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님, 불멸의 남자 현승효’ (23)
9월 2일 화, 1975년
최악의 날이다. 어제 밤새도록 내린 비로 온 땅이 진흙구덩이다. 이곳 교육은 날씨와 요일에 구애되지 않는다. 진흙에서 오전 8시부터 1시간동안 PT
(physical training) 가 시작된다. 거기에 땀이 비오듯 내려 끈적끈적함이란 지옥이다. 보통날도 모래와 땀이 온몸이 범벅이다. 한마디로 지옥이다.
그러나 가슴은 투지에 넘치고 강인한 몸과 정신으로 자신과 투쟁하는 인간들이다. 그렇게 몸에 힘을 빼고 악마같은 조교들과 미끈미끈한 길을 구보나간다. 정말 한번쯤 보여주고 싶은 광경이다. 그렇게 미끄러운 길을
달려서 숨이 턱에 닿으면 그 진흙창에 누워 굴러 기어 그리고 또 뛰다가
논구덩에 들어가 나와 눈과 이빨만 빠꼼히 나온 눈사람이 된다.
정말 사병과 장교란 이런 곳에선 천지 차이의 대우다. 군대란 철저한 계급
사회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이 시련을 정말 감사히 느끼며 동료들(학우)이 상상도 할 수 없는 값비싼 경험을 만끽하며 신에게 감사한다. 이 투지, 나의 그치지 않는 생명력과 투쟁심을 더욱 빛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상층에 속하는 등수로 골인했다. 나는 그들보다 더욱 젊다. 그리고
힘도 세다. 다시 시작되는 오전 4시간 교육. 땅에 뛰어 내리고 낙하산을 탄다. 노야를 생각하며 딴 사람의 2배를 뛰고 낙하훈련을 자원해서 했다.
몸이 부서지는 것 같고 오른쪽 다리엔 계속 쥐가 온다. 그러나 고통을 이겨
나가는 희열이란 노야를 안는 기쁨과 비길만 하다. 나는 내 자신과 자연에 도전해 싸우고 있다. 하찮은 인간들이 결코 나의 적이 될 수 없다.
오늘로서 지상교육도 끝이 났다. 내일부터 tower를 탄다. 까만 공중에서 하
는 묘기다. 스릴이 수반된다. 전우들은 닥아오는 날을 공포와 두려움으로 맞
지만 나는 즐거움과 기다림으로 새 날을 맞는다. 오늘 강훈 속에서 내 다리
가 불편한 것을 본 대위가 쉬어라 했으나 노야를 생각하며 거부했다.
그러기에 나중에 느끼는 희열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우리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이 시련 후에 노야와 내가 느낄 사랑의 희열은 말할 수 없이 클거다. 나의 쇠뭉치같은 몸과 지성을 결합시켜야 한다.
오전 훈련을 마치고 오니 노야의 편지 3통과 아버님 편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래 전에 쓴 편지였다. 노야의 괴롭고 외로운 나날, 조금만 참아다오. 노야도 젊고 사랑에 뜨거운 사람이니 무척 고통이 크리라 생각한다. 어제 밤은 빗 속에 보초를 서면서 전전반측할 노야의 모습만 생각했다.
내일은 파란 하늘을 난다. 창공에 내몸을 던진다고 생각하면 피가 끓는다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아마 내가 3년만 일찍 입대했다면 공수특전단을 지원했을거다. 나는 항상 특급으로 살아왔으니까. 그것이 체질에 맞는다.
나의 천사 나의 생명 노야! 밤이 깊어가고 있다. 오늘 노야의 편지는 나에게 새로운 투지와 생명력을 쏟아 주었다. 그리운 나의 천사야 잘 자라.
