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세계화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는 가운데 뉴욕의 한인유학생들이 ‘한식당 메뉴 정비 캠페인에 나서기로 해 화제가 되고 있다.
뉴욕대학교(NYU) 대학원 한인학생회(회장 이동석)는 4월 한달간 맨해튼 일대의 한식당을 방문, 영어 메뉴판의 실태(實態)를 파악하고 잘못 표기된 메뉴들을 바르게 고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캠페인을 기획한 한인학생회 강우성 부회장(29)은 “고유의 한국어 이름을 배제한 메뉴가 많기 때문에 한식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외국인 고객들에게 한식을 제대로 홍보하기 위해선 한국어 브랜드로 통일된 표기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가령 잡채는 ‘clear noodle pasta’, 막걸리는 ‘rice wine’으로 소개되는 등 고유의 이름이 아니라 뜻을 설명하는 식이 대부분이다. 반면 맨해튼의 규카쿠와 같은 유명 일식당에서는 한국어 브랜드를 저들 식으로 발음한 ‘자푸채’, ‘마코리’ 등으로 호칭하며 이를 브랜드화 하여 판매하고 있다.
이로 인해 외국인들은 잡채나 막걸리를 한식이 아닌 일식으로 인식하는 것은 물론, 이들 음식을 먹기 위해 일식당을 찾는 웃지 못할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 한식행사장에서 식혜가 Rice Punch로 소개되고 있다.
강우성 부회장은 “한식당을 찾는 외국인들은 많지만 먹고도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입소문 마케팅’이 이루어지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심지어 일부 한식당에서는 육개장을 ‘Mongolian hot pot – 몽골식 스튜’로, 떡볶이를 ‘spicy rice pasta (매운 쌀 파스타)’로 소개해 혼란을 야기(惹起)하는 등 한식 세계화의 노력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NYU 한인 학생회는 맨해튼의 한식당 업소의 메뉴를 수집한 후 본국의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제작한 ‘한식 메뉴 영문 표기법’과 대조한 후 권고 사항을 미 동부 한식세계화추진위원회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동석 회장은 “이번 캠페인은 외국인들의 한식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일본의 한식 자국화에 맞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인 업주 및 동포 사회는 물론, 유학생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뉴욕=민병옥특파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육개장이 한국산 소고기 야채국이라고?
‘Korean style beef and salad bowl’ 한국식 소고기 야채국?
수수께끼 같은 영문명은 다름아닌 육개장이다. 우리 고유의 음식명이 있음에도 수많은 한식당 메뉴판에서는 이처럼 실제 이름과는 동떨어진 해설식 표기법을 고수(固守)하고 있다.
이때문에 맨해튼의 한식당들은 외국 고객의 비중이 높은 편이지만 메뉴판 표기법이 뒤죽박죽이라 고객들이 적잖은 불편을 겪고 있다.
메뉴판의 문제점은 한국 음식 고유 명사를 배제하고 의미적인 설명문만 넣은 경우를 비롯, 영어 설명문 없이 한국 고유명사만 써 넣어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우성 부회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업소들의 협조가 절실한데, 아직 자발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보자 하는 움직임이 없어 캠페인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강 부회장은 “이번 캠페인은 한식 세계화는 물론, 한국 문화 홍보에 있어서 가장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본국 정부에도 건의를 해 보았지만 적극 모니터링 하겠다는 말이 있을뿐 실질적인 행동은 없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