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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4월 15일 실시한 국회의원 총선은 한국 역사상 가장 극적이고 특별한 유권자들의 의사 표시 행사로 전 세계를 다시금 놀라게 만들었다. 처음에 한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3월초 코로나19가 절정에 이른 상황에서 선거를 취소하지 않기로 한 것은 매우 위험한 결정인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공식적으로 종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치러진 4월 15일 선거는 그러한 위험을 무릅쓰고도 선거를 실시한 것이 충분히 합리적이고 타당했음을 보여주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6일 발표한 정보에 따르면 총 유권자4399만 명 중에서 2750만 명 이상이(66.2%) 4월 15일 총선에 참가했다. 이는 1992년의 최고 투표율인 71.9%에 이어 그 이후 역대 다섯 차례의 총선 투표율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였다(한국의 국회의원 선거는 4년에 한 번씩 실시된다).
각 지역별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어떻게 차이가 났는가 하는 것도 매우 의미심장(意味深長)하다. 한국 전체적으로 가장 투표율이 높은 곳은 코로나19 팬더믹 상황에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대구시와(67.0%) 경상북도(66.4%)였다. 이 지역의 유권자들은 확진자 수에서 기록을 세운데 이어 이번에는 선거에 참가한 유권자 수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2016년에 실시된 지난 번 국회의원 총선과 비교하여 올해 국회의원 총선에서 대구시와 경상북도의 투표율은 8~12% 증가했다.
개표가 100% 완료된 후 집계에서는 300석으로 구성되는 한국 차기 국회의 원내 세력 구조가 완전히 변화될 것임이 드러났다. 2016년 지난 번 총선에서 과반(過半)을 넘지 못했던(128석)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합하여 180석을 얻었다.
여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최근 16년간 처음으로 국회에서 과반수를 차지하게 되어 헌법 개정을 제외하면 사실상 모든 법률을 독자적으로 채택할 수 있게 되었다. 헌법 개정에는 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또한 소수이지만 국회에 진출한 좌파 성향의 정의당과 열린민주당도 차기 국회에서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우군(友軍)이 되어줄 수도 있다.
3월에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대처에 대한 국민들의 대거 불만에 편승하여 문 대통령의 탄핵 서명을 주도했던 보수 야당 미래통합당은 103석의 의석을 얻는데 그쳐 집권여당 의석수의 약 2분의 1 정도만 확보했을 뿐이다. 결국 이번 총선은 이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 내거나 적어도 2022년 대선 이전에 레임덕이 오게 만들려던 가장 극단적인 반대파들의 희망을 무참히도 꺾어 버렸다.
아직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지 않았지만 사실상 이미 코로나19에 승리를 거둔(투표 당일 한국 신규 확진자 수는 총 27명) 상태에서 실시된 4월 15일 총선은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수행에 대한 신임을 묻는 중간평가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선거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爭點)이 된 것은 코로나19 방역 문제로 이 문제가 최근 수개월간 뜨거운 쟁점이었던 경제위기 심화, 사회적 대립 증가, 삐걱거리는 대북관계 등과 같은 다른 문제들을 다 묻어버렸다.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조치는 국내와 세계에서 갈수록 더 많은 인정을 받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것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가진 승부를 가를 패가 되었고 집권여당은 이를 십분 활용했다. 세계적인 팬더믹이 선언된 가운데 정부가 성공적으로 코로나19 상황을 타개해내자 다수의 유권자들은 이전에 정부에 가졌던 모든 불만을 사실상 털어버렸다.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유권자들에게 추가적으로 심리적 동기를 부여해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조치를 취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부활절과 총선만 잘 넘긴다면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방역’으로 전환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국민들을 향해 “조금만 더 힘내자”고 호소했다.
이를 통해 문 대통령은 4월15일 총선이 최근 수개월간의 위기를 결산하는 것이 되어야 하고 국내 정치와 일반 서민들의 삶을 완전히 새로운 백지 상태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되어야 함을 일깨웠다.
다수의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한 것과 여당을 지지한 것은 국민들이 “모범적인 선거”를 시행하려는 의욕(意欲)을 표현한 것이며, 또한 이를 통해 오래 동안 기다려오던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출구로 나가는 마지막 걸음을 완성하려는 희망을 표출한 것이다.
글 = 세르게이 스트로칸 정치외교분야 선임기자 | 콤메르상트 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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