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성대 '만남의집' 장기수선생들
Newsroh=륜광輪光 newsroh@gmail.com

양원진(93) 선생과 변숙현(98) 선생이 설날 축하의 건배를 하고 있다
“누나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래 이게 얼마만이야?”
설날 명절을 맞은 12일 서울 낙성대 만남의 집. 93세 동생과 98세 누나가 손을 잡고 다정한 대화를 나눈다.

고령(高齡)의 비전향장기수들이 거주하는 서울 낙성대 ‘만남의 집’에서 조촐한 설날 하례(賀禮)가 있었다.
이날 양원진(93) 선생이 변숙현(98) 선생의 손을 잡고 “누나 정말 오랜만이네요” 하며 오누이처럼 반가워하자 흐뭇한 미소가 퍼져 나왔다.
양심수후원회(회장 김혜순)가 운영하는 만남의 집엔 현재 김영식(89) 선생과 양희철(88) 선생 박희성(87) 선생이 거주하고 있다. 2층 구조의 낡은 주택인 이곳에 들어서면 계단 벽쪽에 ‘비전향장기수를 즉각 송환하라’는 큰 글씨가 눈에 띈다.

이날 해후(邂逅)는 다른 곳에 거주하는 양원진 선생과 유일한 홍일점이자 최고령 양심수 변숙현 선생이 찾아와 이루어졌다.
조금 늦게 안학섭 선생(92)이 합류했지만 모두 한꺼번에 모이진 못했다. 코로나 방역문제로 집에서도 5인이상 집합금지를 고려했기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날 어르신들에게 세배하려던 많은 이들이 오지 못했고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등 방문자들도 시차를 두고 오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사회적거리’ 유지를 위해 사람들이 빠져나올 때까지 일부가 마당에서 기다리는 진풍경(珍風景)도 벌어졌다.

반가워 손을 잡고 있는 안학섭 선생과 변숙현 선생
설날 떡국과 전, 생선 등 음식들은 ‘평양 시민’ 김련희씨와 홍휘흔 양심수후원회 전 사무국장이 나와 수고를 했다. 지난 2011년 중국의 탈북 브로커에 속아 남쪽에 온 뒤 줄곧 평양 송환을 요구해온 김련희 씨는 이곳 만남의 집에서 5년간 양심수 선생들을 돌보며 생활하기도 했다.

김련희 씨는 “나는 젊기라도 하지만 가족도 없이 이곳에서 지내는 고령의 선생님들이 너무나 애처로워 시간 되는대로 찾아 뵙고 있다. 어서 이분들이 소원하는 북녘 땅엔 가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음식 준비에 여념이 없는 '평양시민' 김련희씨
고령에도 평소 만남의 집에서 식사 준비를 직접 챙긴다는 박희성 선생은 이날도 직접 상다리를 펴며 바삐 움직였다. 김영식 선생은 2층에 있는 키보드로 타향살이 등을 연주하며 망향의 향수를 달래기도 했다.

89세 고령에도 평소 식사를 직접 준비하는 박희성 선생
백수를 코앞에 두고도 꼿꼿함을 잃지 않은 변숙현 선생은 축하 건배에서 “올해는 코로나도 미군도 철수시키자”며 조국의 자주통일을 기원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어르신들에게 세배를 드린 류경완 코리아국제평화포럼(KIPF) 대표는 “정말 강철같으신 분들이다. 만남의 집에 계신 두분을 포함해 북녘 송환을 원하는 열한분 모두 올해는 고향에 반드시 가시도록 해야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키보드를 연주하며 향수를 달래는 김영식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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