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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희, ‘불멸의 남자 현승효’
1974년 경북대 의대 본과2년, 박정희유신독재 철폐운동 주도하다 제명후 강제징집돼 제대 4개월을 남기고 폭염에 완전군장 구보훈련중 사망한 현승효. 그에겐 뼈가 녹고 피가 말라도 식지않는 불멸의 사랑이 있었습니다. 28개월간 수첩에 빽빽이 적어놓은 그립고 애달픈 연인의 사연들, 30년만에 빛을 본 <내님 불멸의 남자, 현승효>를 뉴스로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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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품에 쏙 들어온 당신은 참 따뜻했습니다

내님 불멸의 남자 현승효(53)
글쓴이 : 현승효노천희 날짜 : 2022-05-17 (화) 18:00:45

내님 불멸의 남자 현승효(53)

 

 

, 고마우신 내 님의 친구 영보 씨, 영보 씨가 같이 가겠다 하셔서 우리는 김천

으로 해서 서울로 가며 오장육부를 다 헤집어 놓는 내 님의 편지를 읽다가 가

슴에 끌어 안았다가 하며 식구들이 다 모여있는 누나 집에 갔습니다

 

만기제대를 앞두고 원래 소속부대인 박격포 부대로 돌아가서 제대하는 거라

더니 폭염에 구보훈련은 하지 말라는 사단장의 명령도 어기고 중대장이 과잉충성으로 완전군장에 구보를 시켜 내 님은 마지막까지 뛰다 골인점에서 쓰러져서 그대로 비명도 없이 갔다 하는군요. 이럴 수가!

 

영보 씨는 아버님의 무릎에 엎드려 마음껏 통곡을 하는데 나는 혹 내 님이 애착

에 떠나지 못하고 객귀가 되어 불쌍하게 구천을 떠돌게 될까봐 죽을 힘을 다해 울음을 참았습니다.

 

당신, 내가 편하게 있으면 당신은 다 잊고 훨훨 날아갈 수있지, 그지?

 

아버님은 좀 전에 설핏 잠이 드셨는데 바로 저 창가에 목에는 신부님들이 하는 하얀 로만 칼라를 하고 커다란 새의 날개를 단 승효씨가 웃으며 앉아 있다 푸르르 날아 갔다 하시며 싱글벙글한 얼굴로 종이와 연필을 가져와 그 모습을 그려 보여 주십니다. , 아버님!

 

내 님이 끔찍이 사랑하던 조카들을 데리고 학교 운동장에 가서 그네도 태워주고 시이소도 태워주고 했습니다. 누구야? 어린 사내 조카는 자꾸 나에게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작은 형하고 두 매형과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데 가다가 어느 길 모퉁이에 시커먼 군앰불런스가 한 대 서 있습디다.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 듯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습니다. 뒷문을 열어주어 들어가니 대패질도 하지 않은 거칠고 허름한 관 하나가 복판에 덜렁 있는데, 내 님이 내 님이 저 안에 있다니, 갑자기 숨이 막혀 헉헉 거렸습니다.

 

보름 전에 딴딴한 내 남자의 허벅지가 신기하여 눌러보고 만져보고 콕콕 쑤셔보며 둘이 깔깔 웃고 재미있어 했는데 이럴 수가!

아무렇게나 쾅쾅 못이 쳐진 허름한 관에 넣어져 내 님은 화장터로 가고 있었습니다

 

벽제에서 화장하는 동안 거기 있던 스님의 목탁을 뺏어들고 염불을 하염없이 하였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이봐요, 다 내려놓고 편안히 가요, ?

사악한 독재자가 없는 곳

불의한 국가권력이 당신을 쫒지 않는 곳으로

정의로운 항거를 한다고 불안 초조 공포에 피말릴 일이 없는 곳으로

 

마침내 조그만 상자에 담긴 그를 내 품에 안겨주는데 참 따뜻하더군요.

날 안으면 품안에 쏙 들어와 좋다 하더니 이제는 자기가 내 품안에 쏙 들어 오는군요.

 

원 없이 사랑했고 원 없이 사랑받으며 함께 한 세월, 평화로울 때는 너무 좋아하다가 안 좋은 일이 있을까봐, 불안한 상황이 덮칠 때는 무슨 일이

있을까봐 이래 저래 참 불안 초조한 날들이었지만 제대를 코 앞에 두고

마지막 휴가를 와서는 온갖 시련을 다 이겨 냈다는 뿌듯함으로 그지없이 편안하고 행복했는데 죽었다 하네요.

 

군 앰불란스에 앉아 조그만 상자에 든 그를 가슴에 꼭 안고 병참부로 가는데

그 복잡한 러쉬아워 큰길에서 용케 휴가 나왔는지 군복을 정성드려 다려

입은 어려 보이는 병사 하나가 어지럽게 출렁거리는 사람들의 물결 속에서

정지하여 우리가 탄 앰블란스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경례를 하고 서있더군요.

죽은 동료 군인에게 최대의 예를 다하던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한 번은 군인은 죽어서도 6종이라 하며 국가의 것이라 일단 병참부 창고에 보관한다 하며 웃더니 이제 자신이 6종으로 보관되어 집니다. 그가 말한 대로 병참부 창고는 산마루에 있었습니다.

 

, 보름 전 내 앞에서 생명력이 펄펄하던 장부가 한 웅큼의 재가 되어!

음산한 창고 속, 선반에 잿봉다리를 얹어두고 나와서 얼마 전 자기 손으로

정성을 다하여 닦아서 저 세상으로 보낸 죽은 병사의 명복을 빌며 앉아 있었

을 언덕에 앉아 있는데

 

모교 선배인 같은 사단 군의관은 주선생님이 자기를 찾아가라며 그에게 편지를

써주셨는데도 찾아온 적 없었다며 원망하는 말을 하며 안타까와 하고 있고.....

 

그를 창고 속에 두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터져 나오는 오열을 더 이상 막을

수 없어 몸부림을 쳤습니다. 부모님이 안 계신 자리라 마음놓고 무너졌습니다.

 

그날 밤, 어머님이 그의 유품이라고 받아 오신 것을 주시는데 그 중에 기적같

이 제 손 반만한 <작은 수첩>이 있었습니다. 수첩 속에는 정말 깨알같은 글자, 한 자 한 자를 혼신을 다해 저를 위해 1977.6.20일부터 27일까지 피를 토하

듯 노야를 부르는 연가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노천희, 내님 불멸의 남자 현승효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nbnh&wr_i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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