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집전 미사와 같은 날 올려
광복절(光復節)이자 성모승천대축일(聖母昇天大祝日)인 8월15일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특별 미사’가 뉴욕 맨해튼의 유서깊은 성 패트릭 성당에서 봉행(奉行)됐다.
유서깊은 맨해튼의 랜드마크이기도 한 성 패트릭 성당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미사가 열리게 된 것은 ‘세월호를 잊지않는 사람들’의 청원을 뉴욕 대교구에서 허락해 이루어졌다. 이날 미사에는 한국인 신자 200 여명과 필리핀 신자 및 관광객 등 다수가 참여한 가운데 치뤄졌다.
미사를 집전한 아키노 신부는 ‘안녕하세요’라는 한국어 인사말과 함께 특별미사의 시작을 알렸다. 예수의 어머니인 성모마리아의 부활을 뜻하는 ‘성모승천대축일’의 의미를 설명하고 때마침 이루어진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에 맞춰 뉴욕 대교구의 주교 및 모든 사제와 신자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는 특별미사임을 강조했다.
강론을 통해서는 300여명의 한국인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특히 자식을 잃은 많은 부모의 아픔과 슬픔을 마리아의 아들인 예수님을 잃은 그 심정에 비유하면서 “성모승천대축일을 맞이하여 더욱 그 아픔과 슬픔을 함께 하는 자리가 되길 빌며 유가족과 한국국민에게 위로와 용기를 드리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미사는 영어로 진행되었지만 강론은 한국어로 통역을 하였고 노란 국화와 꽃다발을 제단에 증정하는 헌화식도 가졌다.
성 패트릭 성당은 현재 보수공사가 한창이어서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미사 도중 한 테너가수의 '아베마리아' 성가가 울려퍼질 땐 많은 이들에게 그 슬픔이 깊게 전해지는듯 했다.
이날 베를린에서 뉴욕으로 여행왔다는 마이클 핑크(Michael Fink) 씨는 “한국에 그런 사고가 있었다는 것을 매스컴을 통해서 잘 알고 있다. 한국민에게 큰 위로가 되고 용기를 잃지 않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더불어 엄청난 희생(犧牲)이 있었던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이 참사의 진상이 하루속히 밝혀지길 바란다는 바램도 잊지 않았다.
필리핀에서 온 마리아(Maria)와 후안(Juan) 씨는 “필리핀 신부님의 미사 집전이어서 그런지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며 “참사가 일어난지 3개월이 넘도록 아무런 진실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은 행동하는 양심가와 종교인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필리핀에서처럼 한국에서도 천주교가 그 구심점이 되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성 패트릭 성당은 세월호의 충격의 여파가 아직도 가시지 않은듯 기도속에서 흐느끼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미사 후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은 깊은 슬픔과 함께 특별법이 요원한 한국의 답답하고 안타까운 상황을 토로(吐露)하는 모습이었다.
뉴욕=김진곤특파원
ckkim@newsroh.com
<꼬리뉴스>
“지금 한국인들은 위로가 필요하다”
이날 미사는 원래 천주교, 불교, 원불교, 기독교 등 4개 종단이 함께 모여서 종교별로 약식 추모제를 같이 치룰 예정이었으나 규정상의 문제로 생략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사에 나온 한국인들은 가슴에 너나없이 노란 리본을 달고 있었다. 정말 위로(慰勞)가 필요한 것은 가족들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웨체스터 카운티에서 온 최순옥 씨는 “불교신자이지만 미사를 참석함으로서 가슴으로 와닿는 위로를 느꼈고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맨해튼에서 30년 넘게 살면서 성당에 나왔다는 홍유숙 씨는 “뉴욕대교구 미사를 통해서 한국어를 들어본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가슴이 참 뭉클했다”고 말했다.
비단 이들만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종교를 떠나서 큰 위로가 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미사를 통해서도 이 정도인데........교황의 방한은 말해 무엇하랴.
지금 한국인에게는 그저 누군가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같이 아파해주는 것 그리고 진실을 규명하는 것 밖에는 없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