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한인 미술가들의 전시회가 잇따르고 있다.
유례없이 길고 추웠던 겨울을 보낸 뉴욕에서 4월을 맞아 한인미술가들의 전시회가 동시다발적(同時多發的)으로 마련돼 눈길을 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한인미술가들이 많기는 하지만 동시에 주목할만한 전시회가 열리는 것은 보기드문 일이다.
4월 1일을 기해 오픈하는 전시회는 뉴저지 티넥의 나비뮤지엄오브디아트에서 열리는 박정민작가의 개인전을 비롯, 맨해튼의 엘가 윔머-현 컨템포라리에서 홍민호 작가와 구본정 작가가 동시에 개인전을 연다.
또 4일부터는 뉴욕 브룩빌의 허친스갤러리에서 알재단의 5인작가전이, 뉴저지 테너플라이에서 KCC갤러리의 6인 작가전이 각각 열린다.
설원재단의 후원으로 열리는 박정민작가의 개인전 ‘비움(BIUM 4월1-26일)’은 작은 한지조각(닥지)에 한국전통의 묵으로 그림을 그려, 겹겹이 쌓아 수많은 층으로 완성된 작품을 선보인다. 동양화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산들이 멀리 그리고 가까이 겹쳐져 중후(重厚)함을 느낄수 있다.

작품 ‘공수레 공수거’는 작가의 일상을 획과 이미지로 담아냄으로 점과 선으로 인한 다양한 형상을 일기처럼 그려내고 있다.
홍민호 개인전 'Buried Shadows(4월1-10일)'는 길 고양이의 눈으로 도시를 바라보았다. 고양이와 어울려 표현된 도시의 풍경은 술집과 노래방이 가득한 한국 경남의 유흥가를 모델로 BMW와 성당, 마네킹, 동상, CCTV 등의 모습들이 상징적으로 배치되어있다.

기형적 도시 이미지를 통해 인간의 허무함과 욕망을 메타포로 표현한 작품들은 복잡하고 어두운 도시의 분위기, 그와 상반되는 고양이들의 반짝이고 몽환적인 눈동자가 한국사회의 삭막(索莫)함과 소통의 사라짐을 이야기 해준다.
현-컨탬포라리 선정 이달의 작가인 구본정 작가의 전시(4월1-14일)는 종이 위에 챠콜과 아크릴로 이뤄진 작품들이다. 실제 세계에선 강자와 약자로 나눠지지만 치타와 얼룩말의 색깔과 모양을 흡사하게 표현하는 등 작품 속 동물들의 강한 자태(姿態)를 통해 모두가 강자의 위치에 오르고 싶어하는 욕망을 표현하고 있다.
이다솜 큐레이터는 "작가의 작품 속 동물들은 모두 강하면서 한편으로 서글프고 회한이 가득 찬 눈빛을 가지고 있다. 강한 자(甲)나 약한 자(乙) 모두가 영광을 차지하고 지켜내기 위한 싸움에 지쳐, 그 뒤의 감추어진 허망함과 우울함에서 나오는 슬픔과 고독함 그리고 ‘헛된 욕망'을 그려낸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젊은 한인 작가들을 발굴, 세계적인 작가로 키우는데 일조하고 있는 알재단(대표 이숙녀)은 최은영씨 큐레이터가 기획한 특별전 'Luminous Coordinates'를 4월 2일 부터 17일까지 연다.
성유삼, 송진헬레나, 양주연, 이자운, 서제이크성욱 등 참여작가 5인의 전시회는 미니멀리즘 추상회화에서부터 다층 콜라주작업까지를 포함하는 다채로운 색채의 향연이다.
작가들은 한국인의 정서를 기반으로 인간관계와 복잡한 사회현상을 풀어내며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의하는지를 나타냈다.
KCC 갤러리는 4월4일부터 5월2일까지 'Life And Limn - 일상을 그리다' 전시회를 기획했다. 최일단, 임충섭, 강종숙, 최성호, 안형남, 이가경 등 6인의 작가들은 개인적 경험, 가치관 및 신념 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가적 정체성을 새로운 시각적 언어로 나타내고 있다.
남민숙 큐레이터는 "이민자들의 삶을 반영(反影)해 관객과의 상호 교감(交感)을 이끌어 내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이민자들이 한국 문화의 정체성과 뿌리를 더욱 견고히 하고,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더욱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뉴욕=민지영기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박정민작가 미국유학이후 한지로 작업
박정민 작가는 1977년 서울 태생으로, 수원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 이후 롱아일랜드 대학 C.W캠퍼스에서 미술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8차례의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등을 통해 뉴욕등지에서 활발한 전시활동을 해오고 있다.
대학졸업후 유화를 주로 그리던 작가는 선과 면이 합쳐지면서 다양한 느낌을 뿜어내는 강렬한 추상표현주의 작품활동을 했다. 롱아일랜드대학원에 진학하면서 한국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을 연결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 그는 불교적인 사상을 바탕으로 인간과 세계의 본질과 의미, 인간의 생명과 미술적 표현 등을 주제로 언제 어디서나 떠오르는 영감(靈感)을 그릴 수 있는 한지를 택해 작품을 이어가고 있다.
박정민 작가의 전시를 후원한 설원재단은 한국 숙명여자대학교내 정영양자수박물관 관장이자, 세계최초로 자수를 학문적으로 체계화했다고 평가받는 정영양박사가 이끄는 재단으로 2011년부터 수많은 사회복지사업참여와 함께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The museum of Arts and Design에서 열린 Korean Eye 전시에 후원했고, 20여명의 한국 현대작가들의 전시와 김태자 자수무형문화재를 초청하여 한국전통자수를 전시와 시범을 기획하여 큰 성과를 거둔 바 있다.
2010년에는 현대 조각가 최우람작가를 초청, Asia Society에서 전시를 후원한 바 있으며, 필라델피아 박물관과 뉴왁박물관에서 한국유물전시를 후원하고 한국예술작가들의 후배양성을 하고 있다.
구본정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Hong-Ik University 에서 회화전공을 했고 같은 홍익대학원에서 회화과를 다니던 중 미국으로 유학을 왔다. 그 이후 2006년과 2013년에는 미국과 한국에서 “Sacred and Profane”와 “Arrogance and Prejudice” 등으로 개인 전시를 열었으며 인간의 내부에서 꿈틀거리는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