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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은 크게 두가지 방향입니다. 시론으로 주로 한반도 평화, 남북미 관계중심을 다루고 사회(산업)경제적 현안은 '제3섹타 경제학'이라는 이름으로 쓰려 합니다. 한반도(김근태)재단 운영위원장 겸 이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현재고문, 사단법인 일촌공동체 창립자 겸 회장 변혁을 위한 연구기획법인. '다른백년' 이사장. 주권자 전국회의 공동대표. 국민주권 연구원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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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주한미군 철수 얘기를 하지 않는가? (上)

한승동 대기자 글 소개
글쓴이 : 이래경 날짜 : 2019-12-24 (화) 17:22:54

   

안녕하신지요 ?

 

저의 '3섹터경제론' 마감이후, 다른백년에 게재되는 칼럼 중에 일부를 '다른백년 통신' 이라는 여러분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첫 글은 한겨레 신문에서 오랜동안 국제와 문화 분야에 근무하다가 정년 퇴임 이후 <피렌체의 식탁> 편집인으로 일하고 있는 한승동 전 대기자의 글을 보냅니다.

 

지소미아 종료 및 주한미군 분담금이 현안이 현시점에서 구한말 이후 지난 120년 간의 한미일 관계를 전문적 시각에서 잘 정리한 글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두손모아.

 

이래경 | 다른백년 이사장

www.thetomorrow.kr

 

 

왜 우리는 주한 미군 철수 얘기를 하지 않는가?

 

글 한승동 독서인·저널리스트, 전 한겨레신문 대기자

 

 

 

 

사본 -주한미군모음.jpg      

 

한국은 완전히 일본의 것이다. 분명 한국이 독립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조약으로 장엄하게 서약했다. 그러나 한국은 그 자체 조약을 실시하기에는 무력하며, 스스로 중대한 이해를 갖고 있지 않은 다른 나라가, 한국인이 자신들을 위해 전혀 할 수 없는 일을 그들을 위해 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조약은 한국이 스스로 잘 통치할 수 있다는 잘못된 가정에 입각한 것이었다. 한국이 어떤 의미에서든 스스로 통치한다는 게 전혀 불가능했다는 것은 이미 드러나 있었다. 일본은 한국이 다른 대국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없었다. 일본은 자신의 자손들에 대한 의무를 조약상의 의무들보다 우선하는 것으로 봤다. 그 때문에 좋은 때가 왔다고 생각했을 때 일본은 조용히 조약을 파기하고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이미 보여주었고, 나중에 독일과의 관계에서도 보여주게 되는 실무적이고 세련된 효율성으로 한국을 취했던 것이다. 시험대에 올랐을 때 조약은전혀 소용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으며, 이보다 더한 무용지물(無用之物)이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이것은 미국 제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1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이 중립국 벨기에를 침범한 것을 비난하면서 우드로 윌슨 대통령에게 적절한 대응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한 19149월의 <아웃 룩> 기고문에서 한국에 관해 얘기한 부분이다. 일본의 조선침략과 식민지배를 적극 지지했을 뿐만 아니라 을사늑약과 러일전쟁 등을 저지른 일제의 만행을 두둔하고 재정적, 외교적으로 지원했던 루스벨트는 여기서 독일의 벨기에 침공을 비난하면서도 자신이 깊이 관여했던 일본의 조선침략과 병탄을 정당화하는, 전형적인 제국주의자들의 언설을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다.

가쓰라-태프트 밀약의 주역이기도 한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미국을 영국 다음의 패권국으로 올려 놓는데 혁혁한 공헌을 한, 미국인들에게는 위대한 통치자일 수 있겠지만, 그는 조선을 나락으로 밀어넣은 전형적인 제국주의자요 지독한 인종주의자였으며, 서구 백인의 우월성, 서양 문명 대 비서양 야만이라는, 허버트 스펜서류의 약육강식 승자독식 속류 다위니즘의 철저한 신봉자였다. 그가 일본의 조선지배를 적극 지지하고 찬양한 것은, 러시아의 중국 등 동아시아 지배를 막아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다른 말로 하면, 그 지역에서의 그들 자신의 이권을 러시아가 독점하게 내버려 둘 순 없었던 것이다. 미국은 그 점에서는 영국과 한 배를 타고 있었다. 루스벨트는 인종적으로는 일본인보다 슬라브족 러시아인들이 더 우수한 것으로 봤는데, 그것은 슬라브족이 그들 앵글로색슨과 뿌리가 같은 유럽 백인계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당시 러시아의 전체주의 차르체제를 지독하게 혐오했다. 그리하여 인종적으로는 그들보다 열등한 일본이 차르 전제 치하의 러시아보다는 훨씬 낫다고 봤다. 바꿔 말하면 차르체제가 그들 앵글로색슨의 세계지배에는 일본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고 봤고, 일본은 그들이 손을 잡고 부려먹을 수 있는 만만한 존재로 인식했다.

