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도 빙그레 미소지으셨을까. 뉴욕 원각사(주지 지광스님)에서 27일 송년 법회와 함께 불자(佛者)들의 즐거운 노래잔치가 펼쳐졌다.
이날 원각사 큰법당에서 열린 행사에선 총 14팀의 불자들이 참여해 백주흠 거사가 조용필의 ‘허공’을 열창(熱唱)해 영예의 대상을 받았다. 또한 5명의 남여가 신명난 노래와 춤을 선보인 청년회와 앙증맞은 재롱을 떤 원각사 유아팀, 그리고 김문재거사가 각각 입상했다.
원각사에선 해마다 마지막날 법회에서 불자들의 노래자랑대회를 열고 있다. 이날 마지막 순서로 성악가 박소림보살이 지휘하는 원각사 합창단이 나와 아름다운 음성공양을 선사(膳賜)했다.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주지 지광스님이 김수철의 '내일'을 멋지게 소화하고 앵콜곡으로 ‘하얀나비’까지 불러 신도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기도 했다.
한편 원각사에선 2015년의 마지막날인 31일 오후 8시부터 자정까지 송년 정진법회를 갖고 새해 카운트다운과 함께 축하 행사를 갖는다. 1월 1일 아침엔 6시 예불에 이어 떡국을 함께 할 예정이다.
뉴욕=민지영기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뉴욕원각사에서 흑인혼성댄싱팀 화제 <2007.8.13>
쿵쿵탁..쿵쿵탁..쿵쿵탁쿵쿵..
두손으로 북을 두드리자 심장을 흥분시킬듯한 강렬한 리듬이 뽑아져 나온다. 머리에 두건을 쓰고 녹색과 적청황의 줄무늬가 새겨진 민속의상을 입은 아프리카 댄서들이 맨발로 껑충껑충 뛰며 역동적인 춤사위를 선보인다.
그런데 무대가 특이하다. 천정엔 조명 대신 연등(燃燈)이 달려 있고 우측벽엔 관세음보살 탱화도 걸려 있다. 정중앙에 좌정한 석가모니 부처님. 스님들도 빙그레 미소짓는다. 이곳은 바로 뉴욕의 한국 사찰 원각사의 큰법당.
사찰의 대웅전에서 아프리카 댄싱 한마당이 펼쳐진 것은 세계 최초의 일이 아닐까. 얼마 전 뉴욕 원각사에서는 진객들의 특별한 공연이 있었다. 서아프리카 음악으로 유명한 존스 패밀리의 특별공연이 열린 덕분이다.
한국 사찰과 아프리카 음악, 경건한 법당과 신명난 흑인음악의 극단적인 대조는 그러나 ‘열락(悅樂)’의 길을 지향하듯 독특한 하모니를 이루며 사람들을 매혹시켰다.
미동부 최초의 한국 사찰로 지난 1975년 창건된 원각사는 미국포교의 큰별인 숭산 큰스님과 법안 큰스님의 법력을 두루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맨해튼에서 북쪽으로 한시간반 거리에 위치한 샐리스배리에 무려 100만 평방미터(약 30만평)에 달하는 광활한 부지에 조성돼 미 동부를 대표하는 한국 사찰로 잘 알려졌다. 지금은 통도사 주지인 정우 스님이 이곳 주지를 겸하고 있다.
이번 공연은 한국의 불교문화와 미국 음악의 또다른 뿌리인 흑인 음악의 상호 교류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이날 공연을 기획한 육상민 뉴욕풍물단 단장은 존스 패밀리와 10여년 전부터 센트럴 파크 야외무대를 비롯, 크고 작은 공연장에서 여러 차례 합동공연을 한 바 있다.
원각사 큰법당에서 공연이 이뤄진 것은 육상민 단장이 이 절의 신도회 부회장을 맡은 것이 인연이 됐다. 7명으로 이뤄진 존스패밀리는 “부처상을 모신 불교 사원에서 공연해 본 것은 처음”이라며 독특한 경험에 즐거워했다.
이날 존스 패밀리가 선사한 공연은 세네갈과 기니 등 서부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전통음악이었다. 신기하게도 이들의 타악기 리듬은 이어 벌어진 한국의 사물놀이와 농악과도 조화를 이뤄 많은이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농악과 사물놀이를 선보인 멤버 중에는 두명의 백인 남녀가 포함돼 더욱 눈길을 끌었다. 로빈 게트너씨와 주디스 그릴리씨라는 이름의 이들은 육상민 단장의 애제자인 뉴욕풍물단 멤버였다. 특히 그릴리씨는 사물놀이 공연만 10년 이상 한 베테랑으로 시종 완숙한 솜씨로 관객들을 놀래켰다.
불자들의 열렬한 환호가 쏟아지자 존스 패밀리와 사물놀이팀은 점심 공양 후에 원각사 경내에서 또 한 차례 특별공연을 펼쳐 더 큰 환호를 자아냈다. 특히 이 자리엔 한국서 오신 스님 한분이 즉석에서 존스패밀리의 타악기 주자로 가세, 열광적인 호응을 얻기도 했다.
원각사 부주지 지광 스님은 "아프리카 음악을 접할 기회도 많지 않지만 이렇게 불도량에서 공연을 보게 되니 더욱 특별한 감동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한국 음악에 큰 관심을 표명한 존스 패밀리는 한국 전통음악과 아프리카 음악의 접목을 위해 멤버 한 명을 한국으로 특파했다. 마침 육 단장이 12일 일부 단원들을 이끌고 남사당 풍물 전수교육을 위해 한국에 오는 길에 동행한 것이었다.
뉴욕풍물단이 오는 2009년 창단 20주년 사업으로 준비 중인 남사당 웃다리 풍물은 미국에선 처음 열리는 것으로 총 25명으로 구성되는 대규모 풍물 공연이다.
공연단은 후건 디닌(웨슬리안 음대 박사과정)씨가 '끝쇠'를 맡는 등 미국인이 절반을 차지할 예정이다.
육상민 단장은 "전통적인 남사당 풍물인 웃다리 풍물은 단원 전원이 상모를 돌릴줄 알아야 하는데다 버나(접시돌리기), 줄타기, 무동타기 등 고난도의 기예(伎藝)가 포함돼 미국에서는 한번도 시연된 적이 없다"면서 "이번 전수 기회에 미국 단원은 물론, 존스 패밀리 멤버까지 참여해 여러모로 뜻이 깊다"고 말했다.
이들은 13일부터 18일까지 평택의 남사당 풍물전수관에서 남사당웃다리 풍물판굿 기능보유자 김용래씨로부터 집중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노창현특파원 robin@newsis.com
법당에서 개그콘서트? 뉴욕 사찰 폭소한마당 <2011.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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