이렇게 잠자리에 들면 주위의 들에서 익은 구수한 벼냄새가 무척 향기롭다. 일찌기 벼 익는 냄새가 이토록 구수하고 향기로울 줄은 미처 몰랐다. 노야가 살고 있는 작은 집 앞, 질펀히 펼쳐진 들에도 벼익는 냄새가 가득하리라. 노야도 향기를 더 하리란 생각에 가슴에 보물이 가득하고 내 눈은 더욱 맑고 초롱초롱해진다. 노야, 안녕 내일은 하늘을 난다.

***보고싶은 내님에게
잠자리에 누웠다가 당신 생각에 울고 있습니다. 한스럽고 서럽고 어찌 할 바를 모르겠어요. 당신에게 가는 길은 너무 멀어요. 당신도 지금 모포를 깔고 누워있겠지요. 잠은 쉽사리 드는지요. 이직도 지난 날의 괴로움이 잠을 못 들게 하는지요.
당신은 혹 용기를 잃고 있지나 않은지요. 제게는 당신이 그 옛날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고 여전히 뱃짱 좋고 남들이 절대로 흉내낼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지혜로운 깊은 눈은 빛나고 있었고 정신일랑 빼놓고 살아야 하는 군에서도 지성을 향한 길을 힘들게 갈구하고 있으며 또 이야기 할 때 좀 과장해서 하는 모습도 여전하고.
당신의 모습에서 하나도 달라진 건 없어요. 노야만 기다려만 준다면 최소한의 생활도 행복하다고 하셨지요. 저 또한 못 견딜것 같은 이 외로움과 서러움을 참아낼 수 있어요. 당신이 저를 그토록 사랑하니 저는 아무 것도 부러운 게 없어요.
당신에게 아픈 꼴을 보여 주고 와서 속상해 죽겠어요. 건강한 모습 보여 준다고 정말 열심히 해먹었는데. 당신 좋아하는 거 조금이라도 더 멕인다고 내 주제를 모르고 좀 무리하게 무거운 짐을 들고 몇번씩 차를 갈아 타서 몸살이 났던 것 뿐이예요. 약이 올라 죽겠어요. 아파서 신경쓰게 하고 걱정하게 해서요. 지금 혼자가 되니 있으니 감쪽같이 좋아 졌어요. 혹 혼자 살 팔자가 아닌가 슬며시 걱정이 되는군요.
제가 아는 당신은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니 지금의 생활을 잘 이겨낼 수 있지요? 한시도 당신 생각에서 헤여 날 수가 없어요. 3년이 내일 모레라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은 당신에게 4통, 남상사님께 1통 보냈는데 우편번호를 잘못 써서 다 되돌아 오게 생겼어요. 아깝지만 깨끗이 잊겠어요.
1975년 8월 17일 노야
****사랑하는 내님께.
잘 계시리라 믿고 있지만 혹시 하는 마음이 듭니다. 저는 잠시잠시 당신 생각에 주체할 수 없어 괴롭지만 다 괜찮으니 염려마세요. 같이 근무하는 여선생들도 다 좋고 재미있고 아이들도 잘 따릅니다. 아이들에게 휘둘리게 될까봐 지레 겁을 먹고 좀 과장되게 엄한 표정을 짓거나 덩치가 큰 애들을 노리고 있다 태도가 안 좋으면 때렸던 내 행동이 너무 부끄럽습니다. (큰애들을 잡으면 작은 애들은 저절로 따라 온다 해서)
선배선생들이 이 아이는 이렇게 다루어야 하고 저 아이는 저런 일이 있었고 하면서 미리 선입견을 준 것도 영향이 있었지만 줏대없는 제 자신이 잘못이지요. 이제는 안 그럽니다. 자신이 좀 생겨서인지 부드럽고 자상하게 대하면서도 힘 안 들이고도 수업을 이끌어 갈 수가 있습니다. 한학기가 지났으니 저도 아이들을 알고 아이들도 저를 아니 괜히 경계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점심시간 한 시간은 오아시스같습니다. 많을 때는 10명의 여선생들이 둘러 앉아 밥먹고 그 자리에서 서로서로의 궁둥이를 베고 얼기설기 드러 누워 잡담을 나눕니다. 한마디씩 하는 말 들어 보실래요?
