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지구촌의 과제와 남북관계’
민추본, 동국대 북한연구학회 동계학술대회
Newsroh=륜광輪光 newsroh@gmail.com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돌파구(突破口)를 찾기 외한 불교계의 해빙(解氷) 노력이 지속되고 있어 관심을 끈다.
동국대 북한연구학회(회장 김용현)와 북한학연구소가 6일 서울 동국대 사회과학관에서 ‘2024 북한연구학회 동계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21세기 지구촌의 과제와 남북관계’를 큰 주제로 모두 4개의 세션으로 나뉘어 열렸다.

1세션은 ‘남북불교문화유산 교류협력의 가능성과 과제-유네스코 공동 등재를 중심으로’, 2세션은 ‘김정은시대 재해재난 취약공간 Mapping 분석’, 3세션은 ‘김정은시대 북한의 과학기술’, 4세션은 ‘AI시대 남북경제통합의 주요 과제’를 각각 다뤘다.
특히 1세션은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본부장 태효스님 이하 민추본)가 공동 주최해 시선을 끌었다. 민추본은 2014년 동국대 북한학연구소와 체결한 업무협약에 따라 다양한 영역에서 협력을 진행해 오고 있다. 2021년과 2022년 민추본 주최 학술세미나와 남북불교문화유산 교류연구위원회에서 논의된 협력 콘텐츠 중 일부를 이번 학술회의에서 발표하게 됐다.
민추본은 이번 학술회의 공동주최를 통해 종단의 남북불교협력사업과 남북불교문화유산 연구분야에 대해 알리고, 금강산 평화순례길 및 남북불교문화유산 유네스코 공동 등재에 대한 관심을 확산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민추본 사무총장 덕유스님은 개회사에서 “향후 축적된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남북교류 재개와 통일에 대비해 나가겠다. 오늘 학술회의가 꽉 막힌 남북 간 화해(和解)의 길을 다시 열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혜안을 모을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용현 북한연구학회장(동국대 북한학과 교수)은 “남북관계에서 종교계 교류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 그간 남북교류 사업을 꾸준히 해온 민추본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남북화해의 교두보를 찾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1세션은 △조선시대 언해불서의 현황과 유네스코 기록유산 공동 추진의 가능성 모색(천명희 국립안동대학교 박사)와 △지속가능한 남북불교협력 방안 모색:금강산 평화순례길과 유네스코 활용을 중심으로(허정필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대우교수)가 각각 맡았고 박순 박사(경상북도불교문화원)와 이점호 교수(세계경제외교대)의 토론이 이어졌다.


천명희 박사는 한문으로 된 불경(佛經)을 훈민정음으로 번역해 대중에게 전파한 ‘언해불서’를 북한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박사는 언해불서는 당시 신문자 한글이 어떤 과정을 통해 보편문자가 되는지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북한의 경우 김일성종합대학 도서관에 묘법연화경언매, 금강경언해, 아미타경언해 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공동 등재를 북측에 제안하여 남북화해를 이끌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허정필 교수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모티브로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 안착을 위해 ‘남북불교 순례길’을 조성해 유네스코에 공동 등재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허교수는 “남북이 전쟁으로 훼손(毁損)한 금강산의 종교적 역사적 문화적 가치 복원(復元)을 위해 금강산 가는 길을 평화순례길로 조성하자”면서 ‘설악산-금강산 불교유산 평화순례길’을 비롯, ‘양구 두타연(펀치볼)-금강산 전쟁유산 평화순례길’ ‘철원-남북DMZ 금강산 철도관광유산 평화순례길’ 등 남북이 공조할 수 있는 세 가지 순례길을 제시했다. 또한 ‘코리아 둘레길과 접경지역 평화순례길’을 템플스테이와 연계하여 대한민국을 재발견하며 함께 걷는 약 4,500km에 달하는 초장거리 여행길도 제안해 관심을 끌었다.