그렇게 해서 미국은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고 식민지배하는데 중대한 기여를 했다.

 

1945년 여름 2차대전 막바지에 미국이 서둘러 원자폭탄을 히로시마·나가사키에 투하하고 한반도를 그들 마음대로 북위 38도선으로 갈라 분단시킨 것도 러시아(소련) 때문이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유럽에서 독일군을 격파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소련군을, 독일 항복이 가까워짐에 따라 러시아 극동지역 및 만주 등 동북아지역에 투입하도록 스탈린에게 종용했다. 수천대의 항공기와 전차와 무기와 자동차들도 제공했다. 패전으로 향하던 일본 점령을 위한 일본 본토 침공 때 미군이 입게 될 엄청난 인적 물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소련군이 동아시아에서 또 하나의 대일본 전선을 만들어 주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해 4월 루스벨트가 죽고 대통령직을 승계한 해리 트루먼은 7월에 원자폭탄 실험이 성공하자, 소련의 대일전을 막는 쪽으로 대소 전략을 급선회해 소련군의 극동 및 동아시아 진주를 가능한 한 저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원폭을 갖게 된 미국에게 소련의 지원이 더는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다. 필요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소련이 개입해 대일전 전승국이 되면 미국은 막대한 전리품을 소련과 나눠가져야 할 것이므로, 가능한 한 개입을 막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일설에 따르면 일본의 패전이 분명해진 시기에 그가 굳이 투하하지 않아도 될 원폭을 서둘러 터뜨린 것도 소련의 대일전 참가 전에 일본의 항복선언을 얻어내 아예 소련의 대일 참전 기회 자체를 막아버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를 간파하고 있던 스탈린은 나가사키에 두 번째 원폭이 떨어진 89일 자정을 기해 대기시켜 뒀던 150만 대군에 남하 명령을 내렸다. 만주와 조선, 일본 쪽으로 밀고 내려오는 파죽지세의 소련군 앞에서 저항다운 저항도 하지 못한(의도적으로 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 그렇게 보는 쪽은 일본 대본영 참모본부가 그렇게 해서 소련과 미국을 대립시켜 일본 자신의 전략적 존재가치를 높임으로써 전후 일본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다고 본다. 말하자면 일본 자신을 더 비싸게 팔아먹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냉전체제의 등장으로 그런 계산은 결과적으로 적중했다) 일본 관동군이 너무 빠른 속도로 무너지자 여전히 오키나와 부근에 머물러 있던 미군은 무장해제를 명분으로 한반도를 소련과 양분하기로 하고 38선을 그 점령경계로 그었다. 아무런 사전협의도, 한반도 주민에 대한 일말의 고려도 없이 일방적으로. 지금의 한반도 분단은 거기에서 시작됐다.

당시 소련은 일본을 독일 점령방식대로 연합국들이 나눠 점령통치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도쿄도 베를린처럼 연합국들이 분할지배하고 홋카이도를 소련이 점령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일본을 통째로 차지하고자 했던 미국은 일본은 그대로 두고 대신 한반도를 쪼개 소련과 나눠 점령했다.(소련은 대신 사할린 남부와 쿠릴열도까지 장악했다.)