“오늘 극장에 ‘애로’ 들어 왔대, 이선생 갈거야?”
“그럼, 갑시다.”
“석유 난로 하나 사야지, 연탄불이 꺼져서 매일 번개탄 값이 오십원이나 돼.”
“애인 보러 언제 갈거야?”
“송선생은 언제 결혼해?”
“난 적어도 30평짜리 맨션아파트하고 피아트 굴릴 때까지만 선생할거야”
매일 이러면서 하루 일과 마치고 밥 해먹고, 책 좀 읽고 자면 아침이 밝아 있고. 그런 나날입니다. 그게 그거인 하루 그래도 하나도 지겨운 줄 모릅니다. 저에게는 너무나 사랑하는 애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웃기는 사람인지 옛날 나를 약올리느라 놀린 말들을 생각하며 깔깔 웃습니다 (애인에게 쓰는 편지냐며 자꾸 흘끔흘끔 볼려고 하는 사람들 때문에 잘 못 쓰겠어요)
갑자기 하늘이 험상궂어 집니다. 비가 한바탕 신나게 올려나 봅니다. 모두가 비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죽변은 툭하면 비가 와서 레인코트를 하나 샀는데 여기서는 별로 입을 일이 없었는데 한번 입고 거리를 쏘다니고 싶습니다.
주인집은 넉넉하지 않아 기름진 고기반찬은 없어도 밥 해서 식구들 둘러앉아 참 맛있게도 먹는 소리도 들리고 시어머니, 과년한 큰시누, 작은 시누, 착한 시동생, 어린 딸 둘, 신랑과 선량하게 웃으며 참 단란하게 잘 사는 듯 하더니 요새는 신랑이 무슨 사고로 옥살이를 하느라고 집안 형편이 안 좋아져서인지 시어머니 큰시누가 한편 되어 며느리와 아주 심한 말로 거의 매일 밤 늦게까지 큰소리로 싸우느라 너무 시끄럽습니다.
액땜한다고 굿쟁이를 불러 굿을 하여 동네 사람도 다 와서 구경하고 저도 덩달아 생전 처음 귀한 구경을 했습니다. 잘 먹지도 잘 입지도 못하고 뼈빠지게 노력해도 별로 나아질 기미도 없는 그저 하루 3끼 먹고 하루 넘기는 사람들이 그나마 가장에게 우환이 덮치니 서로 콕콕 찌르며 험한 욕까지 하며 싸우게 되었습니다. 다 들리니 귀를 막을 수도 없고 너무 안타깝습니다.
누구도 우리의 사랑을 반대하지 않고 우리의 사랑에 조금도 시련이 없다가 이제 당신을 멀리 두고 이렇게 떨어져 있어보니 그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닫게 되고 진정으로 감사해 합니다. 안녕, 몸조심 하시고.
1975년 8월 18일, 노야.
****사랑하는 내님
수업을 하고 오니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당신의 편지가 책상 위에 있어 얼마나 반갑고 또 서럽던지 눈물이 왈칵 쏟아질려 해서 안간힘을 써서 참았습니다. 오늘은 아주 고된 날이어서 더 그랬나 봅니다.
요 며칠간 저는 참 바보 같았습니다. 저녁밥을 해서 먹을려고 숟가락을 들기만 하면 말할 수 없는 서러움으로 울음보가 터졌습니다. 이런 생활을 시작한 지 6개월이 되었지만 요새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처음입니다.
당신은 제 마음을 다 알고 있는 것 같아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이런 마음 당신이 주신 글들을 다시 읽으며 다 청산하려고 합니다. 당신이 지금의 생활을 고통으로 여기지 않고 사시려는 노력이 제게 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이라고 하셨듯이 저 또한 그렇게 가 있는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날로 건강해지고 우울하지 않고 밝게 지내는 것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3년이란 너무나 긴 세월인 것 같아 낙담도 되나 한편 생각하면 그 뒤에 올 수십 년을 당신과 함께 즐거이 흥미진진하게 살 것을 상상하고 즐거워 합니다. 그날들은 꼭 오겠지요?
