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전(百年前) 오늘 신문<17>
Newsroh=륜광輪光 newsroh@gmail.com
미국 속담에 ‘3월은 사자처럼 다가와 양처럼 지나간다(March comes in like a lion, and goes out like a lamb)’는 말이 있다. 3월은 사자처럼 강한 추위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양처럼 포근하고 부드러운 날씨로 변화한다는 뜻이다.
이 속담을 백년전 신문에서 발견할 줄은 몰랐다. 1924년 3월 18일 동아일보는 “봄이 올 때에는 사자(獅子) 같고 봄이 갈 때에는 염소 같다더니, 과연 요사이 첫 봄 추위는 의외로 심하다”는 기사를 올렸다.
속담의 원문에서 ‘3월’이 ‘봄’으로, 조선에서 보기 힘든 ‘양’ 대신 흔한 ‘염소’로 바꾼게 다르지만 당시 영어 속담이 세간에서 통용되었음을 짐작케 한다. 그러나 이 기사는 단순히 날씨 얘기가 아니었다.
동아는 “가는 곳마다 『봄이 온다』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 소리는 대개 비곡(悲曲)으로 들릴 때가 많다. 『봄의 설움』도 어지간히 사람의 애를 태우는가 보다. 봄이 되면 꽃도 피려니와 시골에는 도망꾼이 많고 도회에는 자살자가 늘어간다. 생각하고 보면 꽃빛도 그다지 사람에게 다행은 주지 못하는 모양. 아무렇든지 좀 추운 바람이 불던 이미 봄은 온 것이다. 봄은 만물이 갱생하는 때이라니 웃으며 맞아야 할는지...”
기자는 봄의 설움과 늘어가는 자살자 얘기를 하며 봄을 웃으며 맞아야 하는지 복잡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식민지 시민들에게 봄은 왔어도 봄같지 않으니 가히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그 시절엔 자동차도 점차 늘어나 속도제한 기사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3월 16일 동아일보는 “인천 경찰서 관내에 자동차의 수가 날로 늘어가므로 운전 속도를 제한하게 되었다며 최대 속도를 15마일(약 24km)로 제한한다”고 알렸다. 시속을 미국식 마일(1마일 1.6km)로 표기하고 1등도로와 3등도로에서 각각 시속 15리(哩; 마일), 13리(哩)로 제한한다는 내용도 이색적이다.
3월 17일엔 원산의 무역상 김영근씨가 우리 민족의 교육을 위해 거액을 쾌척했다는 미담이 실렸고 같은날 매일신보는 이화여자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는 33명의 여학생들이 유학 등 여러 상급학교에 진학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동아일보는 3월 18일 종로 중앙청년회 학관 졸업식 소식을 우등생 3명 사진과 함께 실은데 이어 ‘도미(渡米)하는 두 수재(秀才)’가 미국 유학을 떠난다는 소식도 1단기사로 전했다.
동아는 “경기도 파주군 출생 유기원(柳基元·26), 전라남도 고흥군 출생 서민호(徐珉濠·23) 등 2명이 전날 경성역을 떠나 일본 요코하마(橫濱)으로 향했다. 유군은 경성에서 중앙학교를 졸업하고 서군은 보성학교를 졸업한 후 그동안 일본 와세다(早稻田)대학에서 공부하다가 작년 진재(震災)통(관동대지진)에 귀국하였는데, 유군은 『오하이오』주로, 서군은 『칼리포리아』주에 가서 공부할 작정”이라고 전했다.
아카이빙 전문매체 근대뉴스(http://www.19c.co.kr/) 제공으로 당시 기사와 번역본을 소개한다.
☯ 봄이 올 때에는 사자 같고 갈 때에는 염소 같다 (1924.03.18.) 동아일보

