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가 최근 신문에 게재하는 크로스워드 퍼즐에 불법체류자에 대한 反感(반감)을 조장하는 내용을 담아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의 2천개 소수계미디어를 대변하는 뉴아메리카미디어통신은 23일 유니비전 뉴스를 인용, “뉴욕타임스가 지난 16일 크로스워드퍼즐 문항에 반이민정서를 대변하는듯한 구절을 삽입했다”고 보도했다.
크로스워드 퍼즐은 가로와 세로의 힌트를 통해 낱말을 맞추는 퀴즈다. 문제가 된 것은 54번 7개 스펠링이 들어가는 가로문제 힌트로 “국경순찰대에 체포된 자(One caught by border patrol)”이라고 돼 있다. 정답은 ‘불법체류자(ILLEGAL)’였다.
ILLEGAL은 본래 ‘불법적인’이란 의미의 형용사가 일반적이지만 미국에선 반이민정서가 강해지면서 ‘불체자’라는 일반명사의 의미가 더 강조되고 있다. 특히 보수적인 반이민단체에서는 이 단어를 사악하고 적대적인 뉘앙스로 활용하고 있어 이민커뮤니티에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진 뉴욕타임스에 이같은 문제를 일으킨 것이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매일 뉴욕타임스에 나오는 크로스워드 퍼즐을 풀고 그에 관한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리는 빙햄튼 대학의 마이클 샤프 교수(영어학과)는 “문제의 힌트를 보고 당혹스러웠다. 이미 여러 네티즌의 의견이 올라있더라”고 소개했다.
이 중 매튜 G. 라고 자신을 밝힌 네티즌은 “ILLEGAL이 일반명사로 사용되느냐 여부가 중요한게 아니다. 문제는 그 단어가 공격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ILLEGAL은 본질적으로 범법과 위법을 뜻한다. 그것이 왜 불체자가 되야 하느냐?”고 덧붙였다.
돈 비아스라는 또다른 네티즌은 “불법체류자라고? (반이민이슈를 주장하는 공화당의 연방하원의원) 톰 텐크레이도우(콜로라도)와 (폭스TV의 보수앵커) 로우 답스가 편집에 참여하기라도 했나? 어이없다. ILLEGAL은 명사의 의미도 있지만 인간성의 抹殺(말살)을 뜻하는 단어”라고 질타했다.
한편 뉴욕타임스의 뎁 앰린 크로스워드 퍼즐 블로그 책임자는 “이번 문제의 힌트를 낸 윌 쇼츠 편집자가 단어의 광범위한 의미를 파악했다면 좋았겠지만 누구나 완벽할 수는 없다. 다소 아쉬운 점은 있지만 사과할 사안은 아니다. 다만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ih.com
<꼬리뉴스>
NYT “사전적 의미일뿐 공격의도 없어” 변명
이번 논란과 관련, 마이클 샤프 교수는 “정말 충격적인 문제였다. 명사적 형용사의 의미로 “illegal”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잘못된건 아니지만 그 단어의 부정적 의미를 뻔히 알면서 문제를 출제했다는데 더 놀랐다. 매일 크로스워드 퍼즐을 푸는 수많은 독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겠느냐?”고 유감을 표했다.
이와 함께 뉴욕타임스 담당 부서에 이메일을 보내 “귀사가 출제한 크로스워드 퍼즐의 “illegal” 문제는 이민이슈와 관련, 아주 민감한 사항이다. 이렇게 공격적이고 부정적인 문제를 출제한 의도를 알고 싶다”고 질의했다.
크로스워드 퍼즐을 담당하는 윌 쇼츠 편집자는 답장에서 “문제의 힌트를 설명할 때 ‘illegal’이 논란이 될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내가 만든 힌트는 사전적 의미였고 보통사람들과 출판물에 의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면서 “그 단어엔 輕蔑(경멸)의 의미가 담겨있지 않다”고 항변했다.
그는 “언어의 의미는 (시류에 따라) 변화하기 마련이다. ‘illegal’이 공격적인 含意(함의)를 담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크로스워드 퍼즐로 사람들을 공격할 의사는 없었다. 다행히 ‘illegal’을 다르게 힌트 낼 방법은 아주 많으므로 앞으로 이런 일은 다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로 한마디, “다른 힌트가 많다면서 왜 ‘국경순찰대에 체포된자’라고 했을까? 그것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