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서비스(Secret Service). 조직의 이름에 시크릿이라는 단어가 붙는 경우는 흔치 않다. 미국에서 시크릿 서비스라고 하면 보통 대통령 경호실을 떠올린다. 국가 수반인 대통령을 경호(警護)하는 것은 나라의 안위(安危)에 준할만큼 중차대한 일이다.
‘글로벌 웹진’ 뉴스로가 한국 언론으로는 처음 시크릿 서비스(USSS)의 실무 책임자를 인터뷰했다. 뉴저지의 모리스타운에 위치한 시크릿 서비스 뉴왁 지국을 찾은 것은 2월의 마지막 날. US 아시안아메리칸 사법재단의 데이빗 정 명예회장과 함께 평소 접하기 힘든 시크릿 서비스를 엿볼 수 있었다.
뉴왁 지국의 총책임자는 경력 30년이 넘은 제이콥 크리스틴(Jacob F. Christine) 국장이다. 그의 정식 직위는 SAC(Special Agent in Charge)으로 FBI의 보직 체계와 흡사하다. 이번 인터뷰는 3월 24일 페얼리 디킨슨 대학에서 열리는 미 사법기관 ‘패널 디스커션’에 그가 시크릿서비스를 대표해서 참가하기때문이다.
US사법재단이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미주류 사법기관 책임자들이 한인사회를 비롯한 아시안커뮤니티를 위해 사상 처음 한 자리에 모인다는 점에서 특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경찰청과 검찰청, FBI, 국세청, 노동부, 이민국 등 주와 연방 사법기관이 망라(網羅)됐다.
왜 대통령 경호실이 사법기관의 패널 디스커션에 참여하는 것일까. 시크릿 서비스는 한국의 대통령 경호실과는 성격이 다르다. 1865년 7월 5일 창설돼 올해로 역사가 146년이나 된, 미국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사법기관의 하나이다.
시크릿 서비스는 본래 연방 수사기관으로 설립됐다. 당시 미국의 심각한 두통거리였던 위조지폐(僞造紙幣) 문제를 전담수사하기 위한 임무가 부여됐다. 창설 취지 자체가 경호가 아니라 특별한 범죄수사였던 것이다.
시크릿 서비스가 대통령 경호를 맡게 된 것은 1901년 뉴욕주 버팔로에서 발생한 윌리엄 맥킨리 대통령 암살사건이 계기가 됐다. 이후 대상이 대통령 부통령 부부와 가족 등으로 범위가 넓어지며 경호의 이미지가 강해졌을뿐 특별수사의 임무는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모리스타운의 헤드쿼터스 플라자 9층에 위치한 뉴왁 지국은 두터운 이중문으로 출입구가 봉쇄돼 있었다. 집무실에서 만난 제이콥 크리스틴 지국장은 온화한 인상이었다. 인터뷰 내내 메모를 해가며 성의있는 답변을 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었다.
기밀을 요하는 내용은 ‘오브 더 레코드’를 전제로 들려주기도 했다. 업무 성격상 언론과의 인터뷰를 하지 않지만 이번 패널 디스커션을 위해 예외적으로 기자를 만난 셈이었다. 크리스틴 지국장은 “시크릿 서비스는 ‘경호와 수사(Protection and Investigations)’ 양대 미션을 수행하는 사람들”이라고 함축적인 단어를 사용했다.
즉 대통령 경호 임무가 하나의 큰 축이라면 다른 하나는 금융범죄를 중심으로 한 특별수사 임무라는 것이다. 돈세탁, 크레딧카드 등 금융범죄와 신분사기, 사이버 범죄 등을 다루고 있다.
뉴왁과 같은 지국인 미 전역에 45개가 있고 모든 해외 공관엔 시크릿 서비스 요원이 파견된다. 스페셜 에이전트는 총 3200명이고 백악관과 각국공관 경비를 맡는 ‘유니폼 디비전’ 요원이 1300명. 기타 테크니컬, 프로페셔널. 행정요원들이 2000명이 있다.
뉴왁 지국엔 케빈 송, 마크 리 두명의 한인 요원도 있다고 크리스틴 지국장은 소개했다. 그는 클린턴 대통령 시절 경호 요원으로 두차례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태원을 인상적인 거리로 꼽은 그는 비빔밥과 불고기 등 한국 음식도 즐기는 등 한국에 대해 아주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고 했다.
