심하세요.

1975613, 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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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야 보오(군사편지)

너무도 반가운 편질 받고 무슨 말을 햐야 좋을지 모르겠오. 나는 건강하며 잘 지내고 있으니 조금도 걱정말기 바라오. 아마 전근을 하셔서 내가 울진으로 한 편지를 많이 못 받은 것 같으니 울진으로 연락해서 찾으시도록 하고 한 대 여섯통 될거요.

 

어제는 남산동 당신 어머님께 글을 올렸소. 당신에게는 하고픈 말이 너무 많아 글로 다 적을 수 없는 것이 안타깝고 어디서나 날 도와주는 사람이 많아 정말 고맙기 한량없소.

 

며칠 내에 내가 모든 것을 다 알아서 노야가 불편함이 없도록 해서 연락할테니 기다려 주오. 선생님들께 자주 안부인사 드리고 오랫동안 관계 속에서 살아야 할 분들이니 노야가 잘 하시리라 믿소.

 

그리고 말로만 건강을 조심한다고 하지말고 진짜로 유의하기 바라오. 몸이란 하나 밖에 없으니 그것이 없으면 모든 것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거외다.

곧 소식 전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간단히 띄우오. 안녕, .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노천희, 내님 불멸의 남자 현승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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