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총기규제 행정명령과 관련, 오바마 대통령은 5일 백악관에서 가진 새해 첫 연설 도중 10여초간 입술을 굳게 다물고 눈물을 흘리는 등 감정에 북받치는 모습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은 최근 빈발하는 대규모 총기난사로 인해 절박감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제 긴급함을 해결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면서 "총기규제 행정명령이 이 세상의 모든 폭력과 악을 근절(根絕)시킬 수는 없지만 그러한 폭력과 악을 줄일 수는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수정헌법 2조는 총기 소지의 권리를 명문화(明文化)하고 있다. 이것은 모든 사람들이 총기를 소지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는게 아니다. 우리는 수정헌법 2조아래서 총기범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연설 후반부에 샌디훅 참사로 희생된 어린이들을 언급하며 눈물을 흘린 오바마 대통령은 "이 아이들을 생각할때는 언제나 미칠 것처럼 힘들다. 그런데 시카고의 거리에선 매일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최근 CNN/ORC가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48%가 더욱 강화된 총기법안을 지지하고 있으면 51%는 반대하고 있다. 이같은 지지율은 2013년이후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정당간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민주당은 74%가 찬성하는 반면 공화당 유권자들은 23%에 그치고 있다. 총기소지자와 비소지자의 차이도 크다. 비소지자들은 65%가 찬성했지만 총기소지자들은 29%가 찬성했다.
그러나 총기거래시 폭넓은 신원조회를 하는 방안에 대한 지지의 목소리는 높다. 최근 퀴니펙 대학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9%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총기소유자도 84%, 공화당은 87%, 독립유권자는 86%, 민주당은 95%의 지지율을 보였다.
백악관 = 윌리엄 문 기자 moonwilliam1@gmail.com
<꼬리뉴스>
오바마 둘러선 총기범죄 희생자와 가족들
오바마 대통령이 5일 백악관에서 총기규제 관련 연설을 할 때 조 바이든 부통령과 함께 뒤에 자리한 사람들은 최근 10여년간 발생한 총기사건 희생자들과 가족들이었다.
2011년 애리조나 투산에서 머리에 관통상을 입은 전 하원의원 가브리엘 기포즈는 청중들로부터 큰 격려의 박수를 받았다. 기포즈 전 의원은 구사일생(九死一生)으로 살아났으나 후유증(後遺症)으로 정계에서 은퇴했다.
오바마 대통령에 앞서 2012년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희생 어린이의 아빠인 마크 바덴이 먼저 연설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오바마 정부가 총기범죄의 확산(擴散)에 맞서 싸우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어떻게 기울였는지 강조했다.
바든은 2013년 로즈가든에서 조 맨친의원과 팻 투미 의원이 공동 발의한 총기관련 법안 관련 행사때도 참석한 바 있다.
2013년 오바마대통령의 2기 취임식 1주일만에 희생된 하디야 팬들턴의 부모를 비롯, 2015년 찰스턴 교회 총기난사사건 희생자 클레멘타 핑크니 목사의 부인, 2014년 이슬라 비스타 총기난사 사건 희생자 크리스토퍼 마르티네스의 아버지, 2012년 위스콘신 시크교 사원 총기난사 생존자가 자리했다.
또한 2011년 기포즈 전의원을 현장에서 구조한 인턴사원, 2007년 솔트레이크 트롤리 스퀘어몰 총기난사 희생자 크리스틴 힝클리의 엄마, 2004년 애리조나 드라이브쓰루 총기사건 희생자 등 하나같이 미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총기범죄를 환기(喚起)시켜주는 증인들이 오바마 대통령을 말없이 지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