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한인회관 매각을 추진하던 뉴욕한인회(회장 민승기)가 전직한인회장단 등 강력한 반대여론에 부딛쳐 매각을 백지화(白紙化)했다.
당초 21일 한인회관 사태와 관련, 기자회견을 예정했던 민 회장은 돌연 회견을 취소하고 성명서를 통해 “현재까지 진행하던 회관 매각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뉴욕한인회는 맨해튼 24가에 위치한 한인회관을 매각하고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플러싱에 새 회관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지하 1층 지상 6층의 뉴욕한인회관은 지난 1983년 강익조 회장(17대) 시절 동포사회의 성금을 모아 매입한 것으로 뉴욕한인사회의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했지만 악성 세입자 문제로 수십 년째 골머리를 앓는 등 ‘뜨거운 감자’로 불려왔다.
민승기 회장은 당초 “지난 5월 외국계 부동산 개발업자로부터 빌딩 매입을 제의받고 그동안 전직 회장단에 자문을 구하는 등 내부 논의를 해왔다”고 밝혔으나 전직 회장단은 이미 만장일치로 부결된 사항을 민 회장이 추진했다며 회관 매각을 강행할 경우 ‘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을 내겠다는 최후통첩 공문까지 보내는 등 파문이 확산됐다.
특히 뉴욕한인회가 매입가로 제안받았다는 1500만 달러는 주변 시세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공중권(空中權)’ 등 향후 가치를 고려하면 최소 5천만 달러 이상이라는 여론이 나오면서 ‘헐값 매각’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민승기 회장은 성명서에서 “퀸즈의 뉴욕한인회관 건립은 뉴욕의 한인 동포를 대표하고 한인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충실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며 “하지만 최근 한인회관과 관련해 한인사회 내부에서도 양분적인 의견에 따라 한인사회가 분열상으로 비쳐지는 현실을 묵과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민승기 회장은 이에 앞서 20일 열린 뉴욕지역한인회연합회 정기모임에서 회관 매각 포기 방침을 밝히고 퀸즈 지역에 제2회관을 건립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모임엔 회관 매각 반대의견으로 첨예하게 대립했던 김석주 역대회장단협의회 의장도 참석했다.
민 회장은 “동포들의 최대 밀집 지역인 퀸즈에 제2의 뉴욕한인회관을 건립해 뉴욕한인회가 한인사회의 구심점이 되어 힘 있는 한인사회가 되길 지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뉴욕=임지환특파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민승기회장 평지풍파 책임져야”
이번 사태와 관련, 한인사회에서는 민승기 회장이 한인회관 매각이라는 중차대한 결정을 너무 가볍게 처리하려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인회관이 ‘뜨거운 감자’임에는 틀림없지만 민 회장이 역대 회장단과의 의견조율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사회와 총회를 통해 밀어붙이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 회장은 “하용화 전 회장이 전직 회장들은 좀 보수적이니 자료를 좀 더 준비하여 개별적인 설득을 하는게 좋을 것이라는 조언에 따라 조감도를 준비하는 등 한분 한분 설명을 드리고 있었는데 이사회 개최 일주일전에 보도가 나와 본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며 언론에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소수계로는 보기드물게 맨해튼 한복판에 자체 회관을 보유하고 있는 상징성은 돈으로 따지기 힘든 가치를 지니고 있는게 사실이다.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지만 뉴욕시 외곽인 플러싱으로 옮긴다는 것도 뉴욕과 뉴저지 코네티컷 등을 아우르는 대뉴욕지구한인회의 정체성에 반하는 것이다.
한 전직 한인회 관계자는 “한인회관은 30여년전 이민 선배들이 한푼 두푼 정성을 모아 마련한 한인사회의 소중한 자산이다. 제안받았다는 매입가도 설득력이 없지만 전직 회장단이 공식 부결(否決)했는데도 밀어붙인 회장에게 모든 논란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