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한인회의 새로운 수장(首長)이 탄생했다. 재외동포사회의 역할이 크게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해외한인회로는 가장 비중이 큰 뉴욕한인회의 한창연 신임회장(57)이 5월부터 2년 임기에 들어갔다.
뉴욕한인회는 단순한 한인회가 아니다. 정식 명칭 대뉴욕지구한인회(The Korean-American Association of Greater New York)가 말해주듯 뉴욕은 물론, 뉴저지와 코네티컷까지 3개주 한인사회를 아우르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2년전 한창연 회장이 첫 출사표를 던졌을 때 치러진 뉴욕한인회의 경선은 뉴욕타임스가 대대적으로 보도할만큼 주류사회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유엔가입국보다 많은 230여 소수민족이 모여사는 ‘세계의 수도’ 뉴욕에서 한인사회는 주목할만한 민족그룹이다.
매년 10월 맨해튼 한복판에서 치러지는 코리안퍼레이드는 뉴욕의 10대 퍼레이드로 뉴요커와 관광객들의 인기행사로 자리잡았고 1월 열리는 한인의 밤 행사에는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 등 VIP인사들이 앞다퉈 참가할만큼 한인사회의 정치적 파워도 괄목할만 하다.
제32대 한인회장으로 취임한 한창연 회장은 뚝심있는 리더로 평가받는다. 2년전 세 후보가 나선 경선에서 아깝게 분루(憤淚)를 삼킨 그는 이번 선거에선 유력후보들의 경선포기로 단독 출마해 당선했다.
그렇다고 한인회장에 무임승차(?)하는 것은 아니다. 단독출마임에도 선관위가 마련한 후보공약설명회에 나서 봉사하는 단체장으로서 깊은 신뢰를 주었고 지난 2일 회장 이취임식에 앞서 10만 달러의 한인회 발전기금을 선뜻 내놓았다.
정식 집무와 함께 언론사로는 처음 뉴스로(www.newsroh.com)와 인터뷰를 하면서 그는 “한인회 시스템 정비와 한인사회의 단합과 화합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전임 하용화 회장이 주류사회와의 연대감을 위한 굵직굵직한 이벤트를 한 것과 관련, 행사에 좀더 내실을 기하고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 사무국 직원들도 원하면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한인회의 조직정비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5명의 대외부회장을 임명한 것이다. 미주류사회를 맡을 3명의 부회장과 한국 쪽을 담당할 2명의 부회장이 그들이다. 주류사회 파트를 3명의 부회장으로 나눈 것은 시정부와 주정부, 연방정부를 각각 맡게 함으로써 실질적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취임직후부터 사무국 시스템 업그레이드 등 조직정비에 나선 한창연 회장의 포부와 계획을 들어보았다.
-2년전 경선도 있었지만 두번의 도전이 쉽지 않았을텐데.
“두번씩 도전을 해야하는지 회의(懷疑)를 느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민생활 30여년간 동포사회에 지은 은혜를 갚아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다면 쉽게 결정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간 플러싱 한인회장 등 지역한인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대뉴욕지구 한인회장을 하면 더 큰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도전하고 포기하면 진정한 사랑이 아니지 않느냐.”
-경선이 예상됐지만 결국 단독 출마로 회장 인준을 받았다.
“사실 경선이 전혀 무섭지 않았지만 후유증(後遺症)은 걱정이 됐다. 경쟁후보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출마를 철회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 덕분에 경선으로 불가피해지는 갈등과 분열의 여지를 없앨 수 있었다. 난 복받은 사람이다.(웃음) 경선으로 인한 상처가 없었던만큼 한인회에 대한 관심과 참여의 열기가 대단하다.
-유독 단합과 화합을 강조하는데.
“머나먼 이역만리 타국에서 한 민족이 분열(分裂)하고 파벌(派閥)을 갖는 것은 비극이다. 주류사회에 힘을 뻗치려면 합쳐도 모자를 판 아닌가. 지난해 12월 100세로 타계하신 아버님(한정구)은 무엇보다 화합을 강조한 분이었다. 2003년 플러싱한인회장에 나갈 수 있었던 것도 경선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버님이 “그럼 한번 봉사를 해봐라” 하고 허락을 하셨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한인회장 당선 과정도 개인적으로 뜻깊게 생각한다.