제 몸은 알아서 시골의 밭 갈고 논 매는 아낙네처럼 무쇠같은 몸으로 만들어 놓을테니 졸병은 부디 심신이 더욱 강해지는 데만 눈을 돌리시기 바라오. 인식씨가 당시을 찾아 가셨다는 말씀을 신천동에 가서 들었습니다. 신천동으로 전화 하셨다 합디다. 그래서 아버님께서 바로 당신에게 편지 부치셨다 하시고.
인식씨도 마음에 너무 걸립니다. 이제 당신과 자주 만나 얘기를 나눌 수 있게 되어 기쁘고 당신도 많은 위안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상열씨가 오시면 무얼 대접해 드리나 하고 있는데 연락이 없습니다. 남상사님께 올린 편지가 제 실수로 못 받으시게 되어 유감이고요.
부디 조심하시고 틈이 나면 제게 편지 하세요. 그것만이 지금 저를 지탱하는 유일한 기쁨입니다.
1975년 8월 20일 노야.
9월 3일,수,1975년
지금은 9월 3일, 새벽 3시30분, 불침번을 서려고 일어나 앉아 있다. 후라
쉬 불빛으로 이 글을 쓴다. 밤새도록 비가 와서 텐트 안이 엉망이다. 자는
데 얼굴에 빗방울이 떨어져 놀라 깨곤 했다. 이제 몇시간만 있으면 또 훈련이 시작된다.
이렇게 자다 깨면 별 생각이 다 든다. 가장 그리운 사람은 가엾은 나의 사랑 노야이다. 지금 쯤 곤히 자고 있겠지. 어쩌면 눈물 한방울이 눈에 머금고 있
을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곳에 와서 나의 젊음을 완전히 찾았다.
노야! 저 자연의 신비를 봐라. 폭포처럼 쏟아지는 비가 개이고 산을 괴물처
럼 느릿느릿 걸음으로 싸고 안는 저 안개구름들. 방금 파랗게 빛나던 산이
금새 없어져 버린다. 저런걸 雲海라 했던가. 구름 속에 둥둥 떠가는 산봉
우리가 마치 위에서 떨어지는 多島海같다. 그리고 하얀 망사처럼 피어오르는
안개 속에서 금새라도 노야가 양팔을 벌리고 쏙 튀어 나올 것 같은 환각에
사로 잡힌다.
오늘도 악마같은 하루가 지나갔다. 구보는 무척이나 괴로웠다. 거의 반이
낙오를 했다. 겨우 낙오를 면한 상태로 골인했다. 밤새도록 비를 맞아 젖은 워커가 무겁고 길이 미끄러워 --이곳의 구보 코스는 완전히 산비탈이다—-
땅을 디딜 때마다 힘이 쭉쭉 빠지고 다리에 맥이 풀렸다.
드디어 창공을 유성처럼 나르는 tower훈련에 들어갔다. 밑에서 보면 그처럼
신나 보이고 경쾌해 보이던 모습들이 직접 오르니 정신이 아찔하고 양쪽 사
타리가 터질 듯한 고통이 수반된 힘든 교육이었다. 같이 온 하사 친구는 울
면서 기고 무서워 뛰어내리지 못해 완전히 똥색이라 체면이 말씀이 아니었다.
많이 얻어 맞았다. 웃겼다. 그러다가 오후가 되니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교육은 계속되었고 완전히 물 속에서 하우적거리는 상태였다. 오전에
흙을 온몸으로 기고 난 뒤라 오히려 신이 났다. 빗물에 샤워하고 흙을 씻었다. 세탁은 완전히 된 셈이다.
