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레그늄통신이 미국의 북한에 대한 비핵화 압박과 이에 대처하는 북한, 그리고 남한의 역할을 제3자의 시각에서 분석한 전문가 글을 게재해 관심을 끈다. 블라디미르 파블렌코 정치평론가는 10일 ‘미일의 일방적인 지시에 대항하는 대륙국가들의 위대한 동맹’ 제하의 기고문에서 “남북한이 카드 게임을 할 때처럼, 매우 현명하고 고도로 잘 사용된 기술을 가지고, 미국의 외교 정책을 두 방향으로 갈라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을 미국의 비핵화요구를 일방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일본의 불만에 대해선 ‘해적질을 해서 먹고 사는 해양 강도국’이라는 원색적인 표현으로 시선을 끌었다. 다음은 기고문 전문.
한국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인 정의용 단장이 지휘하는 대표단이 하루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하여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올해 세 번째의 남북 정상회담 일정을 9월 18일-20일로 정했다. 이 회담 결과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은 몇 가지 중요한 언급을 했다. 8월에 북한이 최종적으로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시행하고, 비핵화 일정을 수립하며, 미국 또는 다른 국가에 북한 보유 핵탄두의 70%를 넘기라는 미국의 요구를 “날강도적인 망발” 이라며 거절한 것과,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이 한 언급들은, 이 지역 내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에 무력 충돌 위험과 전쟁의 공포를 완전히 제거하고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요람(搖籃)이 되게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남북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서방 언론들의 날카로운 논평은 북한이 합의를 원하지 않으며 일보 전진하고 이보 후퇴하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상황을 이리저리 회피해나가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8월에 미국이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통해 김정은에게 전달한 구상은 전혀 대화로 보이지 않았고 실제로 최후통첩(最後通牒)에 가까웠다. 먼저 비핵화를 해야, 제재 해제와 평화조약을 통한 안전 보장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날강도 같은 대외정책의 스타일을 볼 때 이 경우에 안전 보장은 결코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는 터이다. 오히려 그 겨우 체제의 완전한 붕괴, 그리고 미국 정부가 단숨에 꼭두각시를 세워놓고 정치 체제를 무너뜨리고 핵우산을 포기한 북한에 군사적인 침입을 강행할 수도 있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의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한 것이며 이 때문에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권고에 따라 방북을 포기하고 한국 강경화 외교장관 및 고노 일본 외상과 3자간 전화통화를 통해 북한이 절대로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미국에게 있어 이는 정치적인 실패인 동시에 정신적인 타격이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한국에게 중재역할을 해주도록 요청했고, 게다가 남북이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막후 조종하며 자기 손으로 장애물을 제거하고 길을 열어주었는데, 그 결과는 결국 한반도의 통합이 되고 더 전진하면 미군 주둔을 종식시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은 미국에 북한에게서 두 번째로 뺨을 얻어 맞은 사건이다. 첫 번째는 5월에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논의하면서 미국 측이 늘 그렇듯이 예의를 버리고 함부로 행하다가 북한에게 얻어맞고,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노력이 없었더라면 거의 정상회담이 취소될 뻔했던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알아야 할 것은 이런 상황이 매번 반복될 때마다 남북 간의 상호이해는 자라나고, 그만큼 한국과 미국의 관계로 약화된다는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 전화를 걸었고 헤일리 주유엔 미국 대사가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고자 하는 방법에 있어서 한국과 협의를 계속하겠다고 약속했다.
달리 말하면 김정은 위원장의 미국에 대한 영웅적인 저항이 미국 정부 앞에서 한국의 입지를 강화시켜주고 이것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다시 북한의 입지를 강화시키는데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한국과 북한은, 카드 게임을 할 때처럼, 매우 현명하고 고도로 잘 사용된 기술을 가지고, 미국의 외교 정책을 두 방향으로 갈라놓고 있다. 한국은 북한과 미국 사이의 중재자가 아니라 실상은 북한의 외교정책을 도와주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이를 전혀 모르는 듯 모양새를 취하며 한국은 여전히 자신을 중재자요, 미국의 동맹국으로 여기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 무슨 물물교환(物物交換)을 하고자 하는 것일까. 김정은은 먼저 제재를 해제하고 1953년 휴전협정으로 중단 되었지만 언제든 다시 재개할 수 있는, 50년대의 한국전쟁을 종료하는 평화 협정을 통해 안전보장을 해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이루어질 때 그 대답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현명한 입장이다. 첫째로 미국과 다른 방식으로는 일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방 국가들이 약속을 지키는 기사도 정신을 포함한 도덕적인 원칙만으로 이루어진 문명사회가 아니라 권리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장사치들의 돈벌이가 판을 치는 세계이다. 다시 말하면 불법적으로 얻은 것까지 포함해서 권한이 더 많은 사람이 옳은 룰이 지배한다.
