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의 아시안아메리칸 아트파운데이션이 한국 작가 권영애(YoungAe Kwon)의 개인전 《결의 미학(The Aesthetics of Grain)》을 9월 28일부터 10월 3일까지 개최한다. 오프닝 리셉션은 10월 1일 목요일 오후 6시부터 8시(이상 미동부시간)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권영애의 뉴욕 첫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권영애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 ‘결’이 있다. 작가에게 결은 단순한 표면의 질감을 넘어 기억과 시간, 자연과 인간, 물질과 생명을 연결하는 감각적이고 개념적인 흐름이다. 바람결과 구름결, 삼베의 씨줄과 날줄, 살아 있는 존재의 숨결처럼 ‘결’은 눈에 보이는 물성과 보이지 않는 시간의 흔적(痕迹)을 동시에 담아낸다.
권영애는 삼베, 옻칠(ottchil), 젤스톤, 색채를 겹겹이 쌓으며 독특한 회화적 표면을 구축한다. 나무 패널 위에 옻칠을 하고 삼베를 붙인 뒤 젤스톤을 올리고, 다시 색과 옻칠을 반복적으로 더한다. 온도와 습도를 조절한 건조 과정과 자연 건조의 기다림을 거치며 작품은 천천히 완성된다. 이러한 반복과 기다림은 단순한 제작 기법을 넘어 작품 안에 시간 자체를 축적(蓄積)하는 과정이 된다. 손이 지나간 자리와 재료가 변화한 흔적은 화면에 하나의 새로운 ‘결’로 남는다.
특히 삼베의 거친 씨줄과 날줄, 옻칠의 깊이 있는 표면, 젤스톤의 투박한 질감은 서로 다른 물성을 유지하면서 하나의 화면 안에서 조화를 이룬다. 옻칠은 삼베의 조직 속으로 스며들며 깊이와 광택을 만들고, 젤스톤은 인위적으로 매끄럽게 다듬어진 표면과는 다른 자연스럽고 원초적인 감각을 드러낸다. 작가는 화려한 기교를 더하기보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면서 재료 자체가 지닌 본질적인 아름다움에 다가가고자 한다.
작품의 중요한 출발점 중 하나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노동과 삼베에 대한 기억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적 기억은 화면 안에서 보다 보편적인 시간과 삶의 흔적으로 확장된다. 과거와 현재, 노동과 평온, 고단함과 숭고함이 여러 층위의 표면 속에서 포개지며 하나의 시각적 리듬을 형성한다.
각각의 ‘결’은 하나의 독립된 음처럼 존재하면서 색과 질감, 표면과 호흡을 통해 하나의 고요한 합주를 이룬다. 반복되는 층과 흔적 사이에서 때로는 침묵마저 리듬이 되고, 서로 다른 시간의 결들이 한 화면 안에서 만나 함께 호흡한다.
《결의 미학》은 따라서 단순히 질감과 재료를 탐구하는 전시가 아니다. 권영애는 삼베와 옻칠이라는 물질에 축적된 시간과 손의 흔적을 통해 기억이 어떻게 물질이 되고, 물질이 다시 시간과 생명의 감각으로 전환되는가를 탐구한다. 작품은 개인적인 기억에서 출발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삶을 지속하게 하는 내면의 힘과 인간 본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사유로 확장된다.
권영애는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안동문화예술의전당, 갤러리 아리수, 한전아트센터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또한 호주, 스위스, 이탈리아, 필리핀 등에서 열린 아트페어와 국제교류전에 참여했으며, 대한민국미술대전 비구상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결의 미학》은 작가의 첫 뉴욕 개인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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