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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간의 역사적 원한’

러 전문가 기고문
글쓴이 : 발레리 날짜 : 2020-05-01 (금) 10: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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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은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일 뿐 아니라 중요한 경제적, 군사정치적 파트너이기도 하다. 한일관계의 상태에 따라 동북아의 정치 및 경제적 분위기가 많은 점에서 결정된다. 1950년 한반도에서 남북 분단이 고착화(固着化)된 이후 한일 관계는 밀어내고 잡아당기는 여러 복합적인 세력이 작용하는 가운데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한일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최고 중요한 요인들 중의 하나는 1910-1945년간 일본이 한반도를 강점하고 식민통치를 했던, 극적인 역사적 과거 문제들이다. 이 문제들이 한일 양국이 소련과 중국에 대항한 미국의 아시아 지역 거점 역할을 하던 냉전 시대에 한일 관계에 뒤섞여 있었다.

 

그러나 냉전시대가 종식되면서 양국을 결합시키고 있던 반공이라는 고리가 약화되었고 꽁꽁 깊이 숨겨놓았던 양국의 역사적 원한이 전면으로 튀어나오게 되었다. 1990년대 한일 양국의 지도자들은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건설하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식민통치의 과거라는 무거운 짐을 견뎌내고자 했다. 21세기로 진입하는 시점에서 이런 관계는 어느 정도 호응을 얻고 누리기도 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는 이런 분위기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 시점에 이르러 한일관계는 한일 양국이 존재하는 전체 기간 중 가장 밑바닥 수준까지 냉각되었다. 한국이나 일본 양국 모두 이러한 기조의 원인이 상대방 국가에서 민족주의가 발흥(勃興)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 뿐 아니라 일본의 여론에서도 상대방 국가에 대한 인식에서 유례없이 부정적인 감정이 증가하는 것도 이런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한일 간의 정치적 불화는 무역 경제적인 관계에도 민감하게 타격을 주고 있다.

 

동해상의 작은 섬인 독도(일본에서는 다케시마)가 어느 나라의 영토인가에 대한 논쟁은 모든 점에서 볼 때 가장 첨예(尖銳)한 문제이다. 독도를 실효지배하고 있는 것은 한국이지만 일본은 독도를 시마네 현의 일부로 간주하고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2019년 7월 독도 근처 영공을 러시아 군용기가 비행한 것과 관련된 흥미로운 사태가 양국의 영토 분쟁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를 보여주었다. 양국은 모두 자국 전투기를 출두시켜 러시아 비행기를 추격했으며 이를 통해 자국의 영공을 침범했다는 것을 과시한 것이다. 또한 일본은 한국이 러시아에 영공 침범에 대해 공식 항의한 것을 두고 한국 정부에 항의하는 사태를 벌였다. 이에 대해 러시아 정부는 어느 쪽이던 영공 침범 사실 자체가 없었다고 부인했었다.

 

일본이 한국과의 영토 분쟁과 러시아와의 영통 분쟁을 하나의 문제로 공식 선상에 올려놓고 있는 것은 특기할 만하다. 일본은 한국과 러시아 양국이 모두 일본의 “원래 영토”(러시아의 경우는 남쿠릴열도)를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러시아와는 달리 한국은 일본 정부의 어떤 영토문제에 대한 문제 제기도 들어볼 생각조차 없다. 그러면서도 일본은 일본이 지배하고 있는 동중국해의 센카쿠 열도(중국에서는 댜오위다오)를 중국정부의 반환요구에도 불구하고 돌려줄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한일 간의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 중의 하나는 ‘위안부’ 문제이다. 일본어로 이들을 ‘이안푸’라고 하는데 이는 일본이 태평양전쟁 당시 점령지인 동아시아 국가들에서 끌어낸 수십만의 여성들을 냉소적으로 부르는 명칭이다. 일본인들은 이 여성들을 일본국의 성적 만족을 채워주기 위해 최전선에 있는 매음굴(賣淫窟)에 강제로 몰아넣었다. 한국 정부 당국자들과 여론은 끈질기게 일본이 한국인 여성들을 학대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과 아직까지 생존한 수십명의 위안부들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일본 정치가들과 전문가들은 위안부가 성노예가 아니라 매춘부였다고 주장한다.

 

2015년 12월 일본 아베 내각과 박근혜 정부는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에 관한 특별 합의에 서명했다. 그러나 이후 문재인 정부는 이 합의가 생존 피해자들의 견해를 반영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2018년 11월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破棄)했다. 결국 이 문제는 또 다시 공중에 떠버린 상태가 되었다. 양국 간의 국경을 가르고 있는 영해의 명칭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한국은 일본해를 동해로 개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은 이 요구가 타당하지 않다고 여긴다.

