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집에 거주하는 이옥선(90세), 강일출(89세) 할머니가 영화 '귀향(鬼鄕)' 상영에 맞춰 위안부 만행을 증언하기 위해 뉴욕을 찾았다.
두 할머니는 9일 롱아일랜드 낫소카운티의 홀로코스트 센터에서 홀로코스트 피해 할머니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위안부피해자 할머니와 홀로코스트 생존자 할머니의 만남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2011년 이용수 이옥선 할머니가 첫 만남을 가졌고 2015년 이용수할머니가 에델 카츠 할머니가 재회한 바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문제가 일본이 저지른 전쟁 범죄이며,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반인권범죄라는 것을 알리는 전시회 및 영화 '귀향'과 관련, 할머니들의 증언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에는 캐릴 우스터람 네덜란드 유엔대사와 뉴욕주 낫소카운티 현충원 위안부 결의안 기림비 제막에 일조한 찰스 래빈 하원의원, 위안부 초상화가로 널리 알려진 스티브 카발로 화가 등 100여명의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캐릴 우스터람 대사는 "할아버지가 2차대전의 피해자였다. 이번 위안부 할머니들의 방문을 통해 그 고통의 시간을 잊지 않고 올바른 역사관을 우리 후세들에게 넘겨주는 노력을 기울이자"고 당부했다.
참가자 중 한인2세 원희주(13세 8학년) 양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을 통해 일본군들이 어떤 고통을 주었는지 알 수 있었다. 최근 위안부 합의에 대해 할머니들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미주한인이민사를 연구하고 있는 사회학자 퀸즈칼리지 민병갑 교수는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해 한인들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변화는 관심에서 시작한다"면서 "미국은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해 눈물과 존경심이 많은데 우리들도 오늘 할머니들의 증언을 통해 더 노력해야 한다" 강조했다.
행사 전 강일출 할머니는 홀로코스트 생존자 할머니와 두 손을 꼭 잡은 채 과거의 아픔을 이야기를 나누며 눈물을 훔쳐 주위를 숙연(肅然)케 했다. 특히 이옥선 할머니가 받은 처참한 고통에 대한 생생한 증언을 들은 참가자들은 탄식과 아울러 여기저기서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이었다.
이옥선 할머니는 “지금 101세 할머니도 살아계신다. 진정한 사과를 받지 않고 죽을 수 있겠는가? 나도 나이 90에 이 먼 곳까지 온 이유는 다름 아니라 전쟁이 없는 평화를 말함이요, 전쟁과 아울러 고통을 준 일본 정부의 진정어린 사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모든 분들이 힘을 보태어 달라"고 당부했다.
두 할머니와 동행한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은 "오늘의 증언뿐만 아니라 그동안의 할머니들의 증언과 수요 집회 등 많은 활동을 펼친 것 자체가 바로 위안부 할머니들의 용감성 덕분이다. 이분들의 증언이 없었으면 역사에 묻혀질 천인공노(天人共怒)할 일들이 아니겠는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안 소장은 "세계적인 인권 문제인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전시회와 증언회, 특히 유명 대학교를 방문해 후세들에게 증언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증언을 마친 후 참가자들은 위안부 피해할머니들이 그린 그림 20점을 둘러보며 할머니들의 아픈 체험을 읽는 소중한 시간도 가졌다. 특별 전시회는 '살아있는 역사, 진행 중인 역사-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의 인권' 주제로 뉴욕의 지역별 홀로코스트 센터마다 전시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선 영화 '귀향'을 5분 내용으로 편집한 짧은 영화를 상영해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잘 알려진대로 '귀향'은 2002년 조정래 감독이 나눔의 집에서 강일출(89) 할머니의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을 본 것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현재 귀향은 미주 등 해외 주요 도시에서도 상영되고 있다.
이옥선 할머니와 강일출 할머니는 11일부터 13일까지 예일대와 컬럼비아대, 뉴욕대에서 귀향 상영회를 갖고 증언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또 14일엔 서맨사 파워 유엔대사와 그레이스 맹 연방하원 의원 등과 면담하고 16일에는 뉴저지 팰리세이즈팍의 해외1호 위안부 기림비를 방문할 계획이다. 17일부터 텍사스 주 댈러스를 방문해 후속 활동을 이어나간다.
뉴욕=노창현기자 newsroh@gmail.com
<이상 사진 교회일보 제공>
<꼬리뉴스>
“일왕 무릎꿇고 사죄하라” (2011.12.20.)
이옥선 이용수 두명의 위안부피해할머니가 16일 뉴욕 맨해튼의 일본 UN대표부를 찾아 일본정부의 위안부 인정 및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서명지를 전달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일본대표부의 기무라 데츠야 공사에게 “내가 왜 너희들의 위안부냐. 일본왕이 내 앞에 무릎꿇고 사죄하라”고 호통을 쳤다.
이날 전달현장엔 나치의 끔찍한 홀로코스트(집단학살)에서 살아남은 헨델 카츠 할머니가 동행해 한국의 할머니들에게 힘을 보탰고 유권자센터의 이에스더 이사장, 김동석 이사, 김동찬 대표, 최윤희뉴욕한인학부모협회장 등도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