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 팝아트의 선구자 재스퍼 존스의 성조기 그림 ‘플랙’이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무려 2860만 달러(약 900억원)에 낙찰됐다고 뉴욕타임스가 12일 보도했다.
존스 작가의 성조기 작품은 1960년부터 1966년 사이에 그린 것으로 작가인 마이클 크리톤의 소장품이다. 이 작품은 5월 11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열린 전후 현대화 경매전에 나왔다.
낙찰가격은 존스 작가의 작품으로는 최고가인 동시에 당초 1500만 달러로 예상된 것에 비하면 월등 높은 것이다. 경매가 열리기 전 사람들은 이 작품이 생존작가로는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될 것인지 예의 주시했다. 이 부문 기록은 2년전 크리스티에서 3360만 달러에 팔린 루시안 프로이드의 ‘이익관리인(Benefits Supervisor)’이 갖고 있다.
존스의 그림을 인수한 주인공은 필라델피아 브린 마어의 미국작가 그림 판매상인 리차드 로셀로 씨로 전화로 경매에 참여했다. 전후 현대화전 경매의 첫날인 이날 밤 주요 낙찰자들은 미국인 고객이었다.
인상주의 및 현대화전 경매를 한 전주엔 유럽과 아시아 중동의 고객들이 눈에 띄었지만 이날은 거래물량의 75%를 미국 고객이 차지했다.
이같은 엄청난 고가의 거래가 원 소장자인 마이클 크라이튼의 이름덕분인지 알 수는 없지만 크리스티 경매장의 분위기는 올스타를 방불케 할만큼 유명인사들이 응찰에 참여했다.
엔터테인먼트계의 대부 마이클 오비츠를 비롯, 패션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 헤지펀드 매니저 데이빗 개닉, 뉴스프린트 재벌이자 영화제작자인 피터 브라이언트 등 엄청난 인물들이 자리했다.
로스앤젤레스의 자본가인 일라이 브로드 역시 그 자리에 있었다. 그는 자리를 떠나며 “오늘도 금값이 올랐다. 아무도 종이돈을 원치 않는다. 이젠 예술작품”이라고 말했다.
‘플랙’은 2008년 11월 타계한 마이클 크라이튼의 예술 유산 31점 중 하나로 크라이튼은 1970년대초 존스 작가를 만났고 74년 작품을 직접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스 작가의 다른 작품들 역시 고가에 낙찰됐다. 맨해튼의 딜러인 윌리엄 아콰벨라 씨는 작가의 ‘쇠사슬’ 시리즈인 “그림을 위한 공부”라는 작품을 사들였다. 2002년에 그린 이 작품은 이날 나온 작품 중 가장 큰 것으로 300만~500만 달러에 팔릴 것으로 예상됐다.
결과는 470만 달러에 낙찰됐고 크리스티 경매장의 수수료를 포함해서 530만 달러가 소요됐다. 아콰벨라 씨는 이 그림을 어퍼 이스트사이드 갤러리에 전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라이튼 소설가의 소장 작품들은 데이빗 호크니, 로이 리히텐슈타인, 로버트 라우센버그 등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크리스티의 판매는 이들 모두의 작품들이었다.
또다른 대형 작품은 ‘스튜디오 페인팅’으로 라우센버그의 ‘콤바인즈’의 하나로 고무타이어와 접시류, 가구 등의 폐품으로 만든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60년과 61년 만든 것으로 두 개의 캔버스를 로프와 샌드백, 도르래로 연결한 것이었다.
이 작품은 600~900만 달러가 예상가였지만 신분을 밝히지 않은 의뢰인에 의해 1100만 달러에 낙찰됐다.
라우센버그의 또다른 작품 1964년작 ‘트라페즈’는 실크스크린 페인팅작품으로 500~700만 달러로 예상됐다. 맨해튼의 딜러인 래리 개고시안이 전화로 응찰해 560만 달러에 낙찰했다. 크리스티 수수료를 더하면 630만 달러였다.
