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전범(戰犯)기(旗)인 ‘욱일기’ 이미지가 미국에서 잇따라 문제가 되는 가운데 한국의 기업이나 언론사 웹사이트 등에서도 이같은 이미지 광고가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에선 올들어 MoMA(뉴욕현대미술관)가 ‘욱일기 작가’로 알려진 요쿠 다다노리(橫尾忠則))의 작품을 전시해 물의를 일으킨데 이어 뉴욕시가 욱일전범기의 빛살무늬를 활용한 이미지 광고를 웹사이트와 뉴욕시내 일원에 대대적으로 게시해 파문을 일으켰다.
뉴욕한인학부모협회(공동회장 최윤희 라정미)는 양 기관에 강력히 항의했고 MoMA와 뉴욕시로부터 해명서한을 받은 바 있다. 특히 뉴욕시는 정중한 사과는 물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해 한인사회의 개가(凱歌)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9일엔 미 전역에 중계된 뮤지컬 연극 시상식 토니상 무대에 일본전범기 이미지가 배경으로 1분20초간 노출(露出)돼 큰 충격을 주었다. 이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것은 욱일기가 나치 상징과 같은 전범의 상징물이라는 인식이 제대로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한인사회 일부와 대한민국내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초에 미주한국업체 홈페이지에 욱일기 이미지를 활용한 광고 ‘아이토크 BB’가 게재된 일이 있었다. 이 광고는 욱일기의 컬러와 형태로 캐릭터 또한 일본풍이어서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 4월엔 농심아메리카가 모 포탈사이트의 미주지역판 메인화면에 욱일기 이미지의 경품행사 광고를 올렸다가 보도가 나가자 황급히 교체하는 소동이 있었다.
또 웹사이트 광고에서 욱일전범기 이미지를 차용한 광고들은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심지어 한 유력 언론사 홈페이지에 실린 체중감량 광고에도 욱일전범기 이미지가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일부에선 일본전범기와 똑같은게 아니라면 활용해도 괜찮은게 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한다. 즉 햇살이 퍼지는 형태나 컬러가 비슷하지 않다면 디자인의 측면에서 용인(容認)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런 관대한(?) 자세가 오늘날 과거 역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뻔뻔함을 초래한 것이라는 지적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일본은 욱일전범기에 대한 경각심(警覺心)이 소홀한 사이, 디자인예술이라는 포장을 씌워 올림픽 체조대표팀 유니폼까지 만들어 내놓는 실정이다.
지난해 8월 뉴욕에서 태동한 일전퇴모(일본전범기퇴출시민모임)의 백영현 공동대표는 “나치문양과 일본 욱일기는 똑같은 전범의 상징물이다. 나치 상징은 변형하거나 그 이미지를 차용한 것조차 절대 용인되지 않는다”면서 “변형된 일본전범기가 괜찮다는건 관대한게 아니라 생각이 없는거다”라고 일갈(一喝)했다.
백영현 대표는 “독일은 진심어린 참회와 배상을 하지만 일본은 아니지 않느냐. 그것이 우리가 욱일전범기에 대해 초강력 대응을 해야 하는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뉴욕=노창현특파원 croh@newsroh.com
<꼬리뉴스>
“본국국민들이 경각심 약해” 미주한인들 우려
미주한인사회에서는 우리 국민들의 욱일전범기에 대한 인식이 해외동포보다 미흡한것 같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얼마전 경기도 양주시에서 욱일전범기 비슷한 깃발을 들고 술판을 벌였다는 뉴스도 그러한 예이다.
뉴욕한인학부모협회의 최윤희 공동회장은 “한국의 TV광고에서도 욱일전범기 이미지가 나온 사례도 제보를 받았다”면서 “변형된 욱일기 이미지도 문제있다고 인정한 뉴욕시의 사례는 그간 무분별하게 확산된 욱일기 이미지를 퇴출(退出)하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한인학부모협회는 뉴욕한인회(회장 민승기) 등과 함께 일본 전범상징물 전담팀 운영 등 다양한 대처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일본전범기에 대해 무지하다는 점을 고려, 미정부기관과 주요 학교, 도서관, 광고디자인협회 등에 자료를 보내 욱일기 이미지를 쓰지 않도록 협조를 요청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뉴욕 : 
파리 : 
서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