봄이 올 때에는 사자(獅子) 같고 봄이 갈 때에는 염소 같다더니, 과연 요사이 첫 봄 추위는 의외로 심하다. 그래도 봄은 봄이든지 그제 16일 일요일에는 동물원과 시외 각 절(寺)에는 흥정이 더러 있었던 모양이니, 지금부터 이러다가 꽃만 피면 또 어찌들 할 터인지. 가는 곳마다 『봄이 온다』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 소리는 대개 비곡(悲曲)으로 들릴 때가 많다. 『봄의 설움』도 어지간히 사람의 애를 태우는가 보다. 봄이 되면 꽃도 피려니와 시골에는 도망꾼이 많고 도회에는 자살자가 늘어간다. 생각하고 보면 꽃빛도 그다지 사람에게 다행은 주지 못하는 모양. 아무렇든지 좀 추운 바람이 불던 이미 봄은 온 것이다. 봄은 만물이 갱생하는 때이라니 웃으며 맞아야 할는지...
☯ 인천(仁川) 자동차의 운전 속도 취체 (1924.03.16.) 동아일보
14일부터 실시한다

인천 경찰서에서는 관내에 자동차의 수가 날로 늘어가므로 14일부터 자동차 운전 속도의 취체를 행하게 되었으므로, 14일부터 외근 순사들에게 운전 속도의 취체 실습을 행하는 중이라는데, 인천 시가의 도로는 폭이 좁은 위에 언덕길이 많으므로 최대 속도를 15마일(약 24km)로 제한하고 대략 다음과 같은 표준으로 취체할 터이라더라.
-. 1등도로 : 1시간 15리(哩; 마일) 이내
-. 3등도로 : 1시간 13리(哩) 이내
☯ 상업학교에 3만 원을 기부한 김영근(金永根)씨 (1924.03.17.) 동아일보
원산 유지 김영근(金永根)씨의 장한 일

원산부 북촌동에서 무역상을 경영하는 김영근 씨는 이번 자기 고향인 조치원에다가 상업학교를 설립하려고 3만 원이라는 큰돈을 기부하였으므로, 그의 교육에 대한 뜨거운 마음을 위로하기 위하여 원산객주조합에서 지난 9일에 성대한 환영회를 열었는데, 김씨는 그 석상에서 가지의 오늘까지의 분투한 결과와 또는 처음부터 세운 바 굳은 마음을 비로소 세상 사람에게 피력하는 간단한 답사는 실로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탄복하지 아니치 못하게 하였는데, 그 대개를 소개하면 김씨는 본래 넉넉하지 못한 자본을 가지고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에 원산에 와서 일반에게 차마 듣지 못할 인색한 사람이니, 돈만 아는 사람이니 하는 말을 들어오면서 수십 만 원이라는 큰 재산을 모으게 되었는데 당초에 세운 결심은 즉 우리 민족이 가장 뒤떨어진 교육을 진흥하여 볼 작정이었으므로 이번과 같은 일을 하였으며, 또한 몇 해 전부터 일본 동경에도 두 사람이나 유학을 시키는 중인데 더욱이 김씨의 형 되는 김원근(金元根)씨도 교육 사업에 많은 돈을 들여 지금 조치원에서 보통 정도의 학교를 경영한다더라.
☯ 형설(螢雪)의 공(功) / 이화(梨花)여자고등보통학교 (1924.03.17.) 매일신보
이화(梨花)여자고등보통학교 졸업생 33명
금년 졸업생은 어떠한 방면으로
출신의 첫걸음을 어떤 사회로 내어 들이나

