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사회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창작 뮤지컬 '아버지의 초상'이 뉴욕 퀸즈의 대표적인 공연장 퀸즈 씨어터에서 공연을 갖게 돼 주목된다.
20일 오후 4시와 7시30분(현지시간) 두차례 공연되는 '아버지의 초상'은 미주 유일의 창작 뮤지컬 극단으로 활동하는 MAT의 네번째 작품이다. 지난해 11월 초연 이래 뉴욕 뉴저지 일원의 한인타운에서 7회 공연을 소화하며 기대 이상의 뜨거운 반응으로 주류 무대에서 공연이 성사된 것이다.
2011년 창단된 극단 MAT는 매년 새로운 창작 뮤지컬을 만들어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공연예술의 사각지대(死角地帶)에 있는 한인관객들을 직접 찾아가고 있다. 1호작품 '자화상'과 '6개월 클럽'에 이어 2014년 선보인 '엄마 엄마'는 아나운서 출신 배우 임성민의 출연과 미주 한인극단 최장기 공연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엄마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절대적인 사랑인 ‘모성’을 통해 절대자의 사랑을 조명하려 했다면 '아버지의 초상'은 성경 속 '돌아온 탕자'의 얘기를 모티브로 평범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결코 평범하지 않은 방식으로 풀어낸 수작이다.
가족을 소재로 한 연극에서 흔히 발견되는 센티멘털리즘에 빠져들지 않으면서도 심각한 메시지를 무겁지 않게 풀어내고 연극만이 줄 수 있는 재미를 풍성하게 선사하는 점도 호평의 이유가 되고 있다.
웃음의 구조 사이에 정교하게 배치된 사건의 암시(暗示)와 가족 간의 갈등에 몰입하는 관객은 극 후반부에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비극적 사건을 통해 충격과 깊은 감동으로 다가오는 결말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번 공연엔 국립합창단 솔리스트 출신이자 극단 MAT의 간판 배우 최유진이 익히 알려진 노래 실력 외에도 더욱 무르익은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 잡는다. 특히 최유진은 '해설자'가 등장하는 새로운 형식의 이번 작품에서 해설자와 극중 인물 고은성 역을 능수능란하게 조율해 관심을 끈다.
딸 역을 맡은 연극 배우 윤미나는 잘 다듬어진 연기로 뮤지컬 마타하리 공연 차 한국에서 작업 중인 김소향의 공백을 훌륭히 메우고 있다.
뉴욕에서 활동 중인 성악가 조형식을 오페라가 아닌 뮤지컬 무대에서 만나는 것 또한 특기할 만하다. 이번 무대를 통해 데뷔하는 다니엘 오, 고은애 그리고 역시 신인인 황은실이 풍부한 무대 경험의 박영진과 좋은 호흡을 보여주는 점도 흥미롭다.
이번 공연에서 특기할만한 것은 한국에서 뮤지컬 꽃신과 아리랑 등의 안무(按舞)로 잘 알려진 김현 안무가가 합류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폴란드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한 컨템포러리 안무가 김현의 가세로 이번 공연은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극단 MAT 송태경 공동대표는 "작품에 대한 반응이 너무 좋아 좋은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다. 지금 당장 오프브로드웨이에 진출해도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지만 공연문화의 사각지대에 놓인 한인들을 먼저 생각하는 극단 MAT의 설립 취지와 초심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민지영기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퀸즈씨어터 1964년 세계박람회 시설
퀸즈 씨어터(Queens Theater in the Park)는 퀸즈보로의 대표적인 공연장으로 1939년과 1964년 세계박람회가 개최된 플러싱메도우 코로나파크에 위치했다.
세계 박람회 개최를 계기로 문을 연 이 공연장은 앤디 워홀과 로버트 인디애나 등 세계적인 팝아티스트의 작품들이 걸려 있는 것으로도 명성이 높다. 바로 옆엔 퀸즈뮤지엄과 US오픈 테니스가 개최되는 빌리징킹 국립테니스센터, MLB 뉴욕 메츠의 홈구장 시티필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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