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盜難)당한 대한제국 호조태환권 원판이 금명간 한국에 환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의 연방이민세관단속국(ICE)가 12일 호조태환권 원판을 경매처리한 ‘미드웨스트 옥션 갤러리’ 의 대표 제임스 아마토(50)를 12일 장물 판매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아마토는 지난 2010년 경매에 나온 호조태환권 원판에 대해 한국 정부와 연방 국무부로부터 ‘장물거래금지법’(NSPA)에 따라 ‘한국전쟁중 도난된 유물로 경매가 법에 저촉된다’는 통보에도 경매를 강행, 한인고미술품 수집가 윤 모씨(54)에게 3만5,000달러에 판매했다.
아마토는 혐의가 입증되면 최소 5년형부터 10년형에 벌금 25만 달러가 선고될 수 있다. 한편 윤씨는 지난 1월 9일 체포돼 디트로이트 연방구치소에 수감돼 있다가 보석금(保釋金)을 내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에 대한 첫 심리는 4월 17일로 예정돼 있다.
그동안 윤씨는 “호조태환권 원판을 합법적인 경매에서 구입한 것이므로 체포는 부당하며 도난물품이라면 이를 판매한 회사가 더 중하게 처벌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호조태환권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경매회사 대표가 구속됨에 따라 관련자에 대한 형평성 시비를 잠재우면서 호조태환권 원판이 재판정에서 도난물품으로 인정받게 되면 60년대 이후 처음 우리나라에 반환되는 케이스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ICE>
미국은 한국전쟁 직후 미군에 의해 도난된 유물을 한국정부에 반환한 사례들이 있다. 문화재제자리찾기대표 혜문스님은 “미국가기록보존소에 있는 아델리아 홀 레코드에 따르면 표범가죽 양탄자를 비롯한 우리 문화재들을 미국이 반환한만큼 이번 호조태환권은 물론, LA 라크마 박물관에 있는 문정황후 어보도 되찾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1893년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호조태환권 원판은 대한제국 화폐를 찍기 위해 만든 것으로 현재까지 남아 있는 3개중 하나이다.
가로 15.8, 세로 9.5㎝로 동판 재질로 돼 있으며 중앙에 ‘십냥’이라는 글자와 함께 지폐 장식 문양으로 조선의 왕실을 뜻하는 세 발톱을 가진 용 두 마리와 꽃들이 정교하게 조각돼 있다.
연방수사관 윌리엄 헤이스는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유물은 한국과 한국민에게 돈으로 따질 수 없는 문화적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민병옥특파원 bomin@newsroh.com
<꼬리뉴스>
윤씨 “억울해..난 피해자”
이번 사건으로 구속된 윤 모씨는 최근 한인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억울함을 토로(吐露)했다. 그는 “낙찰한 후 주미 대사관 관계자가 전화로 밀반입된 유물일 수 있으니 결제를 하지 말아달라고 해서 10여일 이상을 기다렸지만 아무 연락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후 경매장이 당장 결제를 하지 않으면 다른 입찰자에게 넘긴다고 해서 주미 대사관에 전화로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정부가 하는 일이라 액션(일처리)이 빠르지 않다’면서 나에게 “난감하시겠다”는 말을 하더라. 그래서 내가 ‘결제를 안 해 다른 사람(타민족)에게 넘어가는 것보단 내가 확보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말한 뒤, ‘결제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년 간 주미 대사관은 호조태환권을 장물이라고 확인해 준 적도 없고 한 번도 (연락이)없었는데 갑자기 체포되는 날벼락을 맞았다. 대한민국 정부가 잘못하는 거다. 낙찰받은 후 한국 유물을 경매장에서 찾았다고 한인 언론에 알려주기까지 했는데…”라고 항변했다.
윤씨의 변호인은 “암시장(暗市場)도 아니고 정식 경매장에서 물품을 구입하는데 장물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고 구입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나?”라고 반문하고 “이번 경우는 백화점에서 물건을 구입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윤씨가 미국인이었다면 지금과 같은 일을 당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