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스님5주기 추모결의대회 광화문광장 개최
Newsroh=로창현기자 newsroh@gmail.com

“여기 꺼지지 않는 촛불이 모였습니다. 잠시 손에 든 촛불이 아니라 가슴에서 불붙은 촛불, 바람속에서도 활활 타오르는 촛불, 정원스님! 민중을 위한 그날의 소신공양 그 불꽃이 우리안에 살아 자주의 횃불로 타오릅니다 항쟁의 들불로 번져갑니다.”
5년전 겨울 박근혜하야와 적폐청산, 외세척결을 외치며 소신공양(燒身供養)한 정원 큰스님 5주기 추모대회 ‘정원스님 큰뜻따라 민중승리!’가 8일 서울 광화문광장 삼봉로 앞에서 열렸다.
자주평화통일실천연대와 평화협정운동본부, 민족작가연합, 민중민주당인권위원회가 공동주관한 이날 행사는 각계의 통일운동가 시민운동가, 시민들이 차가운 한파를 무릅쓰고 자리한 가운데 엄숙한 분위기속에 민중의례로 시작됐다.
박교일 자주평화통일실천연대 대표의 헌화에 이어 민중민주당 김경구 사무총장이 정원큰스님의 행장(行狀)을 소개했다. 1977년 스물넷의 나이에 해인사로 출가한 스님은 1978년 1978년 범어사 사미계를 수지했다.
법주사 강원을 수학하던 1980년 스님은 광주학살과 불교 법난에 저항하는 불교탄압 공동대책위에서 활동하며 부처의 가르침과 민중의 삶에 다가가는 노력을 기울였다. 1981년 범어사에서 비구계를 수지하고 통도사 창원포교당 구룡사 주지를 역임한 스님은 1987년 6월 항쟁에 적극 참여했고 인간성회복추진운동본부에서 사랑의 일기 보내기 및 북한에 헌옷 보내기 운동도 전개했다.
이후 제방 선원에서 수행 정진해오다 2005년부터 다시 사회운동 참여에 나서 2006년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 반대 투쟁을 벌였다. 2007년 12월엔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후보 의정부시 거리유세에 계란을 투척하며 "부패하고 정직하지 못한 이명박 후보는 즉각 사퇴하고, 검찰은 BBK 사건의 전모를 밝혀야 한다" 외치다 구속돼 징역 2년이 선고되었다.
2008년 광우병소고기 수입반대 투쟁 참여한 스님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팽목항에서 보름간 식음을 전폐하며 기도정진(祈禱精進)하고 진상 규명 참여 활동에 나섰다. 2016년 1월 베트남 체류 중 박근혜정부의 매국적인 한일위안부합의 소식을 듣고 귀국해 외교통상부에 화염병 투척해 또한번 구속의 사슬에 묶여야 했다.
그러나 스님은 적폐와의 싸움을 쉬지 않았다. 2016년 10월 최순실 게이트 규탄 및 박근혜 퇴진 운동 촛불집회에 연속 참여하던중 매국세력의 준동(蠢動)으로 촛불의 동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한 스님은 2017년 1월 7일 밤 10시30분 “나의 죽음은 어떤 집단의 이익이 아닌 민중의 승리가 되어야 한다”는 유지를 남기고 광화문 광장 옆 소나무 숲에서 소신공양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1월 9일 오후 7시30분 서울대 중환자실에서 입멸(入滅)에 들었다.
