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16강 진출이 결정되는 순간 미주한인들로 이뤄진 붉은 악마들의 함성이 뉴욕과 뉴저지 하늘을 뒤덮었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원정 첫 16강 진출이라는 과업을 이룬 22일, 뉴욕과 뉴저지 곳곳이 붉은 악마의 함성으로 떠나갈 듯 했다.
퀸즈 한인타운의 심장인 플러싱에는 붉은 물결이 뒤덮였다. 대동연회장에 600여명 이상이 모인 것을 비롯, 금강산 연회장, 뉴욕순복음교회 등 대형 실내공간마다 많은 한인들이 모여 열렬한 응원을 했다.
맨해튼 32가 한인타운과 뉴저지 포트리, 팰리세이즈팍 일대의 한인타운 역시 음식점과 교회 등에 한인들이 모여 대한민국의 16강 진출을 기원하는 모습이었다.
한국 축구를 응원하는 타 민족들도 쉽게 눈에 띄었다. 한국인 남자친구와 함께 태극 문양을 얼굴에 페인팅한 키렌씨는 “한국이 꼭 이길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외치기도 했다.
경기가 벌어지는 동안 길거리에는 한인들을 거의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 마침내 16강 진출이 결정되는 순간 한인 응원단은 거리로 몰려 나와 승리의 함성을 지르고 차량의 경적을 울리며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월드컵 기간중 유일하게 자체 중계방송을 하고 있는 KRB 뉴욕라디오코리아는 경기가 끝난 직후 플러싱 공영주차장에서 500장의 태극기를 나눠주는 행사를 펼쳐 한인들이 삽시간에 몰려들었고 제공받은 태극기를 차량에 매달아 노던 블러바드 일대를 동서로 누비는 등 아시아 최초로 16강에 진출한 기쁨을 마음껏 발산했다.
딸과 함께 태극기를 받아간 김정권 씨는 “대한민국이 마침내 첫 원정 16강을 했다는게 너무 자랑스럽다. 본국의 국민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눈으로는 TV, 귀로는 라디오
뉴욕에서 붉은 악마들의 생중계 응원은 TV와 라디오의 독특한 합작형태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 월드컵 생중계는 케이블의 경우 ESPN이 하고 디지털 공중파는 텔레문도 등 두 개의 히스패닉 채널이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동부 유일의 24시간 한국어라디오방송인 KRB 뉴욕라디오코리아는 ESPN과 별도의 라디오 중계권 계약을 맺고 한국전을 자체중계하고 있다. 라디오 앵커를 맡고 있는 한호웅 캐스터와 스포츠전문기자 출신 김태충 국장, 유럽남미축구전문가 김은철 위원 등 두명의 해설가들과 함께 멋진 하모니를 이뤄 청취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뉴욕 뉴저지 한인들은 TV를 ESPN이나 히스패닉 TV를 틀어놓고 소리는 뉴욕라디오코리아의 자체 중계를 듣는 식으로 월드컵 관전의 재미를 만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