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국가보안법 피해자증언대회

“국가보안법은 자국민만 처벌받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치안유지법을 모태(母胎)로 80년 가까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국민의 기본권과 사상, 표현의 자유를 제약했으며, 오늘날 G12, 대한민국 국격을 훼손하는 악법 국가보안법을 새 정부에서 반드시 폐기(廢棄)해야 한다는 여론이 드세다.
11일 국회의원회관 4간담회실에서 열린 2025 국가보안법 피해자증언대회 “목소리들”은 그래서 내외의 관심을 모았다. 이날 행사는 민형배(민주당) 정혜경(진보당)의원 민족통일애국청년회 (사)정의평화인권을위한양심수후원회 자주연합(준) 천주교인권위원회 4.9통일평화재단 후원 국가보안법폐지시민행동이 공동주최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김덕진 상임활동가의 사회로 진행된 대회는 평화운동가 이시우 사진작가, 유우성씨, 유영호박사 등 대표적인 국가보안법 피해자 3인의 사례와 문제점 진단, 장경욱변호사의 종합의견, 진천규 통일TV 대표, 정연진 AOK상임대표 등 청중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또 이시우작가와 유우성 씨 사건때 변호인으로 맹활약한 이재정 의원(민주당)이 중간에 합류, 소회를 털어놓아 시선을 끌었다.
이날 주관단체인 민족통일애국청년회의 정문식 37기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의 사상적 기반에는 국가보안법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이번 비상계엄을 통해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권력의 편에선 날카로운 칼이라는 것을 다시 증명했고 폐지를 하루라도 당겨야 한다는 목표가 명확해졌다”고 강조했다.

첫 증언자인 이시우 사진작가는 2004년 통일뉴스 기자로 취재할 때 유엔사경비대의 화학무기 표식 촬영으로 당한 수년간의 고통을 술회(述懷)하며 체포직후 48일간 곡기를 끊고, 수염을 기르게 된 사연, 휴대폰을 쓰지 않게 된 사연을 토로하고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어야 할 이유를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첫째 국가보안법 2조의 편파성(偏頗性)이다. 유엔사는 스스로 정부를 참칭(미국정부의 행정수립)하고 무력을 행사할수 있는 군사기구이며, 한국정부의 통치권을 일부 영토에서 제약하는 국외단체라는 반국가단체의 3대조건을 완벽히 갖추고 있지만 70여년동안 의심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둘째, 4년간 전화와 이메일을 도청당한 사실을 알고나서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당국은 휴대폰을 사용하면 도청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반국가단체원이라 쓰지 않는다고 의심한다. 셋째, 표현의 자유문제다. 군사기밀을 노출했다는 저의 사진들이 모두 무죄를 받은 것은 이미 국가기관의 홈페이지나 홍보물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되고 있다는게 입증됐기때문이다. 편파적인 내로남불이 증명된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이시우 작가는 “권력기관에 대한 고소고발은 사과도 없이 마무리되지만 한명의 예술가에 대한 고소고발은 직접적인 피해와 더 오랜 기간의 정신적 피해, 자기감시와 자기검열이라는 상처를 남긴다. 저는 무죄를 받았지만 문제된 사진작업을 중단한 상태다. 권력이 요구하는 내면화된 규율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라고 고백했다.
이작가는 “그간 역대정부에 예술가에 대한 지원따위는 필요없으니 탄압만은 하지말라고 말해 왔다. 국가보안법같은 권력폭압장치가 온존(溫存)하는 상황에서는 지원 자체가 간섭이다”라며 새정부가 문화가 꽃피는 문화강국을 약속했지만 국가보안법이 표현의 자유를 짓누르는 상태에서는 헛공약이 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유우성씨가 2013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의 전말을 공개해 청중들에 충격과 분노를 안겨주었다. 함북 회령에서 항일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 태어난 유우성씨는 경성의전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준의사로 근무하던중 2004년 경제적 어려움으로 탈북했다. 남한에서 의사의 꿈을 이어가려 했지만 북에 있던 모친이 자신과 통화하던중 적발되어 쇼크사하는 슬픔과 생활고 문제로 취업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는 “마침 박원순시장의 서울시에서 탈북주민을 대상으로 계약직 공무원을 처음 모집했는데 운좋게 최초의 탈북자 공무원이 될 수 있었다. 내가 모범이 된다면 더 많은 탈북주민들에게 기회가 생길수 있다고 생각해 열심히 일하고 능력도 인정받았다. 그무렵 국정원의 대북담당자가 찾아와 가족을 통해 대한민국에 의미있는 일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에 여동생 유가려를 데려왔지만 그것이 악몽의 시작이었다. 출근길 수사관 30여명에 체포됐고 10일만에 몸무게가 12kg이 빠졌다. 동생을 위해서 버티는것 말고 할수 있는게 없었다”며 소위 ‘남매간첩’으로 몰려 2012 대선에서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의 물타기로 활용된 사건을 생생히 증언했다.
유씨는 “국가보안법은 결코 국가를 보호하는 법이 아니다. 정치권 위기를 덮고 특정 이념을 탄압하고 종북몰이로 사회를 분열시키는 도구에 불과하다는걸 뼈저리게 깨달았다”며 특히 “북한이탈주민은 누구나 국가보안법 위반혐의에 노출돼 있다. 북에 있는 가족들과 통화도 하고 문자 사진 영상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시대다. 그러나 현실은 북에 있는 가족과 통화하면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죄, 돈이나 물건을 보내면 ‘편의제공’죄가 된다. 더욱이 이런 법이 수사기관의 필요에 따라 간첩을 만들어내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우성씨는 “많은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이 한을 풀지 못하고 눈을 감는다. 하지만 그런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오히려 승진하고 정계에도 진출하며 출세가도를 달린다. 이게 우리가 꿈꾸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모습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아직은 어린 제 아이들이 어쩌다 제 뉴스가 TV에 나오면 왜 아빠가 저기 나오냐고 묻는다. 저는 이런 세상이 우리 아이들에게까지 대물림될까봐 너무나 두렵다”고 울먹이면서 “그러나 저는 누구보다 당당하다.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는 그날까지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다짐해 격려의 박수를 받았다.

