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도는 불참
Newsroh=김원일 칼럼니스트
타스통신이 지난 20일 아세안 연례 정상회담에서 RCEP 체결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아태지역은 코로나 팬데믹을 확실히 억제하는데 성공했고 이제는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15개국이 참가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은 이를 위해 중요한 단계가 되었다. 이 협정은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한 것이며 코로나 이후 세계의 경제 발전을 결정짓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과 14개국은 지난 15일 아세안 연례 정상회담에서 RCEP 체결에 합의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제한으로 인해 이 협정 서명식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이 행사 화면에서 보면 RCEP 회원국 정상들이 통상부 장관 뒤에 서 있고 통상부 장관들은 협정문 사본(寫本)에 서명하고 이를 카메라에 보여주었다.
의장국 대표로 아세안 회의와 서명식을 주재하던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RCEP이 곧 비준되어 발효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를 통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경제 회복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협정은 참가국들이 비준(批准)을 마치는 대로 발효되며 기간은 약 2년이 소요될 수 있다.
RCEP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매우 다른 견해를 보여주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협정이 상징적인 의미가 강하다고 보는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이 협정이 중국이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될 새로운 세계 질서를 위한 초석이라고 본다.
알자지라 TV의 자료에 따르면 이 협정은 세계 경제의 30%, 세계 인구의 30%, 그리고 약 22억의 소비자들을 망라한다. RCEP의 자유무역권은 나프타(미국, 캐나다, 멕시코)와 유럽연합의 지역보다 더 크다.
RCEP 체결로 향후 20년간 그렇지 않아도 낮은 참가국 간의 관세 장벽을 점차적으로 더 낮추거나 아예 철폐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부 회원국들은 이미 서로 자체적인 FTA를 체결하고 있지만 그 FTA들은 일정 조건 하에서 작동해 왔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되었지만 호주의 부품을 사용한 제품은 아세안(호주는 비회원국) FTA 국가에서 관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었다. RCEP 협정 체결로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 모든 회원국에 동일한 조건이 적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RCEP 회원국 기업들에게 이 협정 지대 내에서 공급업체를 찾으려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루엉 호앙 타이 베트남 산업통상부 다자무역정책국장은 “RCEP는 공산품과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낮추거나 철폐하고 명확한 데이터 공유 규칙을 정하게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RCEP에는 또한 지적 재산권, 유성통신, 금융 서비스, 전가 상거래 등에 대한 조항도 포함되어있다.
유럽연합과는 달리 RCEP 회원국은 근로와 환경에 대해 단일 표준을 정하지 않으면 참가국이 자국 경제의 취약 부분을 개방해야 하는 의무가 없다. 이러한 유연한 규칙으로 인해 이 협정은 미얀마와 베트남에서 싱가포르와 호주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한 역내 국가들의 이해를 동시에 만족시켜주고 있다.
호주 퍼스 유에스아시아센터(Perth USAsia Centre) 제프리 윌슨 국장은 RCEP가 역내의 투자와 기타 유형의 비즈니스를 촉진시킬 무역 규칙들을 정립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바로 이 협정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도태평양 지역 회복을 위한 중요한 플랫폼”이 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와 미국 참여안해
중국과 아세안 10개국 외에도 이 협정에는 호주, 뉴질랜드, 한국, 일본이 참가했다. 그런데 이 역내에서 대규모 교역국가인 인도와 미국, 2개국은 이 협정에 참가하지 않았다.
인도 정부는 중국 상품이 인도 국내시장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 협정에 가입하지 않았다. 또한 작년 인도와 중국의 관계는 국경 분쟁(國境紛爭) 때문에 심히 악화된 상태이다. 그 외에도 인도 농부들이 뉴질랜드 및 호주 산 우유와 치즈 제조업체들과 경쟁해야 하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렇지만 인도는 이 협정을 준비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인도에게는 차후 이 협정에 가입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
미국도 이번 협정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미국은 협정 논의 단계에서조차 이에 대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미국정부는 이 협정이 관세와 무역절차 간소화에 관한 기본 조치들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너무나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보았다. 이전에 미국은 11개국간의 더 광범위한 교역을 다루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되어 있었다. 이 협정은 무역이외에도 환경, 노동 규범을 다루고 국영기업에 대한 규칙을 규제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대선 승리 이후 TPP를 탈퇴(脫退)했다. 결국 세계 최대 경제강국인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지역인 아시아의 주요교역 동맹체 2개 중 어디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바이든 당선자가 취임하고 나면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다. 바이든이 미국의 현재 무역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결정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미국으로서는 이 지역에서 자국의 존재감을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국의 압도적인 지배를 우려하는, 아시아 지역 미국의 동맹국 일부도 미국의 세력 확대에 관심이 있다.
아직까지는 전문가들은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인 트럼프의 반중국 노선을 계속 지속시켜 나갈 것인지, 아니면 중국과의 화해에 나설 것인지에 대해 추측해 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다수 전문가들은 바이든이 그냥 단순하게 이미 시행되고 있는 미국의 대중국 제재들을 거두어들일 것이라는 데는 회의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이것이 최초로 체결한 다자무역협정이다. 이 협정 체결로 중국은 역내 교역 규칙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다수의 주변국과 관계를 강화하고 기존의 갈등을 끝낼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30년까지 RCEP은 세계 GDP를 연간 1860억 달러 증가시킬(참조 TTP는 1470억 달러) 전망이다. 이 협정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될 나라는 중국, 일본, 한국이다. 이 협정은 한중일 3개국이 모두 참가한 최초의 FTA이다. 이전에도 한중일은 3자 FTA 협상을 벌인 적이 있지만 정치적 이견 때문에 협상이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하고 교착상태(膠着狀態)에 빠져들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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