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라면동호회가 뉴욕에서 장애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펼쳐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아름다운 라면봉사활동이라는 뜻을 가진 ‘아라봉’ 뉴욕모임이 발족(發足)한 가운데 지난 9일 뉴욕밀알선교센터에서 일일찻집과 비빔면을 만드는 행사가 열렸다. ‘작은 자들의 행복만들기’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날 행사는 성인 장애인들의 사회 적응 프로그램을 돕기 위한 기금 조성과 장애인들도 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마련됐다.
아라봉은 99년 최용민 씨 등 라면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국에서 모여 시작된 인터넷 카페 ‘라면 천국’ 회원들이 소그룹 봉사모임으로 출발했다. 최용민 회장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라면을 맛있게 끓이는 비법 등 모든 정보를 교환하고 소문난 라면 전문점을 탐방(探訪)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2000년부터 시작한 라면 무료급식 봉사활동이 입소문이 나서 현재는 라면회사의 지원으로 전국 14개 장소에서 매월 1회씩 봉사활동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라봉의 뉴욕 모임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는 뉴욕서 활동하는 연극배우 김성아 씨가 라면 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고 최용민 회장과 접촉, 구체적인 협의에 나섰고 한국 야쿠르트의 후원으로 첫 행사를 성공리에 마칠 수 있었다.
이날 미국인들을 포함한 참가자들은 장애인들이 정성껏 만든 5달러짜리 비빔면과 시원한 아이스 커피도 함께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모아진 수익금은 630 달러로 곧 열리는 장애인 캠프에 경제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쓰여질 예정이다.
액수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행사를 통해 장애인들이 보람과 희망을 얻게 됐다는 점이다. 김성아 씨와 뉴욕장로교회 교인 등 열명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약 스무명의 장애인들이 서툰 솜씨지만 조리에도 참여하고 서빙도 하고 계산대 근무도 하면서 일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밀알 선교단의 정창모 이사는 “장애인들도 할 수 있다. 장애인들에게 라면을 만들어서 주는 것보다. 그들에게 라면을 어떻게 만들고 스스로 사먹게 하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많은 봉사자들의 도움을 통해서 장애인들의 자신감과 성취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정창모 집사가 장애우들과 얘기하고 있다.
아라봉 뉴욕은 이날 행사를 시작으로 매달 양로원과 고아원 등을 순회하며 라면 끓이기 봉사활동을 펼치고 라면 신제품이 출시되면 시식회도 계획하고 있다.
김성아 씨는 지난해 NFL 수퍼볼 광고경연에 사상 최초로 한국어 대사로 출연해 화제를 모은 주인공. 김성아 씨는 “인터넷 카페에 아라봉 뉴욕 모임을 만든다는 소식을 알리자마자 수백 개의 댓글이 올라올만큼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 아라봉 뉴욕을 통해 아름다운 나눔의 문화를 확산시키겠다”고 다짐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 이날 캐셔로 일한 장애우들이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꼬리뉴스>
“아라봉. 세계로 진출할것”
▲ 라면천국이 주최하고 라면업계회사들이 후원한 제1회 대한민국 라면포럼 장면
아라봉을 조직한 동호회 라면천국은 99년 9월 16일 발족했다. 현재 회원수는 6만5천명을 자랑하는 한국 최대의 라면동호회다.
카페 게시판(cafe.daum.net/ramyunheaven)의 주요 코너로는 ‘라면Q&A', 자신만의 라면 요리 비법을 전하는 ‘비법공개’, 전국 유명 라면 전문점 소개, 라면에 관한 추억과 에피소드, 시중에서 유통중인 라면에 관한 평가와 라면 관련기사 게시판 등이 있다.
특히 2000년부터 시작한 라면 무료급식 봉사활동은 라면회사로부터 지원을 받아 전국 14개 장소에서 봉사활동이 진행되는데, 봉사인원이 140명에 라면 식수인원이 2 천명에 달하고 있다.
최용민 회장은 “라면으로 나눔을 실천하려고 작게 시작한 아라봉이 뜻있는 많은 분들을 만나 매월 정기적으로 이뤄지게 되었고 앞으로 더욱 많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뉴욕 아라봉을 계기로 세계적인 아라봉으로 확산돼 전 세계 식량난을 해결하는데 적게나마 보탬이 되는 아라봉으로 발전되었으면 한다”고 소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