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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도시 후에와 티엔무사원

베트남 다낭에 가다(下)
글쓴이 : 민병옥 날짜 : 2023-04-23 (일) 21:43:47

베트남 다낭에 가다(下)


Newsroh=민병옥기자 newsroh@naver.com

 



오늘은 후에(HUE)로 갑니다. 다낭에서 북서쪽으로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인데요. 베트남 최후의 응우옌 왕조의 수도였기에 왕궁과 황릉, 사찰들이 있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후에로 가면서 왕복 2차선의 국도를 달렸는데요. 가는 동안 어떤 놀이동산에서도 느낄수 없는 짜릿함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차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화물차 등 느린 차량이 앞에서 달리면 그때마다 상대 차선으로 넘어가 추월(追越)을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추월을 할 수 있는 차선이 표시돼 있는데 대부분의 차들이 그건 무시하고 재주껏 추월을 했거든요. 때문에 추월을 하려다 상대 차선에서 달려오는 버스나 승용차들을 피해 다시 들어가는 긴장 넘치는 숨바꼭질 운전을 1시간 이상 거듭했습니다. 한국에서라면 무료함에 잠을 청해도 됐겠지만 달리는 내내 머리칼이 곤두서는 등 잠은 1도 안오더군요 ㅎㅎ



 


정오에 도착해 외국인들이 잘 간다는 식당에서 민생고(?)를 해결하고 본격적인 탐방에 나섰습니다. 



 


시내는 흐엉강을 중심으로 서울처럼 북쪽이 구시가, 남쪽이 신시가입니다. 베트남 전쟁 때는 남베트남(월남)과 북베트남(월맹)의 최전방이었기 때문에 미군의 폭격으로 많은 피해를 입어 소실된 유적이 많다고 하네요. 6.25이후 미군 폭격으로 초토화된 우리의 아픔마냥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강북 구시가지 중앙에 있는 왕궁은 대부분의 동양 성들이 그러하듯 해자(垓字)가 둘러져 있습니다. 들어가보니 작은 자금성같은 분위기였어요. 관광객들만 아니면 타임머신을 타고 수백년전 베트남으로 돌아간듯한 했지요.


 


날씨가 제법 무더워서 걸어다니다 그늘에서 땀을 식혀야 했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빛바랜 담장과 현판, 고즈넉한 연못의 풍광에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것 같았어요.




 


다음 방문지는 티엔무 사찰입니다. 사찰 전면엔 베트남을 대표하는 건축물인 8각7층석탑이 있는데요. 높이 21m의 7층석탑에는 각 층마다 불상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곳은 베트남 불교의 거목 틱꽝득(釋廣德) 큰스님이 생전에 주석하신 사찰로 유명합니다.



 


틱꽝득 스님은 60년대 초반 폭정을 일삼던 남베트남(월남) 고딘디엠 정권에 항거하는 ‘소신공양’(燒身供養)으로 전 세계에 커다란 충격을 준 스님입니다. 스님의 소신공양은 결국 고딘디엠 정권의 몰락과 훗날 월남 패망의 단초가 되었지요.




 


틱꽝득 스님 이야기는 잠시 후에 이어가구요. 8각7층석탑을 지나면 독특한 삼문이 나타나는데 가운데 문에 영모사(靈姥寺), 좌우 문에는 대지혜(大智慧)란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원래 티엔무는 '천국의 할머니'라는 의미이기에 천모(天姥)라 불리기도 한다네요. 한국사찰의 사천왕문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웅전 격인 본당 중앙에는 영취고봉(靈鷲高峰)이란 현판이 걸려 있고 그 아래 복을 가져다 준다는 달마상(포대화상)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날 티엔무 사원엔 큰 행사가 열리는지 여타지역에서 온듯한 스님들이 많이 계시고 한 건물 전면에 꽃으로 단장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그 건물 왼쪽에 틱꽝득 스님과 관련한 특별한 것이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하늘색의 클래식 카입니다. 오스틴 모터스에서 제작한 이 차량은 스님이 고딘디엠 정권의 탄압에 항거하는 소신공양을 위해 티엔무 사원에서 사이공(호치민)까지 타고 간 차량입니다.

 



1963년 6월 11일 미국대사관 앞에서 결행한 소신공양은 베트남 사람들은 물론, 전 세계인들을 경악케 하였습니다. 당시 동영상을 보면 그야말로 온 몸이 떨리는 전율과 형언하기 힘든 경외가 일어납니다. 수백명의 스님들과 군중, 그리고 총과 진압봉을 든채 감시하는 경찰들이 있는 한 복판에서 스님은 가부좌(跏趺坐)를 틀고 앉았습니다. 스님의 머리 위로 제자스님은 오스틴 차량에 싣고 온 휘발유를 뿌렸습니다.

 

잠시후 불을 붙이자 스님은 순식간에 거대한 화염에 휩싸입니다. 그 고통을 어떻게 표현할까요. 스님은 가부좌를 한 스님은 미동(微動)도 하지 않습니다. 시민들은 하얗게 질린 채 놀란 얼굴을 하다가 불길에 휩싸인 스님을 향해 끊임없이 절을 올렸습니다. 진압하는 경찰들도 압도된 나머지 경의를 표하고 하나 둘 절을 하였습니다.



 


소신공양 전에 스님은 “내가 앞으로 넘어지면 흉조이고 뒤로 넘어지면 평화를 되찾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화염에 휩싸인 후 10여분간 가부좌를 유지한 스님은 결국 뒤로 넘어지며 평화의 도래를 예고했습니다. 당시 스님의 세수(歲數) 67세, 법랍 47년이었습니다.

이날의 모습을 일부에선 분신(焚身)으로 표현하지만 불가의 소신공양은 다른 생명을 위해 온 몸을 태우는 숭고한 결단이기에 위대한 희생으로 존중됩니다.


그런데 스님의 소신공양 이후 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스님의 법구(法軀)가 소각장으로 옮겨져 6시간 동안 화장(火葬)을 했지만 심장이 타지 않은 것입니다. 무려 4천 도의 불에서도 타지 않은 심장은 경찰들이 황산을 뿌려도 녹지 않았다고 합니다. 스님의 심장은 프랑스 국립은행에 안치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자동차가 전시된 왼쪽 벽에 타지 않은 심장을 받들고 있는 스님의 사진도 전시돼 있었습니다.

 


 

스님의 소신공양이후 만 60년이 흐른 지금, 작은 연못과 아름다운 정원이 잘 가꿔진 티엔무 사찰에선 스님들이 나무아미타불 독경하는 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려왔습니다. 위대한 소신공양으로 베트남과 세계를 놀라게 하고 조국의 통일이라는 씨앗을 일군 틱꽝득 스님. 끝으로 스님이 남긴 유언을 소개합니다.

 

“내가 눈을 감아 부처님의 곁으로 가기 전에, 국민들을 받들고 조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해 종교적 평등을 실행하기를 고딘디엠 대통령께 정중히 간청드립니다. 경애하는 신도들이여 그대들이 결속하여 불교를 지키기를 바라며 이 몸을 바칩니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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