그해 9월에야 인천에 상륙한 미군은 기존 조선총독부 체제와 그 일본인 및 조선인 관리들를 그대로 온존(溫存)시켰다. 한국전쟁이 터지자 일본을 미국 냉전전략의 동아시아 보루(堡壘)로 만들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19519월 체결, 19524월 발효)을 서둘러 체결하면서 일본의 전쟁책임에 면죄부를 주었고, 미일 안전보장조약을 동시에 체결해 주일 미군 영구주둔 근거를 확보했다. 그때 일본의 전쟁 책임을 묻고 이후 평화체제를 구상해야 했던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정작 일제의 가장 큰 피해자들인 조선(남북한)과 중국(대륙과 대만 정부)은 초청도 받지 못했고, 소련은 서명을 거부했다. 당시 존 포스터 덜레스 미 대통령 특사(나중에 국무장관)가 작성한 강화조약 초안에 한국은 대일 교전국이요 서명국 즉 연합국의 일원으로 기재돼 있었다. 초안 그대로 한국이 서명국이 됐다면 일본이 근대에 한국(조선)과 맺은 모든 불평등 조약이나 협약은 다 자동으로 불법이 되고 전쟁 배상금을 물어야 했을 것이다. 독도문제 또한 초안에 일본이 한국에 돌려줘야 할 영토 리스트에 들어 있었으나 일본의 공작으로 나중에 일본영토로 바뀌었다가 그게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봤기 때문인지 아예 리스트에서 이름 자체를 빼버렸다. 지금의 독도문제 뿌리가 거기에 있다. 미국에게 더 소중했던 일본이 집요하게 한국 배제를 요구하자 덜레스와 미국 국무부는 애초의 태도를 바꿔 일본 요구를 수용했다. 일본은 침략과 식민지배를 제대로 인정하고 사죄한 적 없으며, 강제징용과 일본군 성노예, 여자근로정신대 동원을 은폐하고 뭉갰다. 미국은 이를 알고도 묵인(默認)했다. 심지어 전후 일본 재건을 위해 일본의 전쟁 배상을 적극적으로 막았고 그렇게 해서 남긴 돈을 일본 재건에 쏟아부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분단됐고, 전쟁까지 치렀으며, 수백만이 죽었고, 그 덕에 일본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했다. 1965년 한일협정은 샌프란시스코 강화체제의 연장이었다. 이후 오늘까지 한국이 단 한 번도 일본에 대해 무역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고, 대일 무역적자가 700조원대를 넘어서게 된 것도 일본 재건 중심의 미국 전후 동아시아 질서 재편 구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일협정으로 한국은 미국의 의도대로 미일동맹체제하의 일본 엔경제권에 편입돼 일본의 전후 고도경제성장의 견인차가 됐다.

일본은 무상 3억 유상 2억이 이른바 한강의 기적의 종잣돈이 됐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은 위안부문제와 최근의 강제징용 손해배상에 대한 적반하장(賊反荷杖)식 태도에서 보듯 일본 근대의 토대가 됐던 조선침략과 식민지 수탈, 전후 미일동맹 중심의 약탈적 국제분업체제 등으로 누린 헤아릴 수 없는 막대한 혜택과 그로 인한 주변 민족들의 피폐와 고난에 철저히 눈을 감고 있거나 사실 자체를 은폐하며 미국 덕에 자신들이 누려온 특혜를 정당화하고 있다. 심지어 전쟁 당사국이었던 미국의 공습과 원폭투하, 그리고 북의 일본인 납치사건까지 앞세우며 극악한 가해자 일본이 아닌 가련한 피해자 일본 이미지를 세계에 각인시키는데도 성공했다. 한국 내 일부 친일 종족주의우익세력이 그런 일본 우익과 미국 패권주의자들 이익에 철저히 복무하며 그들에 동조하고 있다.