박교일 대표는 추모사에서 “스님께서는 불의에 맞서 분노하시고 억압받는 민중들의 삶의 행보를 함께 하셨다. 촛불에 기름을 부어 불의한 권력을 무너뜨리고 매국노집단이 일어나는 기회를 끊어 촛불시민들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말씀을 남기시고 등신불이 되셨다”고 애도했다.
민중민주당 이상훈 대표도 추모사에서 “전체 민중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서 박근혜퇴진과 악폐청산을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 나온 2017년 겨울, 한생을 조국과 민중을 위해 헌신하신 정원스님은 오직 하나뿐이자 마지막 남은 자신의 생명을 민족 민중의 제단앞에 바치셨다. 정원스님의 한 생은 언제나 억압받고 핍박받는 민중의 편이었다. 현 시기는 그 어느때보다 정원스님의 뜻과 정신을 따라 완강히 전진해야 할 때이다”라고 강조했다.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대표 가루라(법명) 보살은 추모시 ‘다시 타오르는 불꽃’(지창영 시인)을 절절한 목소리로 외쳐 모두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다시 타오르는 불꽃’ - 지창영
정원스님!/ 매국노 집단이 일어나는 기회를 끊고/ 촛불시민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당신이 불꽃으로 산화하신 지/ 5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촛불이 승리하고/ 적폐의 무리들은 무너진 듯했지만/ 세상은 그다지 변한 것이 없습니다/ 박근혜를 탄핵시키던 승리의 순간도/ 촛불정부를 탄생시키던 감동의 순간도/ 한 순간 물거품처럼 꺼져 버리고/ 우리는 여전히 바람에 맞서 광장에 섰습니다/
국가보안법이 아직도 우리를 옥죄고/ 적폐의 수장 박근혜는 감옥에서 풀려났습니다/ 한때 찬란했던 무대의 조명은 꺼지고/ 민중들은 컴컴한 객석에 남아 고개를 떨굽니다/ 한때 부풀었던 통일의 꿈은/ 한바탕 꿈처럼 스쳐가 버리고/ 외세의 견고한 족쇄만 남아/ 촛불 꺼진 광장에는 성조기가 활보합니다/
찬바람 몰아치는 광장에/ 스님의 육성이 들리는 듯합니다/
매국역적 득세하여 껍데기만 한국이요/ 알맹이는 일본미국 원통하고 분통하다/
결국 외세였습니다/ 적폐청산도 민주주의도 평화도 통일도 외세의 벽을 무너뜨리지 못하면/ 모래위에 쌓은 성에 불과하다는 것을/ 자주없이 적폐청산도 없고/ 자주없이는 민주주의도 없다는 것은/ 진리요 철칙임을 다시 확인합니다/
촛불을 다시 켤 때입니다/ 바람에 쉽게 꺼지는 촛불이 아니라/ 조명에 빛을 잃은 촛불이 아니라/ 다시는 꺼지지 않는 촛불을 들어야 합니다/ 스님의 유언을 다시 새깁니다/ 혁명은 내부로부터 와야 합니다/ 촛불을 가슴에서 불붙여/ 활활 타오르도록 해야 합니다/
여기 꺼지지 않는 촛불이 모였습니다/ 잠시 손에 든 촛불이 아니라/ 가슴에서 불붙은 촛불/ 바람속에서도 활활 타오르는 촛불/ 정원스님! 민중을 위한 그날의 소신공양/ 그 불꽃이 우리안에 살아/ 자주의 횃불로 타오릅니다/ 항쟁의 들불로 번져갑니다/ 일체 민중이 하나 되는 그날까지/ 당신의 불꽃은 우리의 뜨거운 가슴속에/ 힘차게 타오를 것입니다

