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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中시장 철수, 전체주의 악몽때문" 브린 회장

글쓴이 : 민병옥 날짜 : 2010-06-01 (화) 04:41:52



구글의 공동창업주 세르게이 브린이 중국시장에서 검색엔진 사업 철수라는 강수를 둔 것에 대해 모국인 구 소련에서 경험한 전체주의의 기억때문이라고 월스트릿저널(WSJ)이 지적해 관심이 일고 있다.


WSJ는 25일(현지시간) A섹션 1면과 18면에 브린 창업주의 특별한 이력에 대해 소개해 시선을 끌었다. 사실 구글의 이번 조치는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중국 정부가 웹메일을 해킹하긴 했지만 4억명이라는 세계 최대의 인터넷 인구를 보유한 중국에서 사업을 접는다는 것은 ‘기업가로서 가장 멍청한 결정’이라는 일각의 평판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주의에 대해 혐오감을 갖고 있는 브린 창업주의 성장 배경을 보면 구글의 결정이 아유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브린 창업주가 미국에 온 것은 6살이던 1979년. 그는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 타협을 했지만 결국 파국을 맞았다.


일단의 중국인 해커들이 구글을 사용하는 중국운동권 인사들의 이메일을 해킹한 것이다. 브린 창업주는 “중국은 빈곤과 책장과의 싸움에 큰 진전을 보였지만 반체제인사들을 감시하는 검열에 관한 정책은 바뀌지 않았고 똑같은 전체주의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이런 일은 견디지 못한다”고 털어놓았다. 4년전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 그는 중국 정부를 만족시킬만한 검열을 마지못해 수용했다. 그러나 2008 베이징올림픽이후 중국정부는 고삐를 조이기 시작했다.


올림픽의 열기가 식어가면서 외부 세계의 시선을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지면서 중국 정부는 구글에 대한 검열과 간섭의 강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브린 창업주는 “이 무렵부터 중국에서의 사업전망이 암담해졌다. 임원들은 중국 정부의 검열정책에 대해 우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늘 옆에 있었다. 내가 참석하는 회의 다섯 개중 하나는 중국 정부의 특별한 시선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 1월 12일 구글은 중국의 인권운동가 메일을 공격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이는 사이버공격을 당했다면서 자체 검열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이어 지난 22일 마침내 중국본토에서 철수하고 검열제한이 없는 홍콩에서 사업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을 하기까지 구글은 브린 창업주는 물론, 에릭 쉬미트 CEO 등 임원진의 심도있는 논의와 토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브린 창업주는 “아주 유익한 논의과정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의 네티즌들이 홍콩 사이트를 통해 우회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시사했다. 브린은 쉬미트 CEO와 또다른 창업주인 래리 페이지를 대신해 구글의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구글의 중국내 사업이 위기에 봉착한 가운데 중국내 2위 이동통신사업자인 유니콤은 새로 출시하는 휴대폰에 구글의 검색엔진을 탑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구글의 중국 직원들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라이벌 업체들에 비해 뒤지는 경쟁력을 바라보고 있다.


베이징 당국은 구글의 결정이 전적으로 잘못됐다고 비난하며 중국의 법을 준수할 것을 경고하고 있다. 인터넷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네티즌들이 홍콩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이 사이트 검열을 허용하지 않는 동안 중국의 인터넷 검열장치들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을 네티즌들이 검색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한편 많은 인터넷 자유론자들은 이처럼 대기업으로선 보기 드문 결정을 지지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기업주들은 도덕적 논란에 근거한 결정에 대해 혼란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해킹이 단지 운동가들을 검열한 것에 그치는게 아니라 구글의 재산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리스트인 미치 케이포는 중국은 결국 더 열린 사회가 될 것이기 때문에 구글의 도덕적 기준이 장기적으로 옳은 행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 많은 기업들이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고 주주와 고객들도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다른 기업들이 구글의 뒤를 따를지는 불투명하다. 24일 도메인등록업체인 고우대디 그룹이 중국 당국이 고객 정보에 관한 새로운 정책을 요구한 것과 관련, 사업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앨런 데이비슨 구글 이사는 미국이 무역협상시 인터넷의 투명성을 중시하는 협의를 해 줄 것을 주문했다.