토론에서 박순 박사는 “북한에 현재 남아있는 언해불서가 어떤 종류가 있는지 빨리 확인할 필요가 있고 만약 공동등재 추진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할 것인지 논의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록유산의 가치와 보존현황이다”라는 입장을 제기했다.
이점호 교수는 “평화순례길을 알리기 위해선 먼저 인식개선을 위한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가령 박카스 국토대장정처럼 평화순례길을 상품화한다든가, 중앙승가대학의 실습 코스가 되거나 대학, 지자체와 연계한 템플스테이, 국제순례길 등을 생각할 수 있다. 둘째는 기반조성과 관련되는데 현재 소강상태지만 통일부 DMZ 평화지대구상과 순례길을 연계하여 체계적으로 간다면 남북교류협력 평화정착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3세션은 양문수 북한학연구소 23대 회장의 사회로 이태희 동국대 교수가 ‘김정은 집권이후 북한전력부분 해외발표 논문분석’을, 김지완 박사(SBS A&T)가 ‘김정은집권기 북한정보통신 학술지연구 동향분석’을, 변학문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이 ‘주체와 선진:과학연구에서 주체확립의 의미와 사례’를 각각 발표했고 강호제 베를린자유대 교수가 토론을 맡았다.
이태희 교수는 2012년부터 2022년까지 SCI와 SOPUS에 등재된 1,650편의 북한국제학술논문 중 전력관련 논문 73편을 선정해 북한 전력부문 주요 정책과제를 진단했다. 이태희 교수는 “김정은 집권기 해외발표논문은 지역 실정에 맞는 발전소 건설과 친환경에너지 이용한 전력생산확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향후 북한 국내의 학술논문들을 조사 분석하여 전반적인 북한연구현황을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김지완 박사는 두 번째 주제 ‘김정은집권기 북한 ICT 학술지 연구동향분석’에서 북한 ICT 주요 정책 과제와 남북 ICT 학술연구 동향 분석과 협력 가능성을 텍스트 마이닝을 활용한 비교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변학문 소장은 북한 과학연구에서 ‘주체적 선진’의 의미를 진단하는 모습이었다. 변 소장은 “과학연구에서 주체 확립은 1950년대 후반 처음 제기되었는데 북의 선진과학기술은 단순 모방이 아니라 북 실정에 맞게 ‘창조적으로 적용’함으로써 뒤떨어진 부문을 빨리 발전시켜야 한다”는 개념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주체과학의 다양한 유형으로 국내자원으로 수입연료 대체 사례, 원료 자재의 국산화, 외국기술의 자체적 변형, 해외기술설비 자체개발 등을 소개했다.

종합토론에서 강호제 박사는 “첫 발표에서 유의미한 논문 분석은 100편 이상 되어야 할 것 같다. 북한 전력이 왜 중요한지, 태양광 수송의 문제인지, 왜 그렇게 전환됐는지, 말단의 공장에서 소비량이 왜 줄어야했는지 등 내용분류가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두 번째 ICT 연구는 논문들에서 샘플링 할 때 단어들의 의미 선별(選別)과 숫자의 연관성, 북한연구자들이 깊이나 가중치를 얼마나 이해하고 보는지가 중요하다. 데이터 마이닝에서 가장 큰 문제는 데이터만을 다룬다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흐름을 봐야 한다. 세 번째 발표에서 60년대 중반이후 흐름 등 조금 다른 서술이 있으면 좋겠다. ‘주체와 선진’에서 주체가 행위자라는 차원에서 제목에 대외협력을 붙이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북한과학기술에 정통한 강호제 박사는 “과학기술이 바로 경제로 연결되지 않는다. 시스템으로 가야 하고 시너지가 일어나야 한다. 북한도 분명 시스템적으로 가고 있다. 과학기술이 경제사업을 견인하지 못한것은 중간시스템, 혁신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동으로 상품이 나오는게 아니라는 말은 북한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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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뉴스>
민추본 사무총장 덕유스님 개회사

안녕하십니까,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사무총장 덕유입니다. 우선 오늘 2024 북한연구학회 동계학술회의 개최를 축하드리며, 귀한 자리에 공동주최로 참여하게 되어 학회장이신 김용현 교수님을 비롯한 회원분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는 조계종단의 남북불교교류를 담당하기 위해 지난 2000년 6월 창립된 기구로, 종단을 대표해 분단과 대결의 남북 역사를 화합과 평화, 통일의 역사로 만들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또한 남북불교 간 다양한 교류협력 콘텐츠를 연구하기 위해 민족공동체추진본부 산하에 남북불교문화유산 교류연구위원회를 발족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남북불교문화유산 교류협력의 가능성과 과제’라는 주제는 이러한 활동의 결과이며, 이번 공동주최를 통해 북한학 연구에 남북불교문화유산 연구 분야를 알릴 수 있어 자부심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남북교류협력을 위한 문화유산 콘텐츠를 집약하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며, 축적된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남북교류 재개와 통일에 대비해 나가겠습니다.
최근 남북 간에는 적대가 깊어지고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북관계 위기 상황과 상관없이 남북이 하나 되기 위한 연구 활동은 지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21세기 지구촌의 과제와 남·북관계”라는 이번 동계학술회의의 대주제는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과제와 현재의 남북 상황을 담은 시의적절한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학술회의가 꽉 막힌 남북 간 화해의 길을 다시 열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혜안을 모을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해 봅니다. 끝으로 이번 학술회의를 위해 귀한 시간과 노력을 쏟아주신 발제 및 토론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좋은 성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참석해 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리며 부처님의 가피가 함께 하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