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흘러도 세월호 아픔은 결코 잊을 수 없어요.”
수학여행의 단꿈에 재잘대던 아이들을 싣고 가던 거대한 여객선이 회색 바다에 가라앉은지 벌써 8개월. 계절이 세 번 바뀌었지만 슬픔은 쉬이 가시지 않는다. 아직 시신(屍身)조차 찾지 못한 가족들은 납덩이처럼 무거운 아픔이 가슴을 짓누르고 있다.
저물어가는 2014년, 뉴욕에서는 또다시 세월호의 비극을 잊지 않는 사람들의 추모 집회가 열렸다. 21일 맨해튼 8애버뉴 40스트릿에 위치한 뉴욕타임스 본사 빌딩앞에서 진행된 이날 집회는 세월호 참사이후 뉴욕에서 열린 열두번째 집회였다.
뚝 떨어진 수은주에 바람이 부는 궂은 날씨였지만 고사리 손의 아이들과 함께 나온 젊은 엄마 아빠들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이들은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쓰인 플래카드와 철저한 진상조사(眞相調査)를 촉구하는 영문 배너들을 들고 도로 한켠에 서 있었다.
종종걸음으로 지나치던 행인들은 ‘Never Forget Sewolferr’ 라는 글씨와 숨진 단원고 학생들의 영정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플래카드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살펴보기도 했다.
날이 어둑해지면서 진눈깨비까지 흩날렸지만 참가자들은 오래도록 자리를 떠나지 않는 모습이었다. 한 여성 참가자는 “비록 몸은 멀리 미국에 있지만 마음은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있다”면서 “우리 젊은 엄마들과 아빠들은 세월호의 슬픔을 절대로 잊지 않고 진실(眞實) 규명(糾明)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뉴욕 세사모(세월호를 잊지 않는 사람들의 모임)는 “다음 집회가 열리는 1월엔 집회와 함께 세월호 유가족을 돕는 일일찻집도 열 계획”이라고 알렸다.
뉴욕=노창현기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뉴욕세사모, 11월1일 맨해튼에서 추모걷기대회 열기도
세월호 참사 200일을 맞은 1일 뉴욕 맨해튼 리버사이드 공원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걷기 대회가 열렸다. ‘뉴욕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뉴욕 세사모) 주최로 열린 이날 걷기대회에 참석한 한인들은 2시간 동안 4마일(6.4.㎞) 거리를 행진했다.
참석자들은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우산을 든 채 행진하며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이날 행사는 세계 불교 단체가 주최한 세계 기아(飢餓) 구제(救濟)를 위한 걷기대회와 함께 열려 많은 주목을 받았다.
뉴욕 세사모 회원들은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쓰여진 대형 노란 배너를 앞세우고 행진을 이어나갔으며 304명의 희생자 이름이 적힌 노란띠를 몸에 두르고 행진해 눈길을 끌었다.
참석자들은 “가을의 찬 비바람 속에 행진을 하지만,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이렇게 모였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게 멀리서도 잊지 않고 함께 하고 있다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걸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은주 전 뉴욕한인교사협회장은 “가여운 희생자들이 좋은 세상에 다시 나기를 기도하고 우리 조국, 대한민국이 힘없고 약한 사람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먼 타국에서 빌면서 걸었다”면서 “늦가을 고운 단풍을 함께 못보니 죄스럽기만 하다”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