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T시절부터 재능 발휘..자신 브랜드 런칭 계획도
뉴욕에서 핫 브랜드로 뜨고 있는 ‘조프레시(Joe Fresh)’ 디자인팀의 한국인 디자이너가 주목(注目)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오영준(34) 디자이너. 조 프레시는 ‘클럽모나코’의 창립자인 조 밈란이 2006년 런칭한 SPA 브랜드로 다양한 컬러감과 프레피한 스타일로 캐나다와 뉴욕 등 북미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지난해 뉴욕의 패션명문 FIT를 졸업한 그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 ‘톰브라운’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조프레시에 스카우트돼 지난해 12월부터 일하고 있다.
조프레시는 캐나다에서 온라인 스토어 및 16개 독립매장 등 34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뉴욕 5번가의 랜드마크인 초대형 플랙십 매장을 포함하여 6개의 가두점과 미국의 유명 백화점 체인 JC페니의 65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엔 명동에 아시아 1호 매장을 오픈한 바 있다.
오영준 씨는 조프레시의 남성복 디자인팀 중 유일한 한국인이다. 여성복 디자이너중에는 한국계 디자이너가 3명 있다. 수많은 유망 디자이너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문화예술의 수도 뉴욕에서 그는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10년간의 힘겨운 유학생활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을 디자인하고 있다.
▲ Joefresh 2014 Fall 시즌 이하 사진 오영준 디자이너의 작품 처음에는 여성복 니트 디자인 팀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그가 디자인한 제품들이 토론토쇼에 올라 주목받게 되면서 남성복 팀 강화를 위해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당시 그가 디자인한 마운틴 자카드 스웨터는 엘르캐나다가 선정한 2014 조프레시 톱20중 하나로 선정되는 기쁨을 안았다.
신예디자이너로서 이례적인 반응을 얻게 된데는 한국에서의 다양한 경험과 뉴욕 유학후 10년간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다.
▲ 오영준씨가 참여한 톰브라운 FALL 2013 컬렉션상명대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뉴욕에 오기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유니폼(단체복)을 디자인해서 판매하는 사업을 한적 있고, 온라인 쇼핑이 요즘처럼 활성화되기 전이었던 2000년대 초반엔 ‘솔로몬샵’이라는 온라인 쇼핑몰을 열어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캐주얼의류를 수입해 판매하는 일도 했다.
한국에서 자리 잡을 수도 있었지만 문화예술의 수도인 뉴욕에서 공부하여 디자이너로 입신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말릴 수는 없었다. 국립보건원에서 정년퇴임후 현재 서울의과학연구소 이사인 오경수(65)씨와 우명희(61)씨의 1남1녀중 첫째인 그는 부모님의 도움 없이 학업을 마치겠다는 약조(約條)를 하고 2004년 여름 150만원을 들고 뉴욕에 왔다.
어학연수를 하며 아르바이트로 생활비와 학비를 마련하는 일은 생각보다 너무나 힘들었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세일즈맨부터 웨이터, 컴퓨터를 고치는 테크니션까지 다양한 일을 했다. 어렵사리 2010년 FIT에 입학을 했지만 차비가 없어 학교에 가지 못한 적도 있었다.
“위기들이 정말 많았었는데,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항상 옆에서 도와주신 분들이 계셨어요.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학비에 보태라고 돈을 모아 보내주기도 했고, 아이비 토플의 이용구 원장님은 생계에 공부를 잠시 쉬려고 하자 토플 점수를 받을 때까지 수강료를 내지 않고 공부할 수 있게 해주셨어요.”
2년 가까이 아르바이트한 플러싱의 에센스 컴퓨터 허 강 사장도 ‘주경야독(晝耕夜讀)’하는 그를 격려하며 힘을 불어넣어준 고마운 분 중 하나였다
지난해 5월 패션디자인 전공(BFA)으로 FIT를 졸업하기까지 우여곡절(迂餘曲折)이 많았지만 좋은 일도 많았다. 특히 예비 디자이너로서 자질을 인정받을 기회가 많았다.