이곳에선 남는 것은 악밖에 없다. 그래서 폭우가 쏟아지면 미친듯이 땅에 뒹
굴고 소릴 지르고 발광을 한다. 한참 그러고 나면 속이 풀린다. 텐트는 세고
그 속에서 앉을 자리도 없이 우둑허니 서서 서성되는 그들은 완전히 맹수를 가두어 놓은 우리라 지옥같은 생활이다.
그러나 나는 그 누구보다 강인하며 가슴이 넓다. 내 가슴속에 타고있는 정열
과 투지는 나를 춥게하지 않는다. 그리고 갈수록 피로가 쌓여가고 몸은 여위
어 가지만 공수훈련을 가장 즐겁게 받는다는 자신감과 긍지가 나에게 새로운
힘을 준다.
정말 인간이란 아무리 생각을 하고 돌아보고 또 돌아봐도 알지못할 신비함을
지닌 완전한 유기적 통일을 형성하고 있다. 그 눈으로 자연을 볼 때,그 머리
로 인간의 가슴을 읽을 때 마치 하늘의 별을 쳐다보는 듯한 느낌이다.
이제 또 노얄 만날 날이 하루 당겨졌다. 피와 땀으로 산 하루였다. 인간의
가치, 그 개인의 훌륭함 그리고 모든 신선함이란 누적된 삶의 총화로 결정된
다. 나의 사랑 노야 잘 자라.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남쪽 하늘을 향해 서
서 합장을 했다. 안녕 내 사랑.
9월 4일,목,1975년
완전히 一八六이 빠진 하루였다. tower의 높이는 34feet. 인간에게 최대의 공포심을 야기한다는 높이다. 그 다락에서 jump를 하려고 서면 발이 간잘간
잘하다. 뛰고 내려서도 마음이 심사가 근질근질한 그런 기분이다. 발이 공중
을 향한 채 V자의 체형을 하고 탁 뛰어 내리면 1-2초 동안 공중에 뚝 떨어
지다가 어깨에 레이자줄이 턱하고 걸린다.
공중에 떨어지는 순간은 오줌이 찔끔 하고 나온다. 기가 찬 순간이다. 그리
고 도르레에 매달려 100m를 바람처럼 흘러 착륙한다. 공중에서 땅을 내려다
볼 때는 손바닥 발바닥이 간질간질하고 심한 놈은 똥까지 찔끔거린다. 그리
고 공중에 돌처럼 똑 떨어질 땐 꼭 射精하기 직전의 기분과 같다.
오늘은 jump를 14번이나 했다. 합격을 안 주어 계속 뛰었다. 거의 마지막까
지 남게 되어 죽을 번 했다. 심사관에게 찍혀서 내 폼이 무척 좋다고 하는데
도 도무지 합격을 안 준다. 一八六이 쑥 둘러 빠졌다. 하하하. 사진도 찍었다.
오직 명예와 인내 한가지만 생각하고 참고 견뎌 나중엔 시범 jump까지 자원
해서 모든 사람이 밑에서 내려다 보는 가운데 공중회전을 하면서 뛰었다. 오장육부가 확 뒤집어지는 것 같은 공중회전을 했다. 아무도 겁이 나서 나서지 않는걸 나 혼자만 자원했다. 잘 했지.
사실, 공중에 떨어질 땐 생명을 맡기는 건 한가닥 wire밖에 없다. 우린 그
것을 단지 믿음이라는 것에 맡기고 몸을 던지는 것이다. 인간과 인간과의 신뢰라는 것은 이 한가닥 wire도 없는 무형에 자신을 맡기는 거다. 이 얼
마나 아름다운 것이냐! 우리의 사랑, 믿음이라는 것은 그처럼 맹목적이면
서도 어려운 것이고 조마조마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무형의 선으로 엇매
여 있는 것이기에 더욱 숭고하고 아름다운거다. 나는 공중에 뛰어 내리면서 인간의 사랑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에 눈물이 났다.