매물로 나온 79개의 작품 중 팔리지 않은 것은 5개에 불과했다. 이날 총 거래액은 2억3190만 달러로 예상가인 2억740만 달러를 웃돌았다. (참고로 예상가는 크리스티 경매장의 수수료를 포함하지 않는데 수수료는 바이어가 부담한다. 첫 5만 달러는 25%, 5만~100만 달러는 20%, 그 이상은 12%이다.)
일단 크리스티는 크라이튼 컬렉션의 브랜드 이름덕을 보았다. 그것들 가운데는 워홀의 유명한 작품들도 있었다. 전통적인 방식의 경매 전쟁은 1963년작 헐리우드 글래머의 고전적 이미지인 ‘실버 리즈’가 나왔을 때 터졌다..
당시 문 옆에서 자신의 패들을 올린 마이애미의 비더인 존 콜비 씨를 포함, 5명의 응찰자가 붙었는데 크리스티는 1000만~1500만 달러를 예상했다. 콜비 씨는 1830만 달러를 제시한 맨해튼의 딜러 도미니크 레비 씨에게 밀렸다.
낙찰에 실패한 후 콜비 씨는 “다른 기회들이 있다”고 말했는데 정말 1963년작 아홉 개의 이미지 캔버스인 ‘홀리 솔로몬’을 540만 달러에 가져갈 수 있었다. 이 작품의 예상가는 700만~1200만 달러였다.
12일 소더비의 판매는 1986년 워홀의 자화상을 포함한 작품들이 나왔는데 패션디자이너 톰 포드가 예상가인 1500만 달러를 넘는 금액에 사들였다.
많은 이들이 기대하는 입스 클라인의 회고전은 이달말 허시혼 뮤지엄과 워싱턴의 조각정원에서 열린다. 이는 왜 샌프란시스코의 수집가인 리차드 & 파멜라 크램리치가 클라인의 ‘앤스로포메트리’ 시리즈인 ‘ANT93 들소’라는 60~61년 작품을 팔기로 결정했는지 설명해 줄 수 있다.
작가의 생생한 붓 끝에 의해 관능적인 몸매의 모델이 캔버스에 푸른색의 사인으로 칠해 들소의 모양을 만든 것이다. 이 작품은 익명의 비더가 1100만 달러, 수수료를 포함, 1240만 달러에 낙찰했다. 예상가 1200만 달러와 거의 맞은 것이었다.
경매가 끝난 후 크리스티 전후 현대화부서의 브랫 코비 부장은 “이번 경매는 낯익은 비더보다는 처음 보는 응찰자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재스퍼 존스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앨런데일 출생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을 졸업한 뒤 1952년부터 뉴욕에 정착하여 추상표현주의를 계승한 네오다다이즘을 발전시키고, 친구인 R. 라우셴버그와 함께 주변의 일상적인 물체를 미술 영역으로 받아들여 대표적인 화가가 되었다. 1954년경부터 미국의 국기·표적·숫자 등 평면적인 주제를 2차원의 캔버스에 묘사하여 회화의 사물화를 추진했다. 특히 국기·지도·숫자 등 일상적 환경 속에 존재하는 복제이미지를 주제로 한 점에서, 1960년대 팝아트의 선구자가 됐다.
마이클 크라이튼(1942-2008)은 농구선수를 해도 성공했을 206cm 장신이다. 하버드 의대 졸업후 작가와 프로듀서, 감독 등 다양한 재능을 뽐냈다. 1969년 첫 장편 '안드로메다 바이러스'를 시작으로 '쥬라기 공원', '라이징선' 등 베스트셀러를 출간했다. SF소설과 스릴러 물로 전 세계 1억5000만부가 판매됐다.
엔터테인먼트계의 대부인 마이클 오비츠는 1946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출생했다. UCLA를 졸업하고 엔터테인먼트계로 진출했다. 월트 디즈니를 퇴직하면서 퇴직금 1억4000만 달러 받아 화제를 모았다. 본래 연예매니지먼트 회사에서 메일룸(우편물 심부름꾼)을 하던 우리로 치면 로드매니저 출신으로 패키지 캐스팅 기법(감독부터 주연배우를 한묶음으로 계약)이 주효하면서 일약 할리우드의 전설이자 권력이 되었다.
그밖에 피터 브라이언트는 뉴스 프린트 회사를 경영하는 재벌로 27억달러 재산가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