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가 ‘치매(癡呆)와의 전쟁’을 벌이는 한국의 현실을 대대적으로 조명해 관심을 끌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6일 A섹션 1면톱과 14면 전체를 할애해 노령국가로 진입한 한국이 급증하는 치매환자들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과 다양한 사례들을 전달했다.
타임스는 이날 ‘Children Ease Alzheimer’s in Land of Aging(노령국가의 알츠하이머 치료를 돕는 아이들)‘ 제하의 기사에서 초중고생 아이들이 치매요양원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과 성남과 마포의 치매요양원을 취재하고 ‘치매 서포터스’ 등 정부 주도의 치료 프로그램들을 상세히 소개했다.
또한 치매를 부끄러운 병으로 여기고 이를 숨기는 사회분위기부터 아들 가족이 부모를 봉양(奉養)하는 한국의 관습과 고유의 효도 문화도 알리는 등 A4용지 5장 분량의 장문의 기사를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그들은 구부정하고 다리를 절기도 했다. 방향감각을 잃은듯 집 여기저기를 더듬대듯 돌아다닌다. 노인들 사이에 초등학생 아이들이 섞여 있다. 현호(11)와 서현(13)이는 노인들에게 ‘문고리 훈련’ ‘목욕탕 훈련’을 돕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치매노인들이 있는 성남의 한 요양원 풍경을 기사의 첫 머리로 시작하며 “알츠하이머와 치매 등 노인병 문제에 직면한 한국사회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노령화되는 나라중 하나인 한국은 인구의 9%가 65세 이상의 노인으로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아직도 사회 전반에 걸쳐 이 병을 부끄러워하고 두려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국에선 어린이들이 포함된 수천명의 ‘치매 서포터스’가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가령 11~13세 어린이들을 정부가 서울 외곽에 ‘노령친화 인지경험’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시킨다. 노령 시뮬레이션 훈련외에 파워포인트로 이뤄진 치매 프레젠테이션을 배우고 요양원에서 이를 실습한다.
한국에선 조기진단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김혜진 정책디렉터는 “치매는 편견속에 사람들이 자꾸 숨기는 병이다. 우리는 그분들이 은둔하지 말고 집에서 나와 진단을 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수백개의 치매요양시설들이 생겨났고 너싱홈은 2008년이후 거의 3배가 되었다. 데이케어나 홈케어를 하는 치매프로그램도 2008년이후 5배로 늘어 약 2만개가 되었다. 이들 시설은 정부가 보조금을 준다.
정부는 치매데이타베이스에 이들의 자료를 입력관리하고 있다. 재원을 위해 장기요양보험체계를 만들어 국민건강보험프리미엄으로 6.6%의 증가분을 충당(充當)한다. 2009년에만 약 10억달러의 예산이 치매환자들에게 쓰여졌다.
한국은 65세이상의 노인들이 2000년 7% 인 것이 2018년엔 14%, 2026년엔 20%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치매는 한국을 사회적 경제적으로 부담스럽게 만들고 있다.
마포구청의 곽영순 사회복지 디렉터는 “치매로 인해 한 가정당 한명꼴로 일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은퇴자들도 일하도록 독려하는 한국이기에 이들 가정들은 그만큼의 수입을 잃을 수 있다.
한국은 세계적인 치매발생이 두드러진 국가가 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치매환자는 3천만명이고 2050년엔 1억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경우 국립알츠하이머프로젝트법안이 올해 도입됐다. 최근 남편이 알츠하이머가 된 샌드라 데이 오코너를 포함한 위원회가 구성됐다.
곽영순 씨는 “많은 한국인들은 치매가 어른에 대한 공경심을 희석하는 것이 될까봐 걱정하고 있다”며 “삼년병에 효자없다”는 한국 속담을 소개했다.
그래서 한국 정부는 치매를 앓는 노인들이 효도(filial piety)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講究)하고 있지만 낮은 출산률이 가족들이 돌보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성희 한국알츠하이머협회 회장은 치매환자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마치 쓰나미가 다가오는 것 같다”고 우려하고 있다.
