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 중고교에서 올 가을부터 성교육(性敎育)이 정규 과목으로 편성된다. 이는 20년만의 일이다. 10일 뉴욕시 교육국에 따르면 정규 성교육시간엔 콘돔에 대한 정확한 사용법과 ‘성행위’가 적절한 연령 등에 대한 교육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처럼 성교육이 정식 편성되게 된 까닭은 흑인과 히스패닉 10대들의 임신 등 성관련 문제들이 심화(深化)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백인에 비해 임신과 성병 감염률 등이 월등 높게 나타나고 있다.
뉴욕시 보건담당부시장 린다 깁스 씨는 “성교육은 모든 10대들에게 적용되는 사항이지만 흑인과 히스패닉 청소년들이 조기임신과 안전장치 없는 섹스 등의 위험에 노출된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2006년부터 2008년 사이에 미국의 10대들은 4명당 1명꼴로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현재 미국의 20개주와 워싱턴D.C.만이 학교에서 성교육과 에이즈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뉴욕주를 포함한 12개주는 에이즈 예방교육만을 하고 있다.
올가을부터 뉴욕시의 중고생들은 한학기 동안 성교육을 받게 된다. 중학교의 경우 6학년 혹은 7학년 때 한 차례, 고교는 9학년 혹은 10학년 때 한 차례 받게 된다. 블룸버그 시정부는 3년 계획의 성교육 프로그램에 1억3천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모든 커리큘럼이 의무화되는 것은 아니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피임의 방법 등에 관한 교육을 받지 않도록 선택할 수 있다. 또 만 11세가 될 때까지는 특정한 주제에 관한 교육을 안받을 수도 있다.
성교육 의무화방침에 대한 반발의 움직임도 있다. 기존의 보건교육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브롱스 베이체스터의 142중학교의 카시미로 시벨리 교장은 “우리는 학기 내내 건강교육을 통해 그같은 문제점을 주지시키고 있다”며 추가적인 성교육이 불필요함을 내비쳤다.
뉴욕=임지환특파원 jhlim@newsroh.com
<꼬리뉴스>
87년 에이즈 창궐로 중고교 성교육 정식 도입
뉴욕시 중고교에서 성교육이 정식으로 시행된 것은 지난 1987년으로 당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에이즈 바이러스의 창궐(猖獗)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유치원부터 12학년까지 학년당 최소 5개의 클래스가 만들어져 교육이 이뤄졌다. 교육내용은 저학년 학생들에겐 출혈을 통한 감염의 위험을 알리고 고학년 학생들에겐 필요치 않은 임신을 예방하는 섹스에 관한 것이었다.
이후 성교육은 종교단체와 학교위원회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지난 2009년 여론조사에서는 뉴욕시 유권자의 81%가 공립학교에서 성교육이 필요하다는데 찬성했다.
비록 정식 성교육이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뉴욕시 고교에서는 지난 20여년간 원하는 학생들에게 콘돔을 지급했다. 새롭게 개설되는 성교육 클래스에서 교사들은 콘돔이 왜 필요하며 올바른 사용법은 어떤 것인지 제대로 가르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