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에서 한글날을 맞아 한국의 전통한지(韓紙)를 홍보하는 체험행사가 열렸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뉴욕대학교 동아시아학과와 함께 9일 워싱턴 스퀘어 파크 가리발디 플라자에서 한지 위에 한글 쓰기와 탁본 체험, 한지 공예품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들을 진행했다.
한지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로 마련된 이날 행사에 참여한 뉴요커들과 관광객들은 싱그러운 가을 날씨속에 한지 체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한지에 먹을 찍어 '훈민정음'이라고 새겨진 탁본(拓本)이 만들어지자 즐거워하는 등 독특한 한지 이벤트를 한껏 만끽하는 모습이었다.
진흥원 관계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기록물 유산 11건 중 훈민정음해례본, 조선왕조실록 등 9건이 한지와 연관되어 있다"면서 "내구성과 보존성이 우수한 한지가 최근 융‧복합소재로서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어, 이번 행사를 통해 한지의 미주시장 진출을 위한 초석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닥나무를 원료로 한 한국의 한지는 희고 광택이 있으며 질기고 내구성이 강한 특징이 있다. 재료와 만드는 방법, 쓰임새에 따라 약 200여 종류로 건축, 의류, 제품 등에 사용되는 응용 한지와, 명화와 고문헌의 복원용지, 서화용지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이날 체험행사에 앞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최정철)이 주관하는 2015 한지 세계화 전략을 위한 국제 세미나가 뉴욕의 SVA(School of Visual Arts)에서 개최됐다.
'천년한지, 세계와 만나다'를 주제로 한 이번 세미나는 한지의 문화적 가치와 서화 ․ 복원 용지, 신소재로서의 가능성 집중 조명하는 시간이 되었다.
이번 행사엔 세계적인 소재 전문 기업 머터리얼 커넥션의 앤드류 덴트 부사장이 참석해 한지가 가진 소재로서의 가능성과 잠재력에 대해 강조했다.
세미나 주요 발제자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셰익스피어 작품을 소장(所藏)하고 있는 워싱턴의 폴저 셰익스피어 박물관에의 지류 보존처리 전문가 레아 드스테파노가 '보존용지로서 한지의 활용 사례와 그 가능성'에 대해 발표했다.
또한 나이키 등 다국적 기업에서 소재 컨설팅을 담당하는 소재 디자이너 크리스 래프테리는 내구성과 항균성, 흡습성 등을 갖춘 한지가 생활소재로서 다양하게 쓰일 수 있음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서화용지 부문에서는 펜실베니아 해버포드 대학 미술학과장 김희숙 교수가 '서화용지의 대체 방안으로서 한지의 활용 사례'라는 주제로 다양한 미디어와 기법을 통해 사용해온 서양의 종이와 한지를 비교하고, 순수 미술 분야에서 응용 가능한 한지의 다양한 쓰임과 기법에 대해 발표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한 참석자가 '왜 한지를 설명할 때 '영적인(spiritual)'이란 표현을 많이 쓰냐고 질문하자 "한지가 옛날에는 밥을 먹는 사람이 만든 종이라 해서 영어로 'rice paper'라고 소개됐다면서 죽음은 또 다른 시작이며 한지 역시 그런 의미에서 계속 그렇게 말이 나오는 것 같다"고 답했다.
뉴욕=Obi Lee 칼럼니스트 nydokseosil@gmail.com
<꼬리뉴스>
세미나 발제 5인 발표
종이로서의 한지와 그 가치 / 김형진
한지의 고려, 조선사의 기록 문화를 담당한 문화적 가치와 밀도, 강도, 보존 특성의 가치를 강조하였다. 한지 제지의 기술로 고려의 유구한 불교 문화와 조선 왕조의 기록이 전해지면서 한국이 세계 기록 문화 유산에서 공헌하게 된 역사적 배경을 소개한 후, 본 발제는 한지의 제작 과정(닥 나무 재배, 증해, 표백 및 고해, 흘림뜨기, 도침 처리)내 여러 가공 기법을 토대로 형성된 한지의 기술적 특성을 강조하였다.
