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총영사관 하는 일이 뭡니까. 자국민 보호 아닌가요? 어린 아이가 억울한 교통사고로 죽음을 당했는데 남의 일 보듯 하는건가요."
지난 17일 뉴저지 크레스킬에서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다 교차로에서 대형트레일러에 치여 숨진 이모(13) 군의 부모가 뉴욕총영사관(총영사 김기환)과 크레스킬 시정부의 무성의에 울분을 토로했다.
이군의 아버지는 25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형트럭의 불법 운행으로 아들이 숨졌는데 경찰조사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시정부도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해놓고 나몰라라다. 특히 자국민 보호의 의무가 있는 대한민국 총영사관은 장례식에 조문조차 오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씨는 "대형차 진입금지 구역에 왜 대형트레일러가 들어왔는지, 등교시간 건널목에 안전요원이 왜 없었는지, 시경찰과 시정부가 명명백백(明明白白)하게 밝혀야 한다"면서 "우리가 말하기전에 곤경에 처한 자국민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하는게 총영사관이 할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군은 어머니와 함께 1년6개월전 유학을 온 '기러기가족'이다. 평소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던 이군은 방학이 되면 곧 만날 아빠에게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밝은 모습으로 나갔다가 횡단보도에서 진입이 금지된 대형트럭에 치이고 말았다. 헬멧을 쓰고 있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황급히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이군 아버지는 "총영사관이 해준 것은 공항 도착후 영사 한분이 나와 영안실까지 차로 태워준게 전부다. 영어도 안되고 정보도 없어서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이해할 수 없는 사고로 자국민이 죽었는데 총영사관에서 현장도 가보고 경찰도 만나고 법적 서비스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1일 뉴저지 리지필드 중앙장의사에서 열린 영결식엔 400여명이 모여 이군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중앙장의사 창립이래 가장 많은 조객들이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총영사관에선 조문도, 조화도 없었다.
이에 대해 총영사관 대민담당 영사는 "사고 직후 크레스킬 경찰에서 리포트를 받아서 아버지에게 보여드렸다. 크레스킬 경찰도 면담하려했는데 부모중 한분이 변호사 와야 한다고 거절했다. 장례식은 출장도 있고 바쁜 일이 있어 못갔다. 조문을 하지 못한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26일 크레스킬 경찰서장을 만나기로 했다.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군 아버지는 "한인 학부모들은 물론, 미국 부모, 중국 부모, 일본 부모 등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분들이 와주셨어요. 수백통의 위로 카드도 받았구요. 같이 눈물 흘리며 진심으로 애도해주시는 동포들과 타민족분들에게 정말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는 "일부 언론에 '백인학생이라면 시정부가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내가 말한 것으로 나왔는데 이는 오보다. 나는 인종적 비교를 전혀 한 적이 없고 오히려 백인 등 타민족의 위로에 너무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형트럭의 불법운행을 막지못한 크레스킬 시정부의 과실은 철저히 가리겠다는 각오다. 이군 어머니는 추모현장에서 만난 시장이 통역관 및 장례금 등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질 못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군 아버지는 "불법운행한 트레일러 회사와 시정부에서 장례식 때 조문을 하는게 최소한의 도리 아니냐. 지금까지 어떠한 사과 또는 위로의 말조차 듣지 못했다”면서 "시장을 믿고 가만히 있었다간 화장장에도 못갈뻔 했다. 자식을 잃은 사람 놓고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고 탄식했다.
사고직후 가해 운전자는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을뿐 기소여부는 물론, 어떤 조사가 이뤄졌는지도 베일에 가려 있다. 익명의 한 목격자에 따르면 가해 트럭은 교차로에서 회전하려다 길이 좁아 뒤로 후진하는 과정에서 이군을 치였고 쓰러진 이군을 인지하지 못한 채 다시 차를 전진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미국 언론은 사고 당시 이군이 자전거를 달리고 있었다더라는 식의 불확실한 내용을 전했지만 이 목격자는 이군이 횡단보도에서 정지된 상태에서 차량에 치인 것으로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군 아버지는 "아들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자전거를 타기를 즐겼다. 스쿨존의 횡단보도에서 진입이 금지된 대형트럭이 일으킨 사고인데 피해자의 과실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뉴욕한인학부모협회 최윤희공동회장은 "정말 화가 난다. 어떻게 미국 학교 앞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크레스킬 경찰서에 가해자의 음주, 마약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서한과 버겐카운티장, 크레스킬 시장에는 대형 트럭 진입 금지 구역에 트럭이 진입하게 된 경위와 안전요원이 배치되지 못한 이유를 밝혀달라는 서한을 보내겠다.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서명운동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씨는 "아들의 화장확인서를 어제 받고 버겐카운티 법원에 사망신고를 했다. 일주일후에나 유해(遺骸)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며 "미치도록 보고 싶은 아들이다. 아내는 몇 번이나 실신했는지 모른다"며 울음을 삼켰다.
뉴욕=노창현기자 newsroh@gmail.com
<꼬리뉴스>
Cresskill students pay tribute to classmate killed by tractor-trailer <Northjersey.com>
http://www.northjersey.com/news/cresskill-students-pay-tribute-to-classmate-killed-by-tractor-trailer-1.13586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