▲ 오영준씨가 참여한 톰브라운 SPRING 2014 컬렉션 2011년 롱아일랜드시티의 오픈 스페이스 갤러리 초대전에 패션분야 대표로 선정돼 작품 전시를 했고 2012년엔 뉴욕 한인 예술대 연합(KANA)에서 ‘더 비기닝(The Beginning)’이란 주제로 전시회 공모전에 당선되는 기쁨도 안았다.
같은해 한인봉제협회(KAMA)에서 주관하는 제5회 장학생 공모전에 파이널리스트로 뽑혀 패션쇼에 참여한 그는 KOTRA에서 주관하는 한국섬유박람회에서 KAMA를 홍보하며 작품을 전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미국패션협회(CFDA)가 미국내 20개 패션 스쿨을 대상으로 하는 최고 권위의 공모전에서 세미파이널리스트로 뽑혔고, FIT에서 ‘베스트 6’를 선정 전시할때도 그의 작품이 포함되는 등 늘 앞선에서 주목받았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뉴욕의 디자이너들은 톰브라운(Thom Browne)과 나르시소 로드리게즈(Narciso Rodriguez) 프로엔자슐러(Proenza Schouler) 3인이다. 그중 벌써 두곳에서 일해보는 행운을 안았다.
나르시소 로드리게즈는 2008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때 미셀 오바마의 드레스로 선택돼 유명세를 탔다. 오영준씨는 이곳에서 5개월간 인턴십을 하며 2012 리조트와 2012 컬렉션에 참여할 수 있었다.
가장 일해보고 싶었던 톰브라운과 인연을 맺은 것은 FIT 재학중 만난 디자인 디렉터가 그의 실력을 눈여겨 보고 추천(推薦)한 덕분이었다. 2013년 한해동안 Women’s Fall 2013 등 네차례 컬렉션에 참여했고 뉴욕의 인기 아크로바틱 공연 ‘퀸오브더나이트’의 무대의상 디자인에도 참여했다.
그는 이달부터 ‘엠렉커(MRACKER)’라는 온라인쇼핑몰(www.mracker.com/)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할 계획도 갖고 있다. 평소 영디자이너나 인디 디자이너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던 그는 마침 같은 취지로 사업을 구상한 김영완 대표를 만나 힘을 합치게 되었다.
최근 그는 미국 생활 10년을 기념해 아메리카 원주민이 거주하는 뉴멕시코의 나바호지역에서 일주일간 선교봉사를 하고 왔다. 오영준씨는 “21세기 미국에서 아직 전기도 수도도 없는 지역이 있어 놀랐다”면서 “그만큼 보람도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뉴욕=노창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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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뉴스>
“FIT 교수로 돌아올래요”
오영준씨는 어려움을 뚫고 학업에 매진했던만큼 후학(後學)들을 양성하는데에도 관심이 많다. 지난 3년간 맨해튼의 아트스쿨 뉴욕아트스튜디오에서 패션반을 지도해온 오영준 씨는 “가르치는 일은 제가 가진 지식과 기술을 나눌 수 있어서 보람도 되고, 무엇보다 제가 힘들게 유학생활을 해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거든요”하고 말했다.
‘살아있는 패션일러스트계의 전설’로 불리는 스티븐 스티플먼(Steven Stipelman) FIT 교수는 그에게 “정말 재능이 많다”고 격려하곤 했다. 그에게 조언을 많이 해준 샤론 로스먼(Sharon Rothman) 교수도 “영준, 넌 스타가 될거야”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영준씨의 궁극적인 꿈은 모교로 돌아와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이다.
“스필맨 교수님이 제가 졸업할 때 ‘인더스트리에서 6년 이상 경력이 있어야 FIT에서 학생을 가르칠 수 있으니 경험을 쌓고 나중에 꼭 학교로 돌아오라’고 격려해 주셨어요. 저도 그분처럼 존경받는 FIT의 교수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