서양종이의 대안으로서 한지 활용사례 / 김희숙
퀸즈에서 이민생활을 시작하고 브루클린 그리고 맨하탄 소호까지 15년넘게 뉴욕에서 생활한 작가는 911 테러 사건때 자신의 아파트에서 당시 4살이였던 아들과 함께 빌딩이 무너저 내리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후 작가는 아티스트로써 사진과 주변인들의 테러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고자 힐링작업에 몰두하게 된다. 1000년의 역사를 가진 한지가 가지고 있는 고귀한 영혼과 힐링의 가치가 작가의 힐링아트 작업과 깊은 연관성을 느낀 작가는 한지를 이용한 전통 또는 디지털을 이용한 프린트, 데생 그리고 회화 작업을 하고 있다. 작가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약재식물이 한지의 묘사되었는 자신의 힐링 작품과 다른 질감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한지의 아름다움을 관객과 소통하였다.
보존 처리 분야의 한지 사용 / Rhea DeStefano
워싱턴 디씨 내 소재한 폴저 세익스피어 박물관에서 ㅋ 지류 보존처리 전문가인 레아 드스테파노씨(선임 지류 보존 처리 전문가)는 지류 보존의 자료로서 한지의 역할에 대해 발표하였다. 2000년 초에 미국내 보존 처리 전문가들에게 소개된 한지는 비교적 짧은 도입 역사에도 불구하고 폴저 세익스피어 박물관에서 주요 4대 지류 보존 자료(일본 코조종이, 서양 수제지, 펄프 페이퍼) 로 사용되고 있다. 드스테파노씨는 동양의 종이로 일본의 종이와 유사한 점이 많지만, 한지가 지류 보존 자료로서 재질의 일관성이 더 뛰어나고 따뜻한 감성을 포함하고 있는 점을 손꼽았다. 마지막으로, 본 발표를 통해, 드스테파노씨는 종이 재료에 대한 정보가 지류 보존처리에서는 매우 중요하므로, 향후 더욱더 원활한 정보 교류와 의사 소통을 통한 협력 쳬계를 강조하였다.
소재로서의 한지와 그 가능성 / Chris Lefteri
런던과 서울, 싱가폴에 위치하고 있는 크리스 레프테리 디자인 (Chis Lefferi Design)대표 크리스 레프테리는 소비자로 하여금 가장 구매욕구를 불러이를키는 중요한 도구는 스토리임을 강조하였다. 그는 1000년이라는 긴역사과 전통을 자랑하는 한지의 이야기와 여러번의 제작과정을 거쳐 탄생하는 한지의 ‘스토리’야 말로 전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일것이라고 소개하였으며 올가닉과 로컬제품이 트랜드로 자리잡은 요즘 한지의 자연적 내구성과 향균성은 한지 세계화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뒷받침 한다고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크리스 레프테리는 이탈리아 럭셔리 종이 회사인 Fedigonni의 광고를 예시로 제시하면서 1888년 부터 종이 제작을 하는거에 자부심을 가지고 회사를 소개하는 이탈리안 종이 회사가 브랜드를 만드는것만 봐도 그보다 더 오래돈 역사와 깊은 스토리를 가진 한지의 세계화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한지의 활용과 그 가능성- 북미의 첫번째 한지 스튜디오 / Aimee Lee
에이미 리 (한지 아티스트, 모건 콘서바토리 레지던스 소속)는 풀브라이트 재단의 지원을 받고 한국에서 전통 한지를 만드는 과정을 전수 받은 후, 클리브랜드 모건 콘서바토리 레지던스에서 최초로 한지 공방을 만든 과정과 운영하는 경험을 발표하였다. 석사 논문 과정에서 벽돌을 만들어 벽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의 전통인 한국의 종이에 관심을 갖게 된 에이미 리씨는 도치 과정을 제외한 전체 제작 과정을 염료용 식물을 재배부터 대형 나무통,고해를 위한 스테인레스 재질의 기계, 종이 틀 등을 미국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다시 만들어 한지를 만드는 과정을 수립하여, 공방을 운영하고 이를 미국에서 대중에게 소개하고 있다. 끝으로 한지가 예술 작품의 재료로서 다양하게 쓰인 사례를 소개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