이런 일본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여전히 1914년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그것과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50억 달러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오만하고 일방적인 태도에서도 그것을 느낄 수 있다. 트럼프와 그가 대표하는 미국 주류사회는 마치 미국이 한국이란 나라의 수호신이라도 되는 듯 여기는지 걸핏하면 주한 미군 철수나 감축을 내세우며 굴복을 강요한다. 따지고 보면 남북 분단과 무력대치라는 지금의 한반도 및 그 주변 안보상황을 창출하고 유지시켜 온 주역이 바로 미국 아닌가. 단순화해서 얘기하면, 미국은 자신들이 갈라 놓은 땅의 한쪽 당사자의 보호자를 자처하면서 분단당한 동족의 다른 한쪽을 적대국으로 상정하고 그 적대국으로부터 지켜준다는 명목으로 군대를 주둔시키고 엄청난 돈을 방위비 분담금 명목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 아닌가. 도대체 누가 누구로부터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지켜준다는 것인가. 남북을 포괄하는 한민족 전체로 우리의 시야를 넓히면, 미국이 분단당한 한쪽의 보호자를 자처하며 군대를 주둔시키고 전시작전통제권까지 장악한 채 엄청난 돈을 요구하는 상황은 비극적일 뿐만 아니라 희극적이기도 하다. 미국인은 미국이 원초적 책임을 지고 있는 한반도 분단체제 때문에 일천만 이산가족이 아무런 항변조차 하지 못한 채 70여년 세월을 갈라져 살면서 오가지도, 말 한마디 건네지도 못하는 비극적 상황에 처해 있는 한반도 현실에 대해, 그 반인도적 반인륜적 상황에 단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그러거나 말거나 그들에겐 일본이라는 미국의 동아시아 보루, 식민지적 친미 종속국가만 확보하고 있으면 그뿐인지도 모른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직전 국방장관 등 고위관료들을 줄줄이 서울에 보내 한국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강행이 동북아시아 안보상황에 대한 잘못된 판단 또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종료 철회를 압박하고, 상원에서 결의안까지 서둘러 통과시킨 미국이 내세운 논리는, 지소미아 파기가 중국과 북을 이롭게 할 뿐이라는 것이었다. 이는 미국과 일본이 한국정부를 노골적으로 협박하면서 연장시키려 한 한일간 지소미아가 결국은 중국과 북에 대적하기 위한 장치임을 공개 천명한 셈인데, 이른바 북··러의 북방 삼각동맹에 미일동맹이 한국까지 끌어들인 남방 삼각동맹으로 맞서겠다는 신냉전적 대결전략의 일환이다. 이는 일본을 활용해 동아시아에 적극 개입해 온 시어도어 루스벨트 이래 지금까지 변함없는 미국 동아시아 전략의 연장이다. 가쓰라-태프트 밀약에서 얄타회담,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한일협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는 이 전략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늘 한반도를 희생양으로 삼아 왔다는 점이다. 한반도 영구분단을 전제로 한 미국의 지소미아 연장 압박은 동서냉전이 붕괴한 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국이 그런 전략구도를 바꿀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본 패전 뒤 미국이 그 일본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점령하고 통치할 것인지 고민할 때, 존 포스터 덜레스 등이 다시 꺼내 활용한 것이 시어도어 루스벨트류의 지독한 인종주의였다. 덜레스 자신이 백인 우월성을 의심해 본 적 없는 철저한 인종주의자였다. 그들은 일본을 철저한 친미국가로 만드는데 아시아 주변 민족들에 대해 갖고 있는 일본인들의 민족적 인종적 우월감이라는 터무니없는 허위의식을 이용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간파하고 그것을 국가 대외정책 차원에서 적극 활용했다.

그와 관련된 얘기는 얼마전에 출간된 계간지 <황해문화>(2019년 겨울, 105)에 실린 필자의 글로 보완하려 한다. ‘한일관계 구조와 형성, 균열, 봉합, 해체라는 제목의 그 글을 아래에 덧붙인다. 이 글을 통해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첨단소재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한국 배제로 시작된 한일간의 최근 갈등의 원인, 근원, 그 역사적 배경을 미국과의 관련 속에서 살펴 보려 했다.

그 글을 살펴보기 전에 잠깐 옆길로 빠져 주한 미군 얘기를 하나 덧붙이겠다.

 

미국이 앞으로도 계속 세계 각지의 불안정화를 막기 위해 깊이 관여(군사 개입)해야 하나. 나는 관여해선 안 되며, 어차피 언젠가는 관여할 수 없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미래영겁 계속 부자일 리도 없고, 우리에게 (군사 개입의) 리스크가 너무 크다. 나는 오히려 아시아든 중동이든 미군이 계속 주둔하는 것이 지역의 불안정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이미 세계의 경찰관 역할을 수행할 수 없으며, 이제까지 독점해 온 세계적인 리더십을 각국이 나눠 가질 필요가 있다.”

