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을 초월한 '102인 후원캠페인' 눈길
Newsroh=륜광輪光 newsroh@gmail.com

1903년, 하와이로 향하던 배 위에서 102명의 조선인 노동자들이 품었던 것은 낯선 땅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이라는 소박한 희망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 해 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남자의 사진 한 장을 품에 안고 같은 바다를 건넌 여인들이 있었다. 사진신부(Picture Bride)라 불린 이들이다.
오는 10월 8일 오후 7시, 경기 광명시민회관 무대에 오르는 〈사진신부의 꿈〉은 우연이자 필연 같은 숫자의 인연으로 짜여진 댄스시어터(춤극)이다. 연출을 맡은 퍼포먼스그룹 작은곰자리의 김은희 대표는 이미 2020년 작품 <행당동 115번지>를 통해 분단과 이산의 아픔을 언어 없이 몸짓만으로 풀어낸 저력을 입증한 바 있다.
전쟁통에 헤어진 아들을 기다리며 평생 한집을 떠나지 못한 어머니의 이야기를, 대사 한마디 없이 춤과 영상, 음악만으로 관객의 가슴에 새겨 넣었던 그 섬세하고 단단한 연출력이 이번에는 태평양 너머 하와이 사탕수수밭으로 향한다.
〈사진신부의 꿈〉은 대사 중심의 일반 연극이 아니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는 비언어(Non-verbal) 퍼포먼스로, 무용과 신체 언어만으로 서사를 만들어내고 있다.
낮에는 사탕수수 농장의 뙤약볕 아래서, 밤에는 남의 빨랫감을 붙들고서 하루 1달러도 안 되는 품삯을 모아 독립자금으로 보냈던 사진신부들은, 그 고단한 일상에서도 끝내 조국을 놓지 않았다. 김은희 대표는 이 잊혀진 여성들의 이야기를 춤이라는 몸의 언어로 복원함으로써 역사의 그늘에 가려졌던 이름 없는 이들에게 무대라는 헌사(獻辭)를 바치고 있다.
이 작품은 <Amazing Arirang-코리안 디아스포라 5부작>의 첫 걸음이기도 하다. 하와이를 시작으로 연해주와 중앙아시아의 고려인, 만주와 중국의 조선족, 재일동포, 그리고 멕시코와 쿠바를 거쳐 세계 곳곳으로 흩어진 한인들의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193개국에 흩어져 살아가는 약 700만 재외동포의 역사를 "떠난 사람들"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온 또 하나의 한민족 공동체"로 기억하려는 작업이다.
무엇보다 이 공연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102인의 동행'이라는 후원 캠페인이다. 1903년 하와이로 떠났던 102명의 첫 이민자를 기억하며, 오늘의 102명이 각자의 이름을 보태 이 무대를 함께 세운다.
한 사람의 후원이 배우의 땀 한 방울이 되고, 한 벌의 의상이 되고, 한 장면의 영상이 되어, 마침내 잊혀가던 역사가 다시 살아 숨 쉬는 무대로 완성되는 것이다. 102년 전 바다를 건넜던 이들의 걸음과, 오늘 102명이 내딛는 후원의 걸음이 하나의 원을 그리며 맞닿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깨닫는다. 역사란 지나간 것이 아니라, 기억하는 이들의 마음속에서 되살아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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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뉴스>
2026 퍼포먼스그룹 작은곰자리 특별기획공연 〈사진신부의 꿈〉
어메이징 아리랑(Amazing Arirang) 코리안 디아스포라 5부작, 그 첫 번째 이야기
한 장의 사진이 한 사람의 운명을 바꾸고, 한 민족의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1903년, 102명의 조선인 노동자가 더 나은 삶에 대한 희망을 품고 하와이로 향했습니다. 그 뒤를 이어 바다를 건넌 이들이 있었습니다. 얼굴 한 번 마주하지 못한 채 단 한 장의 사진만을 믿고 낯선 땅으로 향했던 사진신부들입니다.
그들은 고된 현실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가족을 이루고 공동체를 세우며 우리말과 문화를 지켜냈고, 조국을 잊지 않았습니다. 낮에는 사탕수수 농장에서 고된 노동을 하고, 밤에는 남의 빨래를 하며 번 하루 1달러도 채 되지 않는 품삯을 아껴 독립자금을 보냈습니다. 자신의 삶조차 버거웠던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의 마음은 언제나 조국을 향해 있었습니다.
〈사진신부의 꿈〉은 바로 그들의 삶과 희생, 그리고 희망을 무용·연극·영상·음악이 어우러진 댄스씨어터로 새롭게 되살리는 작품입니다. 이 공연은 단순히 과거의 역사를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디아스포라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
퍼포먼스그룹 작은곰자리는 이번 작품을 시작으로 『Amazing Arirang–코리안 디아스포라 5부작』을 통해 미국을 비롯해 러시아, 중국, 일본, 중남미 등 세계 곳곳으로 흩어진 우리 민족의 삶을 무대 위에 펼쳐낼 예정입니다.
강제이주와 식민지, 전쟁과 가난 속에서도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고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예술로 기록하고, 오늘의 우리에게 이어가는 여정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 「102인의 동행」에 함께하실 분을 모십니다 ♡
1903년, 희망을 품고 하와이로 떠났던 102명의 첫 이민자를 기억하며, 오늘 우리는 102명의 동행인과 함께 이 작품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참여와 마음은 배우들의 연습을 가능하게 하고, 한 장면의 영상을 만들며, 한 벌의 의상을 완성합니다. 그렇게 모인 뜻은 한 편의 공연이 되어 우리 민족의 역사와 기억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이어집니다. 여러분의 동행은 단순히 공연 제작을 돕는 것을 넘어, 잊혀져가는 역사를 다시 기억하고 미래 세대에 전하는 뜻 깊은 발걸음이 됩니다.
▶ 「102인의 동행」 참여 방법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vKPmlTrAPhhctjkdPfd7rLrQba0TyiKpYus0kpkNNCeySYQ/viewform?usp=dia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