브린 창업주는 구글의 중국에 대한 입장이 다른 나라에 대한 하나의 신호가 될 것이라고 있다. 가령 구글은 호주에서 제안한 필터링 시스템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 제안은 인터넷 공급자들이 어린이들에게 좋지 않을 수도 있는 콘텐츠를 여과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구글은 이 계획이 호주인들의 인터넷 자유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너무 지나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 호주의 장관은 영화와 인터넷 등의 미디어를 위해 안전한 가이드라인을 수행해야 한다고 동조하고 있다.


브린 창업주는 “우리가 중국에서 취한 결정이 반가운 이유중의 하나는 중국의 상황이 다른 나라들에 그들 자신의 방화벽을 이용하도록 용기를 주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저널은 올해 36세된 브린 창업주가 구 소련시절 기억하는 압박을 중국에서 느꼈기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어린 시절 브린은 소련 경찰이 집을 찾아와 아버지에게 반유태계 차별의 혐의를 찾으려고 한 기억을 갖고 있다. 그의 이런 경험은 구글의 기업정책을 세우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


현재까지 브린과 그의 가족들은 종종 미국에 이민온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었는지 회고하곤 한다. 그의 부친은 천체물리학자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유태계 차별로 인해 수학자로 만족해야 했다. 그는 미국에 와서 훗날 메릴랜드 대학 수학과 교수가 되었다.


미국에서 성장하면서 브린은 ‘기업가로서의 꿈’을 펼치기 위한 자유를 만끽했다. 스탠포드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학생회를 이끌었지만 처음부터 인터넷 자유의 이슈에 관계하지는 않았다. 그대신 그는 구글 초창기 동업자인 페이지 회장과 함께 컴퓨터 작업에 몰두했다.


구글이 미국을 넘어 중국까지 진출한 것은 하나의 큰 실험이었다. 구글은 2005년 베이징에 연구개발센터를 세웠다. 임원진은 당시 중국 정부가 원치 않는 콘텐츠를 필터링하더라도 중국에서 검색엔진 사업을 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브린 창업주와 데이빗 드러몬드 CLO가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반해 페이지 공동회장과 쉬미트 CEO는 중국의 네티즌들이 제한된 정보라도 더 많이 얻도록 중국 정부와 타협하는 것을 지지했다.


그 무렵 브린 창업주는 중국을 여행하며 다른 회사들을 접촉하고 1차적인 조건들을 검토했다. 그는 중국 대학생들이 인터넷을 활용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당시 구글의 자체검열 검색엔진 가동을 옳은 결정이라고 판단했다. “우리는 점진적으로 장애물을 넘어가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지난해 말 중국의 해커들이 중국의 민주운동가들 이메일 해킹을 시도했을 때까지만 해도 구글은 중국 내 사업의 가치들을 고려하고 있었다.


브린 창업주는 “어떤 일로 인한 불쾌감이 인내할 수 있는 한계점에 있느냐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그 한계점을 명백히 넘어섰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뉴욕=민병옥특파원 bmin@newsis.com



<꼬리뉴스>


“아주 어려운 결정과 도전이었다. 우리가 아는 한가지는 사람들이 더 나은 정보를 바탕으로 더 나은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4년 중국 검색엔진 사업 런칭시 자체검열을 앞두고..플레이보이지와의 인터뷰


“우리는 아마도 원친과 타협을 한 셈이지만 궁국적으로 중국인들을 위한 더 많은 정보가 공급되야 하고 더 효율적인 서비스로 차별화를 주게 될 것이다.”

-2006년 자체검열 검색엔진 사업을 시작한 후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금 이 시점이 원칙을 견지하는 적절한 순간이다. 더 많은 기업과 정부들, 주직들, 개인들이 그렇게 한다면 세상은 좀더 나은 곳이 될 것이다.”

-2010년 자체검열 검색엔진 사업중단 후 월스트릿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멋진 회장의 존재만으로도 구글의 미래는, 미국의 미래는 밝다. 자선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회장직을 내놓은 세계 최고의 부자 빌 게이츠, 그의 재단에 천문학적인 사재를 기꺼이 희사한 워렌 버핏. 정말 부러운 미국이다. 돈도 명예도 존경까지 받는 부자가 되는 길을 우리 재벌들은 왜 마다할까. 하긴 우리도 그런 양심적인 부자가 있었다. 자신의 전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대신 공익재단을 만들어 희사한 유한양행의 유일한 회장이다. 문제는 이런 분들이 가뭄에 콩나듯 한다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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