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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김라일락이 뉴욕할렘에 심어진 까닭은

글쓴이 : 민지영 날짜 : 2012-05-01 (화) 12:09:41

 

“미스김 라일락을 뉴욕의 학교 화단에 심고보니 감개무량합니다.”

작지만 큰 시작이었다. 30일 뉴욕 맨해튼 115가 할렘의 PS57 학교. 건물 한 가운데 조성된 작은 庭園(정원)에 은발의 노신사가 감회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뉴욕의 환경운동가인 백영현(67) 1492그린클럽 회장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빛내는 스무명 남짓한 학생들에게 나지막한 영어로 말했다.

 

“오늘 여러분에게 라일락의 이야기를 들려줄께요. 지금부터 65년전인 1947년 미더라는 미국인 식물학자가 북한산에서 작으면서도 향기가 유독 진한 나무를 발견했지요. 미더는 열매종자 몇 개를 따서 미국에 돌아가 재배에 성공했어요. 오늘 그 나무를 소개합니다. 바로 미스김 라일락이라고 해요.”

 

한국이 원산지인 미스김 라일락이 뉴욕의 공립학교에 사상 처음 기증되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미스김 라일락은 본래 한국에 자생하는 토종 수수꽃다리의 열매를 미국인 식물학자가 무단채취해 미국서 종자개량에 성공, 오늘날 ‘라일락의 여왕’으로 불리며 세계 원예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의 토종식물이었지만 이제는 미국의 값나가는 원예식물로 로열티를 물며 역수입되는 미스김 라일락은 우리의 곡절많은 근대사만큼이나 애달픈 履歷(이력)을 갖고 있다. 다른 라일락의 절반에 불과할만큼 몸집이 작지만 단아하고 연보라빛 라벤더 향기가 코를 찌르면 뭇 향기를 압도한다.

 

백영현 회장은 수년전부터 자신이 운영하는 ‘클리프가든 플로리스트’가 있는 뉴저지 페어론타운의 가정에 환경캠페인의 일환으로 라일락꽃을 선물하는 운동을 해 왔다. 지난해부터 인근 7개 공립학교에 라일락 나무들을 기증해 학교 화단에 심어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러던중 우연한 기회에 미스김 라일락의 특별한 사연을 접하고 라일락 보급운동의 전면에 이들을 내세우게 됐다. 백회장은 “미스김 라일락이 마치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미국에 입양됐지만 모국과 낳아준 부모를 그리워하는 입양인의 처지와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면서 “모국의 정체성을 부여하고 이 땅에 당당하게 뿌리내리자는 뜻에서 미스김 라일락 보급운동을 펼치게 됐다”고 설명했다.

 

페어론의 일부 학교에만 공급된 미스김 라일락이 뉴욕의 할렘공립학교에 기증된 것은 이 학교 과학교사인 김은주 전 뉴욕한인교사회장의 역할이 컸다. 이 학교의 유일한 한국인 교사인 김은주 회장은 백영현 회장의 프로젝트에 깊이 감동, 미스김 라일락을 학교 정원에 심자고 제안했다.

 

이번 기증을 계기로 PS57은 뉴욕원예협회의 협조아래 미스김 라일락을 통한 자연환경교육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는 이스라엘 소토 교장을 비롯, 조나산 리 교감, 아티스틱 디렉터가 자리했고 뉴욕원예협회의 교육강사 앤 페덱씨도 함께 했다.

 

▲ 왼쪽부터 뉴욕원예협회 앤 페뎃씨, 조나산 리 교감, 타이나 트라베소 아티스틱디렉터, 이스라엘 소토 교장, 백영현회장, 김은주선생님

이 학교 소토 교장은 “라일락 캠페인을 하는 백영현 회장이 뉴욕시 최초로 우리 학교에 기증해줘 너무나 기쁘다. 미스김 라일락을 잘 키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준비된 라일락은 모두 4그루. 미스김 라일락 2그루와 페르시안 라일락, 프렌치 라일락이 각 한그루였다. 백영현 회장과 학생들은 정원 양지바른 곳에 삽질을 해 구덩이를 만들어 나무를 심었다. 정성스레 뿌리를 덮고 물도 뿌려주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과학클럽 7학년 게리군이 미스김 라일락을 심기 위해 구덩이를 파고 있다.

이날 김은주 회장은 자신이 맡고 있는 과학클럽학생(6~8학년) 20명을 데리고 학교 정원에서 미스김 라일락과 관련한 역사와 자연환경 생태계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산교육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김은주 회장은 이번 행사는 한국 고유의 꽃나무 종자를 알리고 환경보호운동을 擴散(확산)시킨다는 뜻에서 마련됐다”면서 “오늘 행사를 시작으로 뉴욕의 전 학교에 미스김 라일락을 보급하는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영현 회장은 “綠色(녹색) 캠페인의 중심에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미스김 라일락이 있다는 것은 정말 뜻깊은 일이다. 미스김 라일락을 통해 미국 학생들이 지구를 사랑하는 자연보호와 환경운동에 동참하고 그만큼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뉴욕=민지영특파원 jymin@newsroh.com

  

▲ 라일락을 심고 환환 미소를 짓고 있는 김은주선생님 (오른쪽부터) 백영현회장 앤 페덱씨, 7학년 오르비스 군

<꼬리뉴스>

PS57초등학교 ‘꿈의 정원’

PS57 공립학교는 유치원과정인 Pre-K부터 8학년까지 있다. 유치원부터 초중학교까지 운영되는 셈이다.

 

뉴욕시의 초중학교는 대부분 숫자로 표시되지만 별도의 이름도 있다. 호랑이를 마스코트로 한 이 학교의 다른 이름은 제임스 웰돈 존슨 리더십아카데미다.

 

115가와 렉싱턴 애버뉴와 3애버뉴 사이에 위치한 이곳은 3층건물로 유치원과 저학년들을 위한 놀이터도 있는 등 맨해튼의 학교치고는 비교적 규모가 큰 편이다.

 

학교 정원은 건물이 사방을 둘러싼 가운데 중앙을 작은 쉼터처럼 조성해 놓았다. 앙증맞은 화단과 의자 테이블이 있고 한쪽엔 소그룹이 야외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테라스형 벤치를 만들어 놓았다. 정원이름은 ‘꿈의 정원(Garden of Dreams)’.

 

미스김 라일락은 화단 오른쪽 앞부분에 두그루가 나란히 심어졌고 뒤에 페르시안 라일락과 프렌치 라일락이 護衛(호위)하듯 서 있다.

 

김은주회장은 퀸즈에 있는 PS 150초등학교에서 과학교사 겸 한국어반 교사로 20년 넘게 재직하다 지난해 새로운 변화를 위해 할렘에 있는 PS57 스쿨에 자원해, 任地(임지)를 옮겼다. 김회장은 “먼 곳에 가서 사역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가 사는 뉴욕에서도 봉사할 곳은 얼마든지 있다. 한국을 잘 모르는 미국인과 타민족 학생들, 학부모들을 위해 교육자로 헌신하며 한국을 알리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영숙 2012-05-02 (수) 14:16:00
PS 57 초등학교 학생들은 앞으로 참 행복하겠군요.

라일락 꽃 향기를 맡으며 공부할 수 있으니까요.

저 역시 고교 시절 밤 늦도록 학교에서 공부하고 교실을 나와서 학교 정문으로 걸어오는 곳에 있는 라일락의 ㅤㄲㅛㅊ 향기를 맡았었던 좋은 추억이 있답니다. 

백영현 회장님과 김은주 선생님께서 학생들에게 참으로 좋은 선물을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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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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