맞기도 많이 맞았다. 등어리를 몽둥이로 맞아 가슴이 뜨끔뜨끔하고 tower
에서 팔을 맞아 퉁퉁 부었다.그만치 위험이 따르는 것이기에 기합도 세다.
이렇게 긴장 속에 보낸 하루라 자다가 고함을 지르는 동료들이 늘어난다.
Tower에서 두려움에 못 뛰어 내리는 친구는 정말 보기에 민망하다. 손잡이를 꽉 잡고 엉엉 울면 조교들이 발로 차고 몽둥이로 갈겨서 밖으로 던져 버린다. 그래도 기를 쓰고 매달려 있는 모습은 우습기도 하고 처절하며 그 믿음의 부족함이 가엾기도 하다. 거부자가 생각보다도 훨씬 많다.
이젠 악마같은 교육도 내일이면 끝이 난다.
오늘 저녁하늘은 검정 색깔과 황토색으로 짓이겨 놓은 것 같은 빛깔이다. 그런대로 무척 아름답다. 역시 그 인간의 가치란 것은 역경과 고난 속에서 발휘된다. 나는 나 자신을 믿을 수 있고 자신도 있다.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한다. 결코 지지 않으려는 나의 선천적 투쟁력과 의지와 용기를 확인했다.
사실 난 그렇게 태어났다. 어찌 온몸에 베인 색깔이 물에 씻고 바람에 씻긴
다고 바래질 수 있을까? 그 점은 누구라도 믿어도 좋다. 내 자신이 인정을 하는거니까. 하물며 타인이 의심을 할 수가 없다. 단지 나를 못 견디게 하는
가장 큰 고통은 무료와 무위가 가져다 주는 권태감이다. 그것이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무서운 적이다.
두려움 없이 바람을 맞으며 서 있고 그렇게 살아가는 내 모습이 장하고 그것
을 사랑으로 지켜주는 노야가 진정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장하다 내 생명,
나의 자랑, 나의 天使 노야!
그리고 밤엔 지대장 (중위)이 불러 1시간 가까이 얘기했다. 의사인 그도 역
시 사랑을 재미로 흥정으로 그리고 진실됨과 인내로 보지 않는 하찮은 인간
에 불과했다. 돈을 벌면 첩을 가지련다고 한다. 결코 농담으로 하는 얘기가 아니다. 지금 wife(3개월 전 결혼한)와는 임신이 되어 어쩔 수 없어 결혼해서 죽겠다 한다.
내가 단단히 충고를 했다. 젊은 놈이 그러면 못쓴다고. 인간의 행복과 만족
함이란 나의 마음 속에 있고 그리고 주워진 것을 자기의 것으로 인내하며 성
실히 살아가는 데 있다고. 그러나 놈은 그 의미를 알지 못한다. 하기야 그걸
아는 놈이 그런 저질 사고를 할리도 없지만.
노야가 보고프다. 수많은 세월 속에서도 퇴색하지 않은 사랑의 향기를 주는
나의 영원한 생명수가 보고싶다. 타인들 눈에는 그것이 그렇게 신비롭게 보
이는가 보다. 사실 지대장도 어쩌면 그렇게 오랫동안 연애감정을 가질 수 있는냐는 질문에서 얘기가 시작되었다.
노야가 보고싶다. 거리가 恨스럽다. 빌어먹을! 내일도 뼈가 부서지게 뛰는거
다. 노야 당신의 사내는 누구보다도 강하다. 자신을 가져라. 안녕 내일은 마
지막 날이다. 잘 자요, 내 사랑의 편지를 또 꺼내 읽어 본다. 이젠 널 결코 외롭거나 슬프게 하지 않을테다. 너에게 영광을, 사랑과 명예를 줄테다.
편히 잘 자, 내 天使.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노천희, 내님 불멸의 남자 현승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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