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샌디는 ‘세계의 수도’ 뉴욕만 강타한게 아니다.
UN은 샌디로 인한 피해를 입은 카리브해 지역중 아이티에서만 150만명 이상이 기근(饑饉)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13일 경고했다.
유엔의 식량구호기구에 따르면 아이티는 지난 6개월간 가뭄과 열대성 폭풍 아이작과 샌디 등의 잇단 재해로 인해 적절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2013년에 150여만명이 식량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키가 가뭄과 잇단 허리케인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사진=UN/WFP/Elio Rujano>
UN 세계식량프로그램(WFP)은 “지금 이 순간 허리케인 샌디로 인해 여전히 고립된 지역이 가장 큰 걱정거리”라며 “여성과 어린이들의 영양상태가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WFP의 마이어타 카울라드 국장은 “(국제사회의 도움과 함께) 아이티의 농부들이 12월중 파종해 내년 봄 농번기를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월 말 대서양에서 북상한 샌디는 수십년만에 한번 일어날만한 위력적인 폭풍이 되어 캐리비안 지역에서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낳았다. 샌디가 뒤늦게 뉴욕 일원을 덮치면서 세계인의 눈길이 집중되는 사이 카리브해 지역은 관심권에서 밀려나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샌디로 인한 사망자는 뉴욕이 43명인 반면 아이티에선 54명이었다. 뉴욕 일원에서 이재민이 다수 발생했지만 홍수와 강풍으로 수십만 가구가 집을 잃은 아이티에 비교할 바는 못된다.
WFP는 샌디가 휩쓸고 지나간 후 우선 1만4천명에게 구호식량을 제공했고 이달안으로 가장 피해가 심한 가구 중 2만호에 대해 800톤의 음식을 제공할 예정이다.
WFP는 홍수조절과 유역관리(流域管理) 등 복구활동에 대한 현금지원은 물론, 10만명에 달하는 여성과 어린이들의 영양실조를 막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티의 복구사업엔 약 1900만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며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유니세프 등 UN의 다른 기관들과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카울라드 국장은 “외부의 구호활동은 아이티의 응급상황을 도울뿐 아니라 아이티 국민들이 실의를 딛고 일어서는데 대단히 중요하다. 즉각적인 현금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특히 지방 거주민들의 식량사정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욕=민병옥특파원 by Byong-Ok Min bomin@newsroh.com

<꼬리뉴스>
2010년 세계를 놀라게 한 아이티 대지진 참사
2010년 1월 12일 정오, 카리브해의 최빈국 아이티에 미증유(未曾有)의 대참사가 발생한다. 관측사상 최고 강도(리히터 규모 7.0)의 강진이 아이티를 덮친 것이다.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대부분이 완전히 초토화되었다. 초기 사망자 수와 부상자 수는 각각 25만 명에 달하며, 100여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수많은 정부 청사와 공공건물, 병원 등이 피해를 입었고 사회기반시설도 대부분 파괴됐다.
전 세계가 온정의 손길을 뻗쳤으나, 구호 단체 간의 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구호 활동이 지체되었다. 구호물자의 전달과 배분 역시 공항이 너무 작은데다 지진으로 파괴되어서 제때에 이루어지지 못했다.
미군이 신속하게 포르토프랭스로 진입하여 질서 유지에 들어갔으나, 수많은 생존자들은 1주일 이상을 기다리고 나서야 식량과 텐트 식수 등의 생필품(生必品)을 받을 수 있었다.
신속한 구호 활동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재민 수가 너무 많은데다 피해 규모도 워낙 커서 지진 후 수개월이 지나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시내와 외곽에 텐트를 치고 살았다.
미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들은 난민 신청을 받아들였고, 전 세계 은행들은 수억 달러의 원조를 제공했으며, 세계은행은 국가 채무 상환을 5년간 연장하는 조치를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