크리스틴 지국장은 “시크릿 서비스의 업무 성격상 커뮤니티를 위한 아웃리치 프로그램은 없지만 항상 시민들에게 문을 열어놓고 있으며 각종 특수범죄에 대한 정보와 대처요령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시크릿 서비스가 한인사회 등 아시안 젊은이들을 위한 직업박람회를 제공하고 US사법재단이 추천하는 고교, 대학생들을 워싱턴의 본부를 견학토록 하는 인턴십 프로그램에 적극 협조키로 한 것이다.
2003년 US사법재단의 전신 아시안아메리칸 사법자문위원회를 창설한 데이빗 정 회장은 “시크릿 서비스의 인턴십 프로그램은 아시안 커뮤니티를 위한 전례없는 혜택”이라며 “한인 자녀들이 시크릿 서비스와 같은 고도의 사법기관에 취업을 많이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크리스틴 국장은 펜실베니아 출신으로 밀러스빌 대학과 존스홉킨스 대학원을 졸업했다. 공군에서 복무한 그는 84년 전역(轉役) 후 백악관을 보호하는 시크릿 서비스 유니폼디비전 요원이 되었고 87년 특별수사요원이 됐다. 뉴욕과 워싱턴, 샌프란시스코 등 핵심 지국을 두루 거쳐 뉴왁 지국을 이끌고 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전직대통령 경호는 퇴임후 10년간..97년이전 취임 클린턴은 평생경호
시크릿 서비스는 위폐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1865년 창설된 취지에 따라 처음 5년간 재무부가 감독기관이었다. 당시 미 전역에서 유통(流通)된 통화 중 3분의1에서 절반이 위폐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얼마나 심각한 문제였는지 이해가 간다.
시크릿 서비스는 2년 후 요인보호 등 정부 대상 범죄에 대응하는 것으로 임무가 확대됐다. 당시 극단적인 인종차별세력인 KKK(Ku Klux Klan)에 대한 수사도 벌인 기록도 눈길을 끈다. 감독부처가 법무부로 이관된 것은 창설 43년이 지난 1908년이다.
<이하 사진 www.secretservice.gov>
1870년에 본부가 뉴욕으로 이전됐다가 4년뒤 다시 워싱턴 D.C로 복귀했다. 시크릿 서비스가 대통령을 경호한 것은 1894년 클리블랜드 대통령을 파트타임으로 비공식 경호한 것이 처음이다. 1901년 윌리엄 맥킨리 대통령의 암살되는 비극을 계기로 의회는 대통령 경호 임무 법으로 통과시켰다.
이듬해 24시간 대통령을 밀착 경호하도록 임무가 강화됐고 1913년부터는 대통령 당선자, 1917년엔 대통령 가족도 보호하기 시작했다. 부통령을 경호한 것은 1951년부터이고 당사자가 원하는 경우에 한했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전현직 대통령이 재혼을 할 경우 그 배우자는 경호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현재 시크릿 서비스는 1997년 이전에 취임한 대통령은 평생 경호를 하지만 그 이후 당선자는 퇴임후 10년간 경호를 하도록 법에 명시됐다. 전직 대통령 중 평생 경호의 혜택을 입은 마지막 대통령은 빌 클린턴이다.
한편 백악관의 경비업무를 맡는 유니폼 디비전(UNIFORMED DIVISION)은 1922년 창설됐고 1930년 시크릿서비스에 통합 운영되고 있다. 현재 1300명이상의 요원들이 백악관과 부통령 관저를 비롯, 백악관 부속시설인 재무부와 워싱턴 D.C.의 외교공관을 물샐 틈없이 경계하고 있다.
현재 시크릿 서비스의 총 책임자는 22대 마크 설리반 국장으로 2006년 5월 31일 취임했다. 시크릿 서비스 요원이 되려면 대졸이상의 학력에 미국 시민권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만38세까지 지원가능하고 군경력과 대학원, 기타 특기가 있으면 가산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의 성격상 신원조회(身元照會)는 가장 엄격한 절차이다. 보통 소요기간이 6~9개월에 이르고 이 기간중 가족관계 학교생활, 교통위반 티켓부터 크레딧 기록, 군관련정보 이웃들에 관한 기록 등을 낱낱이 조회한 후에 채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