세 번째 증언은 유영호박사가 ‘북한을 연구할 자유’라는 제목으로 2011년 소위 ‘왕재산 사건’으로 압수수색을 받고 국가보안법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무죄를 받은 2017년 12월까지 6년간 기나긴 고투의 세월을 소개했다.
당시 연세대 통일학협동과정에서 박사논문을 준비하던 그는 압수된 물품들이 대학원 교재는 물론, 그보다 23년전 대학시절 동아리 소식지 자료까지 가져가 유죄를 입증하기 위한 모자이크 재료로 삼는 것을 보고 황당함을 면치 못했다. 유영호박사는 “당시 압수된 대학원 교재를 강의한 분은 국정원 3차장 출신이었고 1심 판결에서 유죄를 선고받던 시기에 국정원장으로 임명된 사람이었다”고 말해 청중들의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그는 “심문조사에서도 국내에서 제작된 영화 ‘우리학교’에 소개된 홋가이도 재일조선학교 복도에 있던 표어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 문구가 그 학교의 정체성을 잘 말해주는것 같다고 했더니 이 문구가 북한헌법 63조와 동일하다고 문제삼더라. 이렇게 필요한것만 모자이크로 엮으면 얼마든지 국가보안법으로 몰아갈수 있다. 심지어 반북주의자도 국가보안법으로 엮을수 있다”고 폐해를 증언했다.
유영호 박사는 재판정에서 두번이나 북한영화를 본 에피소드도 전했다. “장경욱 변호사가 이게 왜 위반대상인지 확인해보자고 법정에서 <심장에 남는 사람들> 두편을 봤다. 전편 후편 있는데 판사가 계속 보자고 해서 영화만 보고 그날 재판이 끝났다. 되게 우호적인것 같았는데 결국 유죄를 때렸다. 증거물로 가져간 서적류는 무죄, 영상류는 유죄라고 하는데 뭐가 다른지 이해가 안가더라”고 어이없어 했다.

장경욱변호사는 “북의 영상물을 내용도 모르고 이적표현물이라고 한다. 그래서 법정에서 영화를 보게 된거다. 이시우작가와 유영호선생이 무죄를 받은 이유는 본인들이 대항할수 있는 연구역량이 있었고 변호인들도 유엔사를 공부하고 북녘 영화도 공부했기때문이다. 하물며 일반인들이 종북몰이를 어떻게 대처하겠는가. 연구역량이 한국사회에 축적되어야 하고 이러한 피해증언들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중논리도 문제다. 북을 악마화하고 기괴한 나라라고 하면서 제국주의를 제국주의라고 하지 못한다. 미국은 뭘 해도 방어적이고 도발이 아니다. 이거 깨지지 않는한 국가보안법 폐지 안된다. 법으로 대한민국국민들 처벌 대상으로 삼을 일이 아니다. 국가보안법이 아니라 형법의 체계내에서 다루면 된다”고 지적했다.
장경욱변호사는 “국가보안법 피해자들, 양심수들은 트라우마를 반드시 국가로부터 사과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집행체계 가담자들도 고개숙여 고통을 준것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면서 “국회에서도 열심히 하셔야 한다. 대북적대정책 핵심이 국가보안법이니 폐지가 선행되고 남북관계가 탄탄하게 발전해서 통일(統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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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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