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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달라도, 서로를 이해하는 길

〈오늘의 역사속으로〉 9월 23일
글쓴이 : 뉴스로 날짜 : 2026-09-24 (목) 01:04:43

〈오늘의 역사속으로〉 9월 23일



AI 생성 이미지 


말은 소리를 통해서만 전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9월 23일은 국제 수어(手語)의 날입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사람들의 언어를 기념하는 날이지만, 이날의 역사는 노동과 독립, 과학과 남북 교류가 교차한 기록이기도 합니다. 역사는 서로 다른 언어와 체제가 인간을 갈라놓았던 시간을 보여주지만, 그 벽을 넘어 이해하려는 노력 또한 증언합니다. 진정한 소통은 상대를 나와 똑같이 만드는 데 있지 않습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함께 살아갈 길을 찾는 데 있습니다.

 

[역사속의 주요 장면]

 

1846년 — 해왕성이 발견되다

 

독일 베를린 천문대의 요한 갈레(Johann Galle)와 하인리히 다레스트(Heinrich d’Arrest)가 수학적 계산으로 예측된 위치에서 해왕성을 관측했습니다. 천왕성의 궤도에 나타난 이상 현상을 토대로 존재가 추정된 행성이 실제로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계산하고, 마침내 확인하는 과정은 인간 지식이 나아가는 방식을 상징합니다.

 

1886년 — 조선의 근대식 교육기관 육영공원이 개원하다

 

조선 정부가 서양의 학문과 외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설립한 육영공원이 문을 열었습니다. 서구의 지식과 제도를 받아들이려는 근대화의 움직임 속에서 새로운 교육의 통로가 마련된 것입니다. 교육은 낯선 세계를 이해하고, 시대의 변화를 준비하며, 기존의 한계를 넘어서는 출발점이 됩니다.

 

1932년 — 사우디아라비아 왕국 수립

 

압둘아지즈 이븐 사우드(Abdulaziz Ibn Saud)가 아라비아반도의 여러 지역을 통합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의 수립을 선포했습니다. 지역의 통합과 국가 건설이라는 변화 속에서 현대 사우디아라비아의 기틀이 마련됐습니다.

 

1946년 — 부산 철도노동자 파업을 시작으로 전국적 총파업 확산

 

해방 직후의 혼란 속에서 부산 철도노동자들의 파업을 시작으로 노동자들의 요구가 전국으로 확산됐습니다. 임금과 노동조건, 생존권을 둘러싼 갈등은 해방된 사회가 어떤 경제적·사회적 질서를 세울 것인가라는 문제와 맞닿아 있었습니다. 노동의 역사는 거대한 정치적 선언 뒤에 가려진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1964년 — 한국과 서독, 광부 파견에 합의

 

한국 정부와 서독 탄광회사들이 한국 광부를 서독에 파견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이후 많은 한국인 광부들이 낯선 땅의 탄광에서 일하며 가족과 고국의 생계를 위해 땀을 흘렸습니다. 타국의 어두운 갱도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의 희생과 가족들의 기다림, 그리고 국경을 넘어 삶을 개척한 사람들을 기억해 봅니다.

 

1992년 — 한국과 타이완 외교공관 철수

 

한국이 중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뒤 한국과 타이완은 서로의 외교공관을 철수했습니다. 국제정세의 변화가 국가 간 공식 관계와 오랜 교류에 영향을 미친 사건입니다. 외교관계는 변화할 수 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쌓인 문화적·경제적·인간적 연결까지 단절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1994년 — 국제원자력기구, 북한의 핵안전협정 이행 촉구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가 북한에 핵안전협정의 전면적인 이행을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했습니다. 한반도의 핵 문제를 둘러싼 국제적 검증과 협력의 필요성이 다시 확인된 날입니다.

 

2002년 — 북한 선수단 부산 아시안게임 참가

 

부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북한 선수단의 첫 번째 인원이 부산에 도착했습니다. 남북의 선수들이 국제 스포츠 무대는 분단의 현실 속에서도 교류와 만남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스포츠가 모든 정치적 갈등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함께 땀 흘리고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경험은 적대의 언어가 아닌 인간의 언어를 되살리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의 탄생인물]

 

이상 (李箱, 1910~1937)

일제강점기 조선의 모더니즘 문학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소설가입니다. 본명은 김해경으로, 《날개》와 〈오감도〉 등을 통해 식민지 근대인의 불안과 내면을 독창적인 언어로 표현했습니다.

그의 작품은 익숙한 문학적 질서에 질문을 던지며 시대의 균열과 인간의 내면을 드러냈습니다.

 

존 콜트레인 (John Coltrane, 1926~1967)

미국의 색소폰 연주자이자 작곡가로, 재즈의 표현 영역을 확장한 음악가입니다. 즉흥연주와 독창적인 화성 탐구를 통해 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서로 다른 음들이 충돌하고 어우러지는 과정 속에서 조화를 만들어냅니다.

 

브루스 스프링스틴 (Bruce Springsteen, 1949~)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로, 노동자와 서민의 삶, 미국 사회의 꿈과 좌절을 노래해 왔습니다. 개인의 이야기를 시대의 경험으로 확장하며 대중과 깊이 소통했습니다. 그의 노래에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일상과 희망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의 타계인물]

 

지그문트 프로이트 (Sigmund Freud, 1856~1939)

오스트리아의 신경학자이자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입니다. 무의식과 꿈, 인간 내면의 갈등을 탐구하며 현대 심리학과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의 이론에는 오늘날에도 여러 비판과 논쟁이 있지만, 인간의 내면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지적 유산을 남겼습니다.

 

파블로 네루다 (Pablo Neruda, 1904~1973)

칠레의 시인이자 외교관으로, 197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사랑과 자연, 민중의 삶과 역사적 현실을 담아 라틴아메리카의 경험을 세계문학의 언어로 확장했습니다. 인간의 고통과 희망, 자유를 향한 열망을 노래하며 문학이 시대의 양심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근주 (李根周, ?~1910)

한말 의병장으로, 국권 피탈의 비극 앞에서 항거의 뜻을 굽히지 않았던 인물입니다. 국권을 빼앗긴 현실에 비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의 죽음은 나라를 잃은 시대에 독립과 자존을 지키려 했던 사람들의 비통한 선택을 돌아보게 합니다.

 

[오늘의 한마디]

 

누군가에게는 손의 움직임이 언어이고, 누군가에게는 침묵(沈默)이 가장 정직한 표현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방식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마음입니다. 해방 직후 거리로 나선 노동자들, 식민지의 어둠 속에서 새로운 문장을 쓴 시인, 국경을 넘어 일터를 찾았던 광부들, 그리고 부산에서 서로를 마주한 남북의 선수들. 이들의 역사는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누구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며, 누구의 침묵을 외면하고 있는가.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과거의 사실을 나열(羅列)하는 일이 아닙니다. 기록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삶을 다시 불러내고, 오늘의 사회가 더 많은 목소리를 품도록 만드는 일입니다. 말이 달라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면, 길이 끊겨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귀 기울이는 그 순간부터 새로운 역사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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