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학농구에서 한국계 감독과 선수의 특별한 인연(因緣)이 눈길을 끌고 있다.
뉴욕주립대학(SUNY) 플래츠버그의 톰 컬(Tom Curle 51) 감독과 슈터 노정훈(22)이 화제의 주인공. 이들 감독과 선수, 사제 콤비는 4년째 한솥밥을 먹으며 보기드문 인연을 잇고 있다.
이들의 존재가 특별한 것은 미대학농구(NCAA)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한국계 농구인들이기때문이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톰 컬 감독은 1200개에 달하는 NCAA 디비전1~3의 대학농구팀중 유일한 한국계 감독이다.
중학교 2학년때 미국으로 이민온 노정훈은 뉴욕주 한인대학 농구선수 1호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두 사람이 인연을 맺게 된 것은 4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답스페리 하이스쿨에서 3년간 주전으로 발군의 활약을 보인 선수의 소문을 들은 컬 감독은 코치를 대동하고 자동차로 5시간거리인 답스페리로 찾아와 스카우트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
당시 노군은 하버드와 인근의 마운트세인트빈센트 등 3개 대학의 스카우트 제안을 받고 있었다. 반면 캐나다 몬트리올과 인접한 플래츠버그는 너무 거리가 멀고 인지도(認知度)가 떨어지는 디비전3의 팀이었다.
그러나 플래츠버그를 방문하고 컬 감독과 두 번째 대화를 나눈후 미련없이 플래츠버그를 선택했다. 가장 큰 이유는 컬 감독이 한국계였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에 이민온 이래 한국인 감독은 물론 선수조차 만나지 못할만큼 농구는 외로운 스포츠였다. 처음 컬 감독을 볼 때부터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한국인으로서의 전기가 통했다”고 털어놓았다.
그것은 컬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농구인생 40여년만에 처음 만난 한국인 선수에게서 2005년 타계한 어머니의 모국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아시안을 닮았다는 놀림을 받을 때마다 농구로 울분을 달랬다는 컬 감독은 인구조사란에 반드시 아시안(코리안)이라고 표시할만큼 또다른 모국에 강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그의 아내는 백인이지만 김치찌개도 잘 끓이고 한국음식과 문화에 푹 빠져 있다.
컬 감독은 “아시안은 농구를 못한다는 고정관념을 미국의 농구계는 갖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런데 노정훈은 고교 3년간 주전으로 뛰면서 간판스타로 활약했다. 열다섯살에 이민와서 단기간에 언어와 문화의 생소함을 극복한 것만 보아도 의지가 대단한 선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칭찬했다.
노정훈이 플래츠버그에 입학한후 지역신문 카디널 포인트는 한면을 털어 두사람의 인연을 ‘코리안 커넥션’이라는 제목으로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그해 NCAA 인종별 보고서에 따르면 미전역 1200개 대학에서 농구선수로 활약하는 아시안은 92명이고 플래츠버그가 속한 디비전 3에는 38명에 불과했고 현재도 비슷한 수준이다.
노군은 지난 시즌까지 불운했다. 1학년 입학후 시즌개막 바로 전날 마지막 훈련에서 그만 왼쪽 발목을 심하게 다쳐 시즌 절반을 목발신세로 지냈고 3학년까지 부상 후유증으로 많은 게임을 소화하지 못했다.
그러나 여름방학마다 한국에 들어가 특수 재활훈련을 받은끝에 올시즌에는 완벽한 몸상태로 맹활약을 하고 있다. 주전 슈팅가드로 활약하는 그는 185cm의 신장에 발군의 슈팅력과 패싱, 드리블의 3박자를 갖추고 있다. 점프력도 뛰어나 흑인선수들 못지않게 리바운드도 잘 잡아낸다.
현재 SUNYAC 리그에서 4승5패로 중위권을 달리는 플래츠버그는 올해의 마지막인 30일과 31일 비행기로 4시간 거리인 플로리다 포트로더데일에서 중요한 2연전을 갖는다. 첫날 세인트빈센트 칼리지를 이기면 둘째날은 맨해튼빌과 메시야 중 승자와 결승전을 벌인다.
플래츠버그에서 9시즌째를 이끄는 컬 감독은 최근 6년간 4차례 팀을 리그 정상으로 이끌고 3번이나 올해의 감독에 선정되는 등 빼어난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번 플로리다 토너먼트를 상위권 진입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노정훈 역시 팀의 주전답게 큰 책임감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 대경중학교 2학년까지 선수로 활약했던 그는 “미국에 온후 줄곧 한국인선수는 혼자였기 때문에 늘 한국을 대표한다는 각오로 뛰었다. 관객들은 백인도 힘들어하는 농구코트의 아시안을 신기하게 생각하지만 실력으로 놀라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뉴욕=임지환특파원 jhlim@newsroh.com
<꼬리뉴스>
사제콤비 한국서 활약할까
컬 감독과 노군은 공통된 소망이 또 한가지 있다. 한국에서 활약하는 것이다. 5남매중 막내로 태어난 컬 감독은 한국에서 출생한 형제들과는 달리 한번도 한국을 가본 적이 없다. 어머니(우금영)가 돌아가시기전까지 함께 살면서 단양우씨 족보(族譜)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그로선 꼭 한번 어머니의 고향을 찾아 선산도 둘러보고 친척들도 만나고 싶단다.
기회가 닿으면 한국의 프로팀 지도자로 활약하면서 선진농구의 노하우도 전수하고 싶다는게 그의 꿈이다. 지난 여름 농구팀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하는 계획도 세웠지만 예산문제로 아쉽게 좌절이 됐다.
노정훈은 내년 5월 대학을 졸업하면 한국의 프로리그를 노크할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한국 프로리그가 요즘 귀화선수도 많고 수준이 상당히 높아진 것 같다”면서 “미국에서도 그러했듯 도전은 늘 나를 흥분시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