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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가스전’ 주목, 미러의 동상이몽(下)

러, 북극항로로 美와 에너지 새 패권 공유할까
글쓴이 : 이상현 날짜 : 2025-07-15 (화) 13:29:46

러, 북극항로로 美와 에너지 새 패권 공유할까

 

러시아로서는 알래스카 가스전 개발을 계기로 바이든 정부 때까지 국익과 별개로 ‘편가르기의 덫’에 갇혀 러시아와 등을 져야 했던 일본과 한국을 다시 고객으로 맞을 수 있다. 토탈에너지(TotalEnergies) 같은 거대 에너지 회사들을 통해 러시아 가스와 원유를 아시아 고에너지수요 국가에 파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한국과 일본은 더 이상 자기 희생을 감내(堪耐)하면서 러시아를 제재해야 했던 바이든 정부의 동맹국들이 아니다. 굳이 ‘그림자 선단’이 동원되지 않고도 에너지 원산지가 희석될 수 있고, 러시아는 북극 항로를 통해 아시아 지역에서도 충분히 에너지 과점 시장 조성자 역할을 할 수 있다.

 

게다가 아시아에는 한중일만 있는 게 아니다. 엄청난 개발 잠재력을 지닌 북한이 천연가스 발전을 시작한다면 조롱거리가 되곤 했던 북한의 야간 위성 사진도 순식간에 완전히 바뀔 수 있다. 북러 관계의 획기적인 진전은 북한이 ▲러시아의 군사 안보 파트너 ▲우크라이나 전후 피해 복구 지역과 속도가 안 났던 극동 개발을 위한 최고의 노동력 ▲희소금속(희토류) 개발 협력자를 넘어 ▲최고의 러시아 에너지 수요처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줄 전망이다.

 

설령 알래스카 가스전이 한동안 셰일가스를 대체해 미국의 에너지 수출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있더라도, 미국은 러시아만큼 에너지 경제 잠재력이 크지 않다. 러시아는 이미 북극 항로의 70%를 선점할 만큼의 쇄빙선과 무역로 개척을 실증한 바 있다.

 

기상천외한 에너지 운송 수단이 등장할 가능성도 러시아 에너지 경제의 무서운 잠재력을 반증한다. 바로 추운 겨울철에도 얼음을 깰 필요가 없는 대형 LNG 운송 잠수함이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은 2024년 10월16일 “러시아의 주요 원자력 연구시설인 쿠르차토프 연구소가 얼음을 깨는 대신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 천연가스 운반에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내셔널인터레스트>는 “핵추진 LNG 잠수함은 북극 환경에서 쇄빙선(碎氷船)의 호위 없이는 1년 내내 항해할 수 없는 전통적 천연가스 운반선의 한계를 극복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쇄빙선도 필요 없다”…초격차 LNG 운반수단 개발 중인 러시아

 

문재인 정부 당시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위원회를 이끌었던 박종수 위원장(전 주러시아 공사)는 최근 기자와 만나 “'순례자'라는 이름을 가진 핵추진 LNG 잠수함은 길이가 300미터가 넘고 높이도 12미터가 넘는 초대형 LNG선박급 잠수함”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잠수함은 러시아 서쪽 무르만스크에서 동쪽 베링 해협까지 러시아 북극 연안을 따라 이어지는 북극 항로는 물론 바다로 이어진 전 세계 모든 곳을 빙하나 결빙 지역과 무관하게 다닐 수 있다. 북해와 지중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보다 더 빠른 통행을 제공하며 특히 북극 항로에서 얼음을 깰 필요가 없어 시간과 비용이 덜 든다. 2025년 현재 쇄빙선 자체도 러시아가 압도적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핵추진 LNG 잠수함까지 상용화 될 경우 전 세계 에너지 경제 주도권은 확실히 러시아가 거머쥐게 될 공산이 크다.

 

박 전 위원장은 이 때문에 한국이 굳이 알래스카 가스전 사업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그는 “사할린 가스전 사업과 남북러 가스전 프로젝트, 핵추진 LNG 잠수함 등을 고려할 때, 한국 정부가 알래스카 가스전에 참여하는 것은 비용-효익적 관점에서 매우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오는 2026년 7월까지 북극 LNG 2 시설의 생산라인을 완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러시아는 세계 최대 LNG 생산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러시아는 연간 최대 1980만 톤의 LNG를 생산, 아시아 지역 고객들에게 수십 억 달러에 판매할 수 있다.

