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전범기(욱일기) 퇴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뉴욕부터 뉴저지까지 뜨겁게 울려 퍼졌다.

미대륙횡단마라톤의 주인공 권이주(68)씨와 김성유(54)씨, 강명구(56)씨 등 3인의 미주 마라토너들이 8일 뉴욕 롱아일랜드 위안부기림비에서 뉴저지 팰리세이즈팍 위안부기림비까지 이어지는 ‘평화 울트라마라톤’을 완주했다.

권이주 씨 등 3인은 이날 오전 5시50분 롱아일랜드 아이젠하워팍의 기림비 앞을 출발, 오후 2시20분 팰리세이즈팍 공립도서관 앞 기림비에 골인했다. 강한 바람으로 체감온도가 섭씨 영하 10도를 밑도는 상황에도 3인의 울트라 마라토너들은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8시간30분의 대장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일전퇴모(일본전범기퇴출시민모임)와 ‘글로벌웹진’ 뉴스로, 교회일보가 함께 한 이번 행사는 20세기 최악의 전쟁범죄를 일으킨 일본의 역사반성을 촉구하고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일본전범기(욱일기)와 그 상징물의 완전한 퇴출을 요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동료마라토너인 한영석(56) 씨의 차량제공으로 출발점에 도착한 마라토너 트리오는 미명의 어둠을 뚫고 힘차게 발걸음을 떼었다. 롱아일랜드 햄스테드 턴파이크와 퀸스블러바드를 거쳐 퀸즈보로 브리지를 건너 맨해튼에 진입한 이들은 오전 11시 뉴욕총영사관 앞에서 결의를 다진 후 UN본부 앞과 일본UN대표부 앞에서 ‘일본전범기가 아시아의 나치깃발’임을 말해주는 배너를 들고 구호를 외쳤다.

권이주 마라토너의 선창으로 ▲ 일본의 2차대전 전쟁범죄 참회 ▲ 아시아국가 침략행위 사죄 ▲ 성노예범죄 사죄와 배상 ▲ 2차대전 전범기 퇴출 ▲ UN앞에 이행 서약 등 5개항을 촉구했다.
8시간여의 레이스가 진행되는 동안 뉴요커들은 가슴과 등 뒤에 일본전범기 고발 배너를 달고 뛰는 3인의 마라토너들을 보고 사진도 찍고 박수도 보내는 모습이었다. 스티브라는 20대 청년은 행사 취지를 전해듣고 “일본이 전쟁범죄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는건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마침내 이들이 팰팍의 위안부기림비 골인점에 다다르자 대기하던 ‘일전퇴모’ 백영현 공동대표를 비롯, 월남전참전자회 뉴저지지회 황노현 회장, 이상근, 전정부 씨 등은 환호성을 올리며 축하의 포옹을 했다.


이들의 완주에 감격의 눈시울을 붉힌 백영현 대표는 “이렇게 추운 날 백오십리 길을 쉬지 않고 달린 마라토너들을 보니까 눈물이 절로 났다”고 말했다. 백영현 대표는 “지난해 런던올림픽의 일본체조팀 유니폼처럼 변형된 전범기 상징물에 대해 우리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추악한 전범상징물을 디자인예술로 위장하고 퍼뜨리는 것이 일본 극우세력의 노림수”라고 지적했다.


뉴욕=노창현 민지영특파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권이주씨 “2013마지막 레이스 뜻깊게 장식”

위안부기림비 앞에 헌화하고 묵념의 시간을 가진 권이주 마라토너는 “뉴욕의 2호 기림비에서 뉴저지 1호 기림비까지 한번
은 뛰고 싶었는데 2013년의 마지막 레이스로 장식하게 됐다”면서 악조건속에서도 뜻을 같이 하고 완주한 후배 마라토너들이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3년전 마라톤에 입문한 김성유 씨는 “생애 가장 긴 거리를 뛰었다. 이런 기회가 주어져 아주 기쁘다”면서 앞으로도 이런 일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레이스 막판 근육경련으로 위기를 맞기도 한 강명구 마라토너는 “요즘 훈련이 부족해 조금 힘들었지만 50마일(80km) 레이스도 뛴 경험이 있어서 무난히 극복할 수 있었다. 힘든만큼 보람이 크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최연장자인 권이주 마라토너는 지금까지 통산 135회 정규마라톤을 완주한 미주한인 마라톤의 상징적 존재다. 2009년 필라델피아에서 뉴욕까지 서재필박사의 독립정신을 기리는 ‘서재필 선양 150마일’(240km) 울트라마라톤을 33시간동안 완주했고 2010년엔 미대륙횡단마라톤에 도전, 95일간 5천km의 대장정에 성공했다.
또 지난 2월엔 10인의 남녀마라토너들과 함께 일본전범기퇴출을 촉구하며 1호위안부기림비에서 UN본부를 왕복하는 제1회 평화울트라마라톤을 달렸고 9월엔 3호 위안부기림비에서 1호 위안부기림비까지 달리는 ‘위안부기림 평화마라톤’을 선도한 바 있다.

권이주 씨는 “일본을 향한 우리의 뜻이 꼭 전달되어 모두가 함께 가는 평화로운 세계가 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