1115<아사히신문> 13면의 오피니언 & 포럼의 큰 제목은 떠나가는 미국이었다. 그 면에 세 사람의 강사가 등장하는데, 위의 얘기를 한 이는 미국의 자유주의(libertarian) 싱크탱크 케이토(Cato)연구소 연구원인 트레버 스롤Trevor Thrall 조지 메이슨대 준교수다. 그 면엔 세 강사 의견과 함께 눈에 띄는 일러스트가 들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저쪽을 향해 가면서 옆쪽을 살짝 돌아보며 손을 흔드는 모습인데, 여러나라 문자들이 그의 주변에 크게 찍혀 있다. “굿바이(Good Bye)” “자이잰(再见)” “사요나라(さようなら)” “아디오스(Adiós)” 그리고 아랍어(مع السلامة) . 안녕이란 한글도 선명하게.

트레버 스롤이 말한 것처럼 미군이 세계 각지의 불안정화를 막기 위해”, 또는 부자여서 타국에 군사 개입을 해 온 것으로 생각하진 않지만, 어쨌거나 그는 2000년대 초의 911 테러사태 이후 미국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5~6조 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한 결과 대다수 미국인들은 군사 개입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것이라 생각하게 됐고 자국이 안고 있는 많은 (국내)문제들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지난 20년간 미국이 전쟁에 쏟아부은 비용만 64000억달러에 달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2008년 미국 대선 때 공화당 후보였던 존 매케인(지난해 8월 사망) 상원의원의 외교정책 자문 등을 역임한 또 한 사람의 강사 리처드 폰테인Richard Fontaine 미 국가안보회의 요원은 군사 개입으로 오히려 미국의 국가 안보가 더 나빠졌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이 전체 인구의 절반에 가깝다고 했다. 트레버와는 달리 리처드는 미국의 국제적 개입 지지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 미군 부분 철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방위 분담금50억달러를 내라고 한국에 요구하는 것은, 그의 대선 전략이나 이른바 장삿속 과도 무관하지 않겠지만, 대외 군사 개입에 대한 미국 내의 이런 부정적 여론도 상당부분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트레버 스롤은 장차 주한 미군도 주일 미군도 철수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일본은 독자적으로 소형 핵무기를 개발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도 했다. 일본 신문과의 인터뷰였으니 그렇게 말했겠지만, 북이 핵 보유국이 되고 한국과 일본 주둔 미군이 떠나간다면 한국도 핵무기 개발 여론이 비등해질 것이다. 그것이 옳든 그르든.

또 한 사람의 강사 쓰치야마 지쓰로土山実郎 국제안전보장학회 회장(아오야마가쿠인대 명예교수)한미동맹도 흔들리기 시작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도 그 존재이유를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그런 나토를 뇌사상태라고 진단했다. 트레버는 일본과 한국만이 아니라 독일 등 유럽과 중동 등지의 주둔 미군 전체가 언젠가는 철수해야 한다고 본다. 언젠가가 먼 장래가 아니라고 그는 보는 듯하다.

아사히가 이런 특집을 한 것은 얼마전 트럼프 정권이 시리아에서 갑자기 미군을 철수시켜 손잡고 일했던 그곳 쿠르드족 독립운동세력을 졸지에 궁지에 빠뜨린 게 계기가 됐지만, 일본 내에도 지나친 대미 의존, 미군 의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최근 부쩍 고개를 들고 있는 듯하다.

글을 쓰면서 줄곧 떠올린 건, 왜 우리는 주한 미군 철수를 공개적으로 논의하지 않는 걸까, 아니 하지 못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었다. 미군의 장기 주둔이 지역의 안정화가 아니라 오히려 불안정화를 초래한다는 트레버 스롤의 지적은 그 지역에 한국만 넣고 보면 말도 안 되는 궤변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남북한 그리고 주변 동아시아 전체를 넣어 사고하면 그게 정답일 수 있다. 주한 미군은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만들고 얽히게 하면서 불필요한 대립과 분쟁을 야기하는 존재일 수 있다. 따라서 뭉뚱그려 전체 한반도 문제가 바로 미국이 만든 미국의 문제이고 주한 미군의 문제일 수 있다.

 

 

<편 계속>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이래경의 다른백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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