-대뉴욕지구한인회의 수장으로서 뉴저지한인회와 코네티컷한인회와의 관계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
“뉴저지한인회와 코네티컷한인회는 대뉴욕지구의 일원으로서 함께 손잡고 나가야 하는 소중한 파트너들이다. 아무런 잡음없이 인수인계를 하게 된 것을 계기로 양 단체와 협조하고 힘을 합쳐 멋진 결실을 거두는 아름다운 전통을 만들겠다. 또한 조선족 동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다민족위원회를 만들어 조선족협회 회장을 위원으로 영입했다.”
-어떤 일을 해나갈텐가.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한 한인소상인들을 지원하는 방안과 창업세미나, 뉴욕시의 311전화와 같은 한인응급전화 개설 등 다양한 지원책을 펼치겠다. 뉴스레터 발간과 정기적으로 열린 기자회견을 마련해 동포사회와 소통(疏通)하겠다. 아울러 한인회에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한인회비 납부 캠페인도 전개하겠다. ‘물질가는 곳에 마음 간다’는 말이 있지 않느냐. 얼마 안되는 회비라도 납부하면 한인회에 그만큼 관심을 갖고 동참하는 계기가 만들어질 것이다.”
-한인회관 임대문제 등 적자보전을 위한 대책이 필요한데.
“사무국은 흑자재정이지만 한인회관은 적자다. 1층과 지하가 지난해부터 임대가 되지 않은 원인이 컸다. 1층 지반이 안좋아 정상적인 임대가 어렵다. 공사재원을 마련하는게 시급하다. 장기적인 마스터 플랜을 마련하고 전임 회장대에 추진된 각종 사업 또한 무리없이 지속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2세, 3세들의 한인회 참여를 위한 방안은.
“2세들이 몇 명 한인회 집행부에 들어왔다고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개별적인 활동이 아니라 팀으로 움직여야 한다. 1.5세, 2세들이 나름대로 조직력을 갖고 참여하도록 유학생그룹. 대학생그룹, 청년그룹을 조직 운영하겠다.”
-한인이민의 역사가 공식적으로는 100년이 넘었고 실질적인 이주역사도 40년을 넘기고 있다. 우리 한인사회가 어떤 것에 역점을 기울여 한다고 생각하나.
“선진국의 기준은 시민의식이다. 비단 한인사회만이 아니라 본국의 국민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한국이 진짜 선진국이 되려면 문화시민의식 확립이 가장 중요하다. 시민으로서의 준법정신. 공중도덕관념,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플러싱한인회장 시절 지역에서 열리는 주류사회 공청회에 참석할 일이 많았다. 한번 공청회가 열리면 동네 주민들이 200~300명이 예사로 모인다. 그러한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야말로 선진시민의 가늠자라고 생각한다.”
-재외국민 참정권 부여와 관련, 뉴욕한인회의 역할이 중요한데.
“재외선거에서 동포들의 참정권이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투표참여의 확대를 위한 방안 등 목소리를 높이겠다. 본국 정치 발전을 위한 객관적이고 중대한 시금석(試金石)이 될 것이다. 본국 정치에 대한 관심은 자연히 미국 정치에 대한 참여로 등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훗날 어떤 한인회장이었다는 평가를 듣고 싶나.
“친근한 이웃사람. 편안한 옆집 아저씨와도 같은 한인회장이 되겠다. 그늘지고 소외된 이들한테 따스한 눈길을 돌리고 무엇보다 동포사회의 단합과 화합을 주도하는데 전력을 다했다는 말을 듣고 싶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83년부터 한창연 공인회계법인 운영
서울태생인 한창연 회장은 경희대와 성균관대 무역대학원(경제학석사)을 졸업하고 1980년 미국에 이주, 롱아일랜드 대학에서 회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83년 한창연 공인회계법인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퀸즈중부한인회 이사장(1998-99)과 뉴욕한인회 부이사장(2000-01) 제19대 플러싱한인회장(2003-04), 민주평통 자문위원(2004-06)을 역임했고 2009년 뉴욕한인소기업권익위원회를 설립했고 현재 대뉴욕지구 장로연합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