알츠하이머 협회는 노인요양원 직원들을 교육시키고 수천명의 노인들이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 회장은 “가끔 달아나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우리가 어느 한곳에서 돌을 하나씩 옮기다보면 높은 산도 올라갈 수 있는 평평한 도로를 닦을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뉴욕=민지영특파원 jymin@newsroh.com
<꼬리뉴스>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는 한국
뉴욕타임스는 한국이 위기를 비즈니스의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식경제부의 보조아래 관련 비즈니스를 ‘실버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치매노인들을 위한 특수젓가락부터 사람들을 침대에서 들어올려 화장실이나 거실로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자동벨트를 천정에 설치하는 시설도 상품화되고 있다.
대학생들은 치매훈련센터를 방문해서 3-D입체안경을 쓰고 ‘치매 경험’을 한다. 이렇게 훈련받는 ‘치매 서포더’들은 고통받는 치매노인들을 돌보고 존중받는 삶을 살도록 돕는다.
정부운영 치매센터중 하나인 마포구는 무료치매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원장인 양동원 박사가 차 모 씨(74)를 상대로 치매여부를 진단하는 동안 차 씨의 딸은 “아버지의 체면이 이런 테스트로 다칠까봐 두렵다”고 했다.
그녀는 “엄마가 아빠에게 카레라이스 양념을 가져오라 시켰더니 마요네스를 가져오더라”고 말했다. 전직 지하철공사 임원이었던 차 씨는 집에서 나가면 돌아오는 길을 못찾는다. 그는 “가끔 읽은게 기억이 안난다”고 말했다.
물건 분류 테스트를 하면서 양 박사가 차씨에게 질문했다.
“개와 호랑이를 뭐라고 부르지요?”
“개와 호랑이라고 부릅니다.”
“연필하고 머리솔은 뭐라고 불러요?”
“음, 한 단어인데..”
“비행기와 기차는 뭐라고 하죠?”
“당황스럽네..모르겠어요.”
“기억력이 많이 퇴화했습니다. 알츠하이머 초기단계네요.”
양 박사는 차 씨 가족에게 정부보조의 MRI 검사롤 받도록 하고 약을 복용하라고 말했다. 그는 마포구의 무료프로그램을 이용할 것을 권했다. 뮤직 쎄러피와 옥상정원에서 플로랄 쎄러피를 받고, 아트 클래스도 참여할 수 있다.
한국의 학교에선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하면 커뮤니티 서비스 크레딧을 준다. 10대 소녀들이 알츠하이머협회장인 이 씨가 운영하는 청암 너싱홈에서 발맛사지를 하고 있다. 이들 노인들은 자신들을 돌볼 아들이 없다.(뉴욕타임스는 한국선 전통적으로 아들 가족이 부모 부양의 책임을 진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오유미 양(16)은 한 노인의 발가락을 맛사지하며 “발뒷굼치 부위를 맛사지하면 배설(排泄) 기능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박민정 양(17)은 이곳에 와서 할아버지가 얼마전 택시를 타고 왜 옛날에 살았던 집을 찾아갔는지 깨닫게 됐다. “할아버지가 치매에 걸린후 무서워졌다”면서 “하지만 치매훈련을 받고선 할아버지를 위해 뭔가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떠날 시간이 되자 한 환자가 눈물을 흘려 이들 학생의 리더인 김민준 양(16)을 당황하게 했다. 그녀는 “만일 사랑이 100그람이라면 각자 1그람씩 나눠 100번만 방문하면 좋겠어요”하고 안타까워 했다.
김 모군(16)에게 치매훈련 프로그램은 아주 특별하다. 김 군은 13살 때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가 알츠하이머에 걸렸다고 했다. “그게 저를 화나게 했어요. 밥을 먹이고 마시게 하고 얼굴을 씻기는게 내 책임이었거든요. 난 그게 싫어서 반항했어요.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눈물을 끝없이 흘렸어요.”
그는 “치매치료 프로그램은 내가 왜 할머니에게 잘 할 수 없었는지 돌아보게 했고 잘못한 행동에 대해 미래에 누군가를 위해 갚을 수 있게 해줄거라고 생각해요”하고 말했다.
김 군은 웃을 때 이가 절반은 빠진 게 드러나는 이종희 할아버지를 맡게 됐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는 할아버지와 작별하며 김 군은 부드럽게 “다음에 다시 올께요. 저를 기억해주세요”하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