절망(絶望)과 비애(悲哀)로 그 몸을 장식한 폐허(廢墟)의 고성(古城)과 한 가지로 서서 희망과 희열에 무르 녹아 찬연한 고운 빛은 한없이 흘리는 집은 정동 마루터기에 있는 이화학당이다. 서력(西曆) 1885년에 미국 선교사 『아펜쎌러』씨의 손으로 이 세상에 나온 후 40년이란 긴-세월을 한결같이 움직임없이 수 백의 여성을 편달(鞭撻)하여 눈물과 한숨으로 된 우리 여자 사회의 선구(先驅)가 되고 하고 서광이 되게 하였음을 우리는 영원히 기억하여 잊을 수 없는 바이다.....기자는 절실히 고마운 느낌을 가지고 동교를 방문하여 금년에 졸업할 재원(才媛)들의 상황을 물었다. 사무에 바쁘던 당무자는 펜을 놓으며, “졸업생 말씀입니까. 금년에 대합구 4명, 고등보통과 30명 그렇습니다. 대학부 출신은 금년 21회 째로 모두 각처의 교원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경성(京城), 공주(公州), 영변(寧邊), 평양(平壤)에 각 1명씩이 올시다. 고등보통과는 새 교육령이 발표된 후 제2회인데 그중 16명은 본교 대학 예과로 가게 되었고, 2명은 경성여자고등보통학교 사범과가 희망이며 그 외에 일본인 고등여학교 5학년 지망이 1명, 각 사립학교 교원될 학생이 8명, 동경 유학생이 1명 그러면 3명이 남는데 그들은 아직 확정치는 아니 하였으나 본교 학계과로 갈 편이 많습니다. 학생들은 대개 지방 학생이 많고 나이는 평균 19살 가량 되겠지요.....최저가 만 15세 조금 넘었고 최고는 28세 가량이 올시다. 성적은 작년보다 낫고 못한 것이 없습니다. 늘 그렇지요.....”하며 겸사(謙辭)한 태도로 웃는다. 우리는 틀림없이 그들이 사회에 나오가나 혹은 상급학교로 옮기거나를 묻지 않고 기대 이상의 그 무엇을 발휘할 줄 알며 또 자기네 스스로도 그리하지 아니치 못할 줄로 확신한다...『오-로라』의 그것 같이 맑고 밝은 광채를 이 사회에 쏘이려 하는 자매여! 그대네가 한층 더 신성되고 위대한 종교 그것에 입각(立脚)하였음을 깨달아 자중하고 자보(自保)하여 조선 여자 사회에 경앙(敬仰)의 초점(焦點)이 되라
☯ 학생의 기쁜 날 (1924.03.18.) 동아일보
청년학관(靑年學館) 졸업식
졸업생 140여 명

종로 중앙청년회 학관 졸업식은 지난 15일 오후 3시경에 회관 강당 안에서 거행하였는데, 내빈이 다수하여 매우 성황을 이루었으며 시간이 됨에 교장 구례구(具禮九)씨의 증서 수여와 신흥우(申興雨)씨의 훈사와 졸업생 대표의 답사 등 모든 순서를 정숙히 마치고 4시경에 폐식하였는데, 이번 졸업생은 도합 142명으로 그중에 고등과 졸업생이 38명이요 중등과 졸업생이 62명이요 초등과 졸업생이 25명이요 영어전문과 졸업생이 9명이요, 다시 공예부에 목공과 졸업생이 2명이요 철공과 졸업생이 2명이요 사진과 졸업생이 4명이요, 인쇄과 졸업생이 3명이라는데 우등생은 별로 없다더라.
송도(松都)고등보통학교
우등생은 3명
개성군 송도고등보통학교에서는 지난 15일 오후 2시에 그 학교 우천 체조장에서 제5회 졸업식을 거행하였는데, 졸업생 총수 29명 중에 우등 졸업생은 임봉원(林鳳元), 전흥천(全興天), 왕창업(王昌業) 등 3명이라더라.
☯ 도미(渡米)하는 두 수재(秀才) (1924.03.18.) 동아일보
어제 17일 경성 출발

경기도 파주군 출생 유기원(柳基元·26), 전라남도 고흥군 출생 서민호(徐珉濠·23) 등 2명은 이번에 미국 유학 차로 어제 17일 오후 9시 반 차로 경성역을 떠나 일본 요코하마(橫濱)으로 향하였는데, 유군은 경성에서 중앙학교를 졸업하고 서군은 보성학교를 졸업한 후 그동안 일본 와세다(早稻田)대학에서 공부하다가 작년 진재(震災)통에 귀국하였던 터인데, 유군은 『오하이오』주로, 서군은 『칼리포리아』주에 가서 공부할 작정이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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