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위안부피해할머니들이 잇따라 타계하는 가운데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영화 '그리고 싶은 것'이 뉴저지와 뉴욕에서 잇따라 상영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13년 제작된 '그리고 싶은 것'(감독 권효)은 2007년부터 한국과 일본 중국의 그림책 작가들이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그림책을 발간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특히 권윤덕 작가와 '꽃할머니'로 심달연 할머니의 스토리를 그리기까지 겪는 아픈 사연들이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이 영화의 미주 배급권을 갖고 있는 미디어조아(대표 한지수)는 지난 14일 대남부뉴저지한인회와 제일교회 여선교회와 공동주관으로 체리힐 제일교회 사랑관에서 상영한데 이어 25일엔 뉴욕에선 처음으로 플러싱 퀸즈YWCA에서 상영됐다.
러닝타임 90분 분량의 이 작품은 영어 자막이 달려 2세들 및 외국인들에게도 호소력있게 전달되고 있다.
대남부뉴저지한인회 이영빈 회장은 "역사적 사실이 왜곡되고, 점차 잊혀져 가고 있는 이 때에, 이 영화를 통해서 올바른 역사를 기억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우리 교민들과 후손들이 이 영화를 통해 역사를 기억하고, 다시는 이러한 아픔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소감을 피력했다.
체리힐 제일교회 고한승 목사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우리의 아픈 역사적 사실이 왜곡되고 있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지금까지도 아픔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공유(共有)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말했다.
퀸즈YWCA에서 열린 상영회엔 김헬렌 퀸즈YWCA 사무총장과 김종원 이사, 조태환 뉴욕지구 한인공인회계사협회 창설회장 등 80여명의 한인들이 자리했다. 특히 미디어조아아 함께 '위안부구술집' 배포 활동을 하는 한인고교생 최홍주(베이사이드 고교2학년) 김수연(Great Neck High School 2학년) 등 5명도 함께 해 시선을 끌었다,
김수연 양은 "미국 교과 과정에 없는 위안부 문제를 처음 접하게 되었을때 충격이었다"며 "그후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역사적 사실을 알리기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우리 학생들이 위안부 문제를 통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존재하는 다른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더욱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지수 대표는 "일본의 우익 정권이 계속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왜곡하는 현실속에 미국인 및 미국 한인들에게 역사의 진실과 인권의 존엄함을 알려주는 좋은 내용으로 교민들과 자녀들에게 좋은 역사 교육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뉴욕=임지환기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일본에서 도착한 한 통의 편지,
“아이들을 위해 ‘평화’를 그려주세요”
2007년, 한국, 중국, 일본의 작가들은 각자가 생각하는 ‘평화’를 그림책으로 완성해 동시출판하기로 한다. 한국의 그림책 작가 권윤덕은 위안부 피해여성 심달연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를 그려내기로 결심한다.
“ ‘위안부’는 일본 정부가 가장 감추고 싶어하는 테마이기 때문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하지만 모두들 그 자리에서 감동했었습니다. 꼭 그려줬으면 좋겠다고.”
그녀는 동료들의 뜨거운 지지 속에서 작업을 시작하지만,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과거의 상처가 그림에 스며들기 시작하면서 예측할 수 없는 상황과 마주한다. 그녀의 스케치를 둘러싼 한국, 일본 작가들의 치열한 논쟁 속에서 그림책의 완성은 기약 없이 흘러가고, 함께 ‘평화’를 그려내자 했던 일본 출판사의 ‘무기한 출판 연기’ 통보는 그녀를 점점 지치게 하는데… 과연, 그녀는 아이들에게 ‘평화’를 전할 수 있을까?
“그림 한 장 한 장엔 할머니의 눈물,
그리고 제 눈물이 고여 있습니다”
권윤덕
아들에게 읽혀줄 그림책을 직접 그리기 시작하면서 그림책 작가로 입문, 국내 그림책 작가 1세대 대표주자로 불리고 있다. 1995년 출간한 첫 작품 '만희네 집'은 15년간 46쇄를 거듭함은 물론, 지금도 매년 1만 부 이상 팔려나가는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 이후에도 '시리동동 거미동동', '고양이는 나만 따라해', '일과 도구' 등을 발표하여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일본의 그림책 작가들이 제안한 ‘한중일 평화그림책 프로젝트’에 참여한 유일한 여성작가로,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한 '꽃할머니' 작업에 착수하지만, 일본 출판사와의 갈등과 과거의 상처로 인해 난항을 겪는다. '꽃할머니'는 2010년, 국내에서 먼저 출간되었으며 일본에서는 여전히 출간이 되지 않고 있다.
심달연
1927년, 경북 칠곡군의 가난한 마을에서 태어나, 태평양 전쟁시기인 1940년 무렵, 열세살 나이로 일본군에게 끌려가 말 못할 고초를 겪은 후 고국으로 돌아왔다. 위안부 피해 후유증으로 자궁경부암 수술을 받음은 물론 기억조차 잃어버릴 정도로 고통스런 생활을 이어왔지만, 자신의 빼앗긴 명예와 인권을 되찾기 위해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기억을 세상에 꺼내놓았다. 원예치료수업을 통해 플로리스트로 활약, ‘꽃을 사랑하는 심달연’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그녀는 2010년 12월,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삶은 그림책 [꽃할머니]에 담겨 깊은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타시마 세이조
1940년 오사카 출생. 1969년 세계그림책원화전 ‘황금사과상’,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그래픽상’ 등을 수상한 세계적 그림책 작가. 태평양 전쟁 중에 집이 불타버리는 바람에 고치현 시코쿠의 산 속으로 이사하게 되면서 자연과 함께 생활했던 경험은 반전, 평화운동에 참여하게 된 토대가 되었다. 2006년,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참배 장면을 목도한 그는 전쟁 가해국의 일원으로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며 한국과 중국의 작가들에게 ‘평화그림책 프로젝트’를 제안하였으며, 권윤덕 작가의 작업에 대한 깊은 지지와 애정을 표했다.
하마다 게이코
1947년 사이타마현 출생. 권윤덕 작가와 비슷하게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그림책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귀엽지 않은 내 동생', '손손손!', '아야짱이 태어난 날', '나랑 놀아줘, 아빠' 등의 그림책과 그림에세이집 '안데스까지 날았어'를 발표하였다. 하마다 게이코 역시 권윤덕의 작업에 대한 진심 어린 응원을 전하였으며, 한국에서 '꽃할머니'가 출간될 당시, 심달연 할머니를 위해 준비한 헌정식에 직접 참석하여 할머니와 재회, 보는 이들로 하여금 눈시울을 적시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