둘째로 한반도 문제에는 그 전체 역사에서 북한, 한국, 미국 외에 적어도 세 나라가 밀접하게 관여하고 있다. 이 세 나라는 모두 강대국으로 이 중 두 나라는 핵보유국인 러시아와 중국이며, 다른 하나는 일본이다. 러시아가 8월에 외교부를 통해서 “미국의 새로운 대북 제재는 러미 관계 기조 개선에 기여 하지 못할 뿐 아니라 북한을 둘러싼 긴장완화 논리에도 대치된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공연한 일이 아니다. 당시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관련 국제적 블랙리스트에 관한 미국의 보고서 채택을 봉쇄했다.
김정은이 한국 특사단을 통해 트럼프에게 보내는 친서와 함께 전달한, 두 번째 생각은 그가 “한국전 종전 선언이 한미 군사 동맹을 약화시키고 주한 미군을 철수 시키게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김정은은 이 두 가지 것이 전혀 서로 연관이 없다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인 정의용 실장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변함이 없으며 트럼프의 첫 번째 대통령 임기 동안에 북미간 70년간 이어져온 적대 역사를 청산하고 동시에 비핵화를 실현하기 원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즉 김정은은 최후통첩을 남발하는 미국의 대화 스타일을 꼬집고 무조건 자신들의 지시에 따르기 원하는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면서 비핵화의 문제와 남북통일의 문제를 별개로 취급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 안전 보장과 평화 협정을 제공하고, 북한은 비핵화를 하는 것이 전부라는 것이다. 미국이 우려하는 주한 미군과 관련된 다른 모든 문제는 한국과 해결하라는 것이다. 미국이 신속한 비핵화를 자꾸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주한미군의 운명과 미래를 우려하며, 주한미군을 존속시키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북한을 굴복시키고 이를 한국에 과시함으로써 한국이 미국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이고 실상은 미국이 한국에게 북한과의 중재 역할을 열심히 호소하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은 실제로는 대북제재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 김정은을 설득하여 이성적으로 생각하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중재 역할에 대한 책임감과 만족감을 가지고 김정은과 한반도 문제를 논의할 것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김정은 위원장을 미국 첩보 기관의 귀와 눈이 닿을 수 없는 평양에서 개인적으로 만나 향후 남북 화해를 논의할 것이며, 당연히 정치적, 역사적 근거에서 주한 미군 철수를 현안으로 두고 논의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한국과의 통일 의지를 감추지 않았고 문재인 대통령도 한 번도 통일에 대한 반대 의견을 피력한 적이 없다. 다만 지금까지 이루어온 남북 관계의 성공을 위협받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행동하며 남북 “화해” 만을 지지하고 있다. 그리고 남북은 합심하여 미국의 대북 제재 해제와 평화 조약 체결을 이끌어내려 한다. 이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구사하는 어구와 수사(修辭) 자체도 완전히 변하게 될 것이라 보인다.
그리고 남북문제 해결에서 쌍중단 로드맵을 수립하고 지지해온 러시아와 북한은 이 모든 과정을 깊은 만족감을 가지고 지켜볼 것이다. 또한 아태지역의 관련 인접국들도 각기 다른 감정을 가지고 이 과정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대륙 국가들이 북한, 한국, 러시아와 중국의 기분을 같이 공유한다면, 해양 국가인 일본은 불만을 드러내고 이것이 미국의 세력 약화에 대한 히스테리와 공포심으로 자라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은 결국 일본의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을 그를 둘러싼 세력들과 단독으로 대치하도록 놓아둘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자력으로 생존하는 대륙 민족들과 해적질을 해서 먹고 사는 해양 강도국과의 대치 상황이다. 아태지역에서 이것은 늘 반복되어오던 고전적인 지정학적 대립 구도이다.
러시아와 중국의 쌍중단 로드맵에 따라 발전되고 있는 한반도 사태 시나리오는 앞에서 설명한 전통적 동맹관계 붕괴와 세력구도 재편(再編)을 모스크바와 중국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도 이해하고 있으며 트럼프 반대자들이 더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들은 이런 상황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래서 2018년 미국 의회선거(중간선거)는 그냥 지나가는 선거가 아니라, 운명을 가를 선거이다. 그래서 우리는 신이 트럼프를 축복하기를,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계속하는 길을 열어주기를 기원한다.
글=블라디미르 파블렌코 정치평론가 | 레그늄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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