 

일본의 공식 국기인 흰 천위의 태양을 상징하는 일장기나, 태양과 거기에서 나오는 16개의 빛을 그린 욱일기는 한국인들에게 너무나 큰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이 문양(文樣)들이 일제 강점기의 잔혹함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 한국인들은 욱일기를 아시아에서의 나치 독일의 문양에 해당하는 것으로 여겨 금지할 것을 요구한다.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국제 올림픽 위원회에 2020년 도쿄 올림픽과 장애인 올림픽에서 일본의 욱일기 사용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문제 중 양국의 견해가 가장 다른 문제는 일본 기업에서 극심한 육체적 노동에 동원된 강제징용 노동자 문제이다. 이 문제는 2018년 11월 한국의 대법원이 일본 Nippon Steel & Sumitomo Metal Corp.사와 Mitsubishi Heavy Industries Ltd.사가 4명의 강제징용 피해자 각 사람에게 1억원씩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후 격화(激化)되었다. 일본 기업이 법원의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한국 내 이 기업들의 자산을 몰수하겠다고 위협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2019년 7월 일본은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핵심적인 3가지 소재의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8월에 아베 총리 내각은 한국을 수출 최혜국 목록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시켰다. 한국은 이에 대해 WTO에 일본을 제소했다. 강제징용 노동 배상문제 해결 및 무역전쟁 중단 전망은 아직까지 불투명하고 양국 관계의 분위기를 심하게 망쳐놓고 있다.

 

소련의 붕괴와 냉전 종식으로 한미일 군사정치적 삼각동맹의 존재 이유가 ‘소련의 위협’에서 중국 팽창과 북한 핵미사일 위협으로 옮겨갔다. 그러나 이는 한미일 삼각 동맹 내부에 흩어지려는 원심력(遠心力)이 증가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리고 이 삼각동맹에서 한일 축은 가장 취약한 축으로 드러났다.

 

2018년 말 한국 구축함이 동해에서 일본 측 초계기를 사격통제 레이더로 조사한 것도 한일 군사협력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 사건으로 양국은 군사적 충돌 1보 직전까지 갔었다.

 

그러나 양국관계가 가장 결정적으로 악화된 상황까지 이른 것은 2016년 미국의 주선으로 양국이 체결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둘러싼 사태였다. 미국 국방부는 이 협정 체결로 북한의 핵미사일 전력 추적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협정이 체결되기 이전 한일 양국은 서로 직접적으로 정보를 교환한 것이 아니라 미국을 거쳐서 정보를 주고받았다.

 

그런데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일본과 북한이 전쟁을 할 경우 한국 국민의 상당 비율은 북한 편에 서서 일본과 전쟁을 벌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북한은 사실상 모든 한일 분쟁에서 같은 민족인 한국을 정신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이 2019년 여름 시행한 한국에 대한 무역경제 제재에 대한 대응으로 11월 22일부터 지소미아를 파기한다고 밝혔는데, 지소미아 효력 종료 몇 시간을 앞두고 이 결정을 번복했다. 이는 미국의 강력한 압력 때문에 내린 결정임이 거의 확실했다. 그러나 한일 간의 유일한 군사적 의무를 파기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한미일 동맹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한미일 삼각동맹을 약화시키는 모멘텀이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집권 이후 미국 자체에서 흘러나왔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미국과 동맹국들의 관계를 상업적 이익이라는 기초(基礎) 위에 세우려고 노력하는 것이 이 동맹관계를 흔들고 있다. 특히 트럼프는 한국과 일본의 입장에서 볼 때 과도한 미군주둔에 따른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한일 관계에 또 하나의 시련이 되고 있다. 한일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 상호입국 규제에 대해 말싸움이 발생했다. 재팬타임즈지 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코로나19 대처조치에 따른 한국의 비판과 일본조치에 따른 대응조치는 다시 한 번 양국의 위태로운 관계의 실상(實狀)을 드러냈다. 일본의 최대 신문인 요미우리지는 양국이 코로나19와 공동방역을 할 것을 호소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전염병인 코로나19에 대해 양국이 공동 방역조치를 혹시 취한다고 할지라도 이러한 공조가 한일 관계를 확실히 화해시키리라고는 기대할 수 없다. 바이러스 감염증은 유행이 오고 가지만 양국 사이에 있는 뿌리 깊은 원한의 골은 왔다가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글 발레리 키스타노프 러시아 극동연구소 일본연구센터 소장 | 네자비시마야가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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