이어 민중민주당반미반전특별위원회 차은정위원장이 결의문을 선창했고 ‘민중의 노래’ 합창으로 공식 행사를 마쳤다.
모든 참가자들은 정원 큰스님의 영정이 놓인 헌화대에 국화꽃 한송이씩을 올리며 님의 뜻을 기렸다.

* 비구 정원 큰스님 행장 (약력)
1953년 서울 출생
1977년 해인사로 출가
1978년 범어사 사미계 수지, 법주사 강원 수학
1980년 법주사 강원 수학 중 광주학살과 불교 법난에 저항하는 불교탄압 공동대책위 활동
1981년 범어사 비구계 수지 이후 통도사 창원포교당 구룡사 주지 등 역임
1987년 6월 항쟁 적극 참여
1989년 인간성회복추진운동본부 창립 발기, 사랑의 일기 보내기 및 북한에 헌옷 보내기 운동 전개, 이후 스님은 제방 선원 수행 정진하시다 2005년부터 다시 사회운동 참여 재개
2006년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 반대 투쟁 참여
2007년 동국대 신정아 사건 시 7일간 동국대-조계사 간 맨발 참회 수행
2007년 12월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 의정부시 거리유세에 계란 투척하며 "부패하고 정직하지 못한 이명박 후보는 즉각 사퇴하고, 검찰은 BBK 사건의 전모를 밝혀야 한다" 외치다 구속. 징역 2년 집유 3년 선고됨.
2008년 광우병소고기 수입반대 투쟁 참여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 시 팽목항에서 보름간 식음 전폐 기도정진 진상 규명 참여
2015년 자주평화통일실천연대 불교위원장 취임
2016년 1월 베트남 체류 중 매국적인 한일합의 소식을 듣고 귀국해 외교통상부에 화염병 투척해 구속됨. 1심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선고
2016년 10월 최순실 게이트 규탄 및 박근혜 퇴진 운동 촛불집회 참여
2017년 1월 7일 22시 30분 “나의 죽음에 어떤 집단의 이익이 아닌 민중의 승리가 되어야 한다”는 유지를 남기시고 광화문 광장 옆 소나무 숲에서 소신공양
2017.1.9 7시 30분 서울대 중환자실에서 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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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뉴스>
바르게 소원 하나니 - 정덕수
정원스님 소신공양 5주기 추모시

바람이 분다고 숲은 숨지 않는다
한 그루 나무로는 견딜 수 없는 바람도
숲이 되었을 땐 견고히 내린 뿌리 단단히 의지하여
거칠게 휘몰아치는 광풍에 맞서 이겨낸다
하나의 외침은 부질없을 때 많으나
서로 한 마음으로 외치는 함성은 산과 강을 흔든다.
누군가로부터 시작된 작은 울림이
거대한 함성으로 광장을 채우면 산도 강도 두렵지 않다
목적 너머의 목적을 탐하지 말고
얼마쯤 처연한 사랑의 노래여도 좋은 외침
하나가 둘이 되고 셋이 열로 키워지며
힘차게 발 구르는 소리 광장은 물결로 일렁인다
진실은 묻히고 거짓이 번연히 자리 차지하던 세상
갈아엎을 광장의 힘이 일렁인다
“잘 모릅니다”로 “기억나지 않는다”로 감출 수 없음을
뭉뚱그려 훼절시킨 저들의 욕망의 찌꺼기
일제히 일어선 민중의 힘으로 돌려줄 때
무책임하게 방치했던 우리의 희망이 불을 밝힌다

목적 너머의 목적을 탐하지 말고
얼마쯤 처연한 사랑의 노래여도 좋은 외침
하나가 둘이 되고 셋이 열로 키워지며
힘차게 발 구르는 소리 광장은 물결로 일렁인다
진실은 묻히고 거짓이 번연히 자리 차지하던 세상
갈아엎을 광장의 힘이 일렁인다
“잘 모릅니다”로 “기억나지 않는다”로 감출 수 없음을
뭉뚱그려 훼절시킨 저들의 욕망의 찌꺼기
일제히 일어선 민중의 힘으로 돌려줄 때
무책임하게 방치했던 우리의 희망이 불을 밝힌다
때때로 의지가 휘어지더라
그러하여도 우리 꺾이진 아니 하면
새날 밝은 때를 기필코 마중하여
시퍼렇게 뒤척이며 몸서리치는 아득한 절규 멈추게 하여
단숨에 전신으로 피돌기 가팔라지고
반드시 그 님의 외침 이루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