 

북미쪽 북극해에서는 미국이 알래스카 가스전으로, 러시아쪽 북극해에서는 러시아 가스전으로 각각 승부를 보는 풍경이 연출될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한반도 최남단 도시 부산이 북극 항로의 출발항구가 되길 희망한다. 북극 항로를 거쳐 온 미러 양국의 에너지가 인접 울산석유화학에서 제품화 돼 고속성장 중인 동남아시아 국가들에게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해지는 큰 그림도 포함된다.

 

 

한국, 알래스카 가스전 개발 참여를 관세・방위비협상의 지렛대로 삼을듯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일반관세 10%를 기본으로 한국에 25%의 상호관세율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뒤 협상시한을 90일 유예(猶豫)했다. 90일이 끝나는 7월8일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는 다시 시한을 8월1일로 미뤘다. 동시에 방위비 분담금 얘기도 거침없이 꺼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따라 한미 관세협상과 방위비 협상에 온 관심이 집중돼 있다. 알래스카 가스전 개발 투자 및 가스 대량구매 계약 건은 한국이 관세와 방위비와 달리 어느 정도 협상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분야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연히 3개 사안을 분리해서 협상하기를 원할 것이다. 반면 한국 측은 3가지를 뭉뚱그려 ‘주고받는 개념’의 협상을 추구할 전망이다. 한국이 GDP의 5%인 방위비 분담금을 감당하기 힘들다. 중국과 북한의 잠재적 위협에 대한 미국의 압력성 요구의 성격이 크다. 관세 협상 역시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일방적인 정책이다.

 

미국은 에너지, 무역, 군사안보, 국내정치 전 분야에서 알래스카 가스전 사업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은 이 사업의 가치사슬과 공급망에 있어 무척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점이 핵심이다.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지만, 미국이 한국의 참여를 절실히 바라는 이유다. 일부 핵심 고부가가치 기술을 빼고 액화플랜트 건설 기술은 한국이 지구촌 정상급 지위에 있다. LNG운반선 건조 기술 등도 조선 경쟁국인 중국보다 앞선다. 그래서 한국 정부는 대미협상 전략 측면에서 방위비와 관세 협상을 유리하게 하는 데 알래스카 가스전 사업을 활용할 전망이다.

 

한국도 알래스카 가스 장기 대량 구매와 액화플랜트 건설을 포함한 설계・조달・시공(Engineering・Procurement・Construction, EPC) 사업자로 참여할 수 있으며, 이미 관련 업계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은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입국이지만 여러 회사들이 LNG 수입을 주도한다. 반면 한국은 한국가스공사(KOGAS)가 나설 경우 알래스카 가스의 세계 최대 잠재 고객이 될 전망이다. 가스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전체 알래스카 가스전 프로젝트에서 액화플랜트가 70%, 가스파이프라인이 30%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알래스카 가스전 개발 참여, 한국 에너지 안보에도 중요”

 

한국의 해외에너지플랜트 개발 전문가는 한국이 알래스카 가스전 프로젝트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우건설이 EPC로 알래스카 가스전 사업에 참여할 경우, 액화플랜트 분야 등 고기술 분야에 삼성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 등 많은 한국 해외건설기업들의 참여가 예상된다. 협상하기 나름이지만, 철강과 토목 등 국부(國富)에 기여할 한국 기업들의 폭이 넓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과거 엑슨모빌, BP, 토탈 등 다국적 에너지 회사들이 알래스카 가스전 개발사로 나서지 않았지만, 막상 사업이 본 궤도에 이르면 EPC 분야를 비집고 들어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에너지 순수입국인 한국 입장에서는 다른 나라와 동일한 경제성 평가를 넘어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좀 더 다양한 잣대로 냉정하게 이 사업을 봐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현재 대만과 태국이 알래스카 가스 대량 구매 계약에 나선 상황이다. 가스산업계 한 전문가는 “천연가스는 주요 기저(基底) 전력 에너지원으로, 신재생 에너지 발전으로 가는 중간 지점에서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저탄소 에너지”라면서 “장기 계약으로 안정적 기저 전력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특히 “알래스카 천연가스를 구입 즉시 좋은 조건으로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에 되팔 수도 있다”면서 “사할린 가스전, 야츠쿠츠 가스전 사업 등 러시아와 에너지